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사실은] 방사능 문제, '공포'보다 '대안'이 우선이다

올림픽 방사능 팩트체크 ③편

[사실은] 방사능 문제, '공포'보다 '대안'이 우선이다
올림픽 방사능 팩트체크, 오늘은 그 마지막 순서로 ‘방사능 고수’와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과거 방사능 취재를 바탕으로 한 책 「방사능 팩트체크」를 낸 SBS 박세용 기자입니다. 자타공인 방사능 전문가(?)인 박세용 기자는 최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의 책임연구원인 조건우 박사와 함께 책을 썼습니다. 조건우 박사는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에서 13명으로 구성된 본위원회의 유일한 한국 위원 출신으로, 국내 손꼽히는 방사능 전문가입니다.

기자가 기자를, 더군다나 회사 선배와 인터뷰한다는 게 어색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기자가 어려운 방사능 문제를 쉽게 풀어 설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박 기자와 저는 2019년 9월, 도쿄와 후쿠시마 방사능 문제를 취재하기 위해 함께 일본 출장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올림픽 방사능 팩트체크'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박세용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관련 이미지

2019년 가을, 일본에 함께 출장을 가서 방사능 팩트체크를 함께 한 기억이 납니다. 당시 취재를 발판 삼아 이렇게 책을 낼 줄은 몰랐습니다.

도쿄 올림픽이 열린 올해도 그렇지만, 2년 전에도 방사능에 관해 부정확한 보도들이 많았어요. 물론 일본과의 외교나 정치적 문제에서는 국민 감정을 반영한 보도가 주류를 이룰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과거 역사가 있으니까요.

하지만 방사능이 인체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느냐, 이건 정치가 아니라 과학의 문제예요. 방사능을 정치에서 분리해 과학적 사실은 무엇인지, 좀 더 심층 취재해 책을 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보도는 아무리 많이 해도 휘발성이 크거든요. 우리 사회에 그런 책 한 권쯤 있어야 하지 않겠나 생각했습니다.

관련 이미지

첫 번째 팩트체크 : '안전 기준치'는 무엇인가.

"일본 정부나 지자체가 "방사능 오염 물질을 더 청소해야 하나? 그만 해도 되나?" 이걸 판단하는 기준치라고 보시면 됩니다. 0.23μ㏜/h은 안전 기준치가 아니라, '청소 기준'입니다."

본격적으로 팩트체크 해보겠습니다. 여러 언론에서 일본 현지 취재를 하면서, "안전 기준치인 0.23μ㏜/h를 넘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그건 '안전 기준치'가 아니에요. 안전 기준치라고 쓰면, 0.23을 넘어갈 때 마치 위험한 것처럼 들리잖아요? 전혀 아닙니다. 검색해 보면, 우리나라 영종도가 8월 8일 13:00 기준으로 0.234μ㏜/h 나오네요. 0.23를 넘죠? 그렇다고 언론이 "영종도가 방사능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말하나요? 그렇게 기사 쓰면 아마 큰일 날 겁니다. 분명한 것은 영종도는 안전하다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이 수치가 어떻게 나온 건가요?

일반인의 연간 선량한도가 1,000μ㏜(1mSv와 같은 수치)예요. 1년 동안 방사선량을 1,000μ㏜ 이하로 받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럼 1시간 동안 얼마를 받아야 할까, 1,000에서 거꾸로 계산해서 나온 숫자가 0.23입니다. 집안에 있을 때, 건물이 방사선 일부를 막아주는 걸 고려해서 계산한 것이기 때문에, 단순히 1,000을 365로 나누고, 또 24로 나눈 값하고는 조금 차이가 납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게요. 0.23μ㏜/h 넘으면 위험한가요?

지금까지 우리나라 취재진들이 후쿠시마를 대단히 많이 갔습니다. 저도 2년 전에 제염토가 잔뜩 쌓인 곳을 비롯해 0.23 넘는 곳을 많이 다녔습니다. 사실 수치가 높은 곳을 찾으려고 노력하기도 했지요. 그래야 일본 땅이 여전히 방사능에 오염되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0.23 넘으면 위험한가"라고 물어보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2019년에 후쿠시마에서 충격적인 방사능이 측정됐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수치가 90μ㏜/h였어요. 

그 정도면 0.23의 400배 정도네요?

맞아요. 하지만 거기 촬영하러 갔다 온 사람들 중에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거기 머무른 시간이 짧아서 그래요. 90μ㏜/h라는 높은 수치가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촬영하고 이동했기 때문에 몸이 받은 전체 방사선량은 많지 않았던 거예요. 제가 책에서 인터뷰한 조건우 박사님이 후쿠시마 원전 앞을 지나가는 버 투어를 한 적이 있거든요. 시간 당 수십 mSv(μ㏜의 1,000배 단위)가 측정 됐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버스 타고 휙 지나가니까, 몸이 받는 방사선량은 제한적인 겁니다. 

결국, 머무르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위험한가, 위험하지 않은가를 판단하려면 반드시 시간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참고로, 1~2주 단기간이라도 100mSv 이상의 방사선을 받으면 1,000명 가운데 5명이 암으로 숨질 수 있습니다. 

이 안전 기준치 문제가 올림픽 방사능 보도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대부분의 기자가 이 기준으로 기사의 '첫 단추'를 꿰기 시작하거든요. 이거 넘으면 위험하다, 안 넘으면 괜찮다는 식으로요. 저 역시 그랬습니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이 기준을 왜 만든 건가요?

0.23은 일반인의 연간 선량한도에서 역산한 수치라고 했잖아요? 즉 0.23을 넘는다는 것은 위험하다는 뜻이 아니라, "아, 여기 1년 있으면 연간 선량한도 1mSv를 넘을 수 있겠구나"라는 뜻이에요. 그럼 0.23을 넘으면? 방사능 오염을 더 제거해야지요. 세슘이 묻은 흙을 좀 더 걷어내야 합니다. '제염'이라는 말이 익숙하지 않으니까, 일본 정부나 지자체가 "방사능 오염 물질을 더 청소해야 하나? 그만 해도 되나?" 이걸 판단하는 기준치라고 보시면 됩니다. 0.23μ㏜/h은 안전 기준치가 아니라, '청소 기준'입니다. 

관련 이미지

두 번째 팩트체크 : 식자재에서 0.4μ㏜/h 넘으면 위험한가?


다음은 먹거리 알아볼게요. 대한체육회에서 식자재 검증 데스크를 운영했는데, 0.3μ㏜/h까지는 “정상(일상 생활 수준)”이고, 0.4μ㏜/h까지는 “주의”, 그리고 그 이상은 “위험”이라고 기준을 만들었습니다. 사실 저도 이 수치를 처음 듣거든요. 근거가 있나요?

관련 이미지

저도 이런 기준 처음 들어봤습니다. 사실 'μ㏜/h' 이 단위 자체가 식자재를 검사해서 나오는 측정치의 단위가 아니에요. 식자재 검사할 때는 'Bq/kg' 단위로 나옵니다. 1Bq/kg이면 검사한 식자재 1kg당 1초에 방사선 1개가 튀어나온다는 뜻이에요. μ㏜/h 단위는 대개 공기 중의 방사선량이 어느 정도인가 볼 때 나와요. 앞서 0.23 얘기할 때도 이 단위였는데, 전부 공기 중의 방사선량을 얘기하는 거였습니다. 

0.4μ㏜/h 이상은 '위험'이라는 건 근거가 없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습니다. 제가 후쿠시마 출장 갈 때 비행기 안에서 재봤더니, 3μ㏜/h 정도 나왔거든요? 미국 갈 때는 방사선량률 수치가 더 높아집니다. 이건 대한체육회 기준으로 0.4를 한참 넘은 거니까, '대단히 위험한 상황'이 되겠지요? 하지만 가끔 비행기 타는 것을 방사능 때문에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검사해야 할까요?

식자재 검사할 때 정확하게 재려면 1kg 넘는 시료가 필요해요. 그걸 게르마늄 반도체를 이용한 측정기로 잽니다. 그런데 결과 나오는데 오래 걸려요. 제가 예전에 후쿠시마 식자재를 국내로 잔뜩 가져와서 분석 업체에 의뢰했더니 1주일 정도 걸리더라고요. 그 결과 기다린다고, 선수들 도시락 안 만들고 기다릴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대한체육회가 휴대용 측정기를 가져간 것은 이해가 됩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결과를 바로 바로 알 수 있으니까요. 
 

세 번째 팩트체크 : 메달리스트들이 받는 꽃다발은 위험한가?


마지막으로, 여러 언론에서 '방사능 꽃다발'의 위험성에 대해 문제 제기가 있었다. 이거 정말 위험한가요?

솔직히 이 문제 제기는 조금 과했다고 봅니다. 꽃다발은 식자재의 경우와 달라요. 식자재는 지금도 방사성 물질인 세슘137이 나오는 것들이 여전히 있습니다. 가끔 유통 기준치(100Bq/kg)를 넘어선 식자재가 나오고, 기준치 이하라고 해도 어쨌든 계속 확인되고 있습니다. 물론 그걸 먹는다고 당장 몸에 문제가 생길 정도는 아니지만, 세슘이 나오는 것은 사실이에요. 

그런데 선수들이 방사능 꽃다발에서 피폭되는 것이 우려된다는 언론 보도를 보면, 그 꽃을 재배한 지역이 후쿠시마 원전에서 100km 떨어진 곳이라는 것 말고는 그 근거가 없었어요. 꽃을 누가 검사해서 세슘이 미량이라도 검출됐다거나, 꽃을 재배한 농장 주변에서 방사선량률이 높게 나왔다는 것도 아니에요. 꽃다발이 정말 걱정됐으면, 대한체육회 급식지원센터에서 방사능 측정기 잠깐 빌려서 대볼 수도 있었을 겁니다. 

우려에도 근거가 필요하죠. 근거가 있어야 그 근거를 살펴볼 텐데, 쉽게 말해 살펴볼 만한 근거가 없어서 팩트체크가 어려운 사항입니다.

관련 이미지

방사능 팩트체크의 의미

 
"일본이 나중에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는 순간 우리나라 일이 되거든요? 그때까지 방사능 공포를 부추기는 보도가 계속 나오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요. 생선 값 폭락하고, 횟집 매출 반 토막 나고, 안 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힘든 소상공인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올 수 있습니다. 언론이 키워온 방사능 공포에 우리 사회가 부메랑처럼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겁니다."

팩트체크 담당기자로서 팩트가 가장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느낄 방사능에 대한 공포는 충분히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맞아요. 방사능은 눈에 보이지도 않고, 느껴지지도 않고, 설명하려고 하면 복잡하기도 합니다. 그러니 일단 최대한 피하는 게 자연스러운 선택이고, 사람들의 합리적인 감정이기도 하죠. 말씀하신 대로 우리 국민들의 방사능에 대한 공포는 충분히 존중해야 합니다.

다만 그 공포의 실체에 대해서 언론이 정확하게 알려줄 필요는 있다고 봐요. 언론이 공포를 근거 없이 조장하고 확대 재생산하는 보도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듣고 싶고, 보고 싶어 하는 것만 쓸 수는 없어요. 그건 결국 우리에게도 손해거든요.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손해일까요? 방사능은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게 좋을 텐데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를 예로 들어볼게요. 방사능이 아직까지는 후쿠시마에 국한된 사안이지만, 일본이 나중에 원전 오염수를 방류하는 순간 우리나라 일이 되거든요? 심각한 현안이 되는 거죠. 그런데, 그때까지 방사능 공포를 부추기는 보도가 계속 나오면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요. 

생선 값 폭락하고, 횟집 매출 반 토막 나고, 안 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힘든 소상공인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올 수 있습니다. 언론이 키워온 방사능 공포에 우리 사회가 부메랑처럼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겁니다. 그때 가서 어떤 언론이 ‘국산 수산물 먹어도 괜찮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않을까요? 어떻게든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대처할 필요가 있잖아요.

제 말이 그 말입니다. 문제의 핵심은 일본이 주장하는 오염수 관련 수치를 믿을 수 있는가예요. 또 일본이 주장하는 것처럼, 오염수를 정화한 뒤 삼중수소를 제외한 다른 방사성 물질들이 제대로 걸러지는 게 과연 사실이냐, 이걸 검증해야 하는 겁니다. 

가령, 최근 국제원자력기구 IAEA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에 대한 국제 검증단을 구성하는데, 거기에 우리나라 김홍석 박사가 참여하게 됐다는 보도가 있었거든요. IAEA 검증 결과가 일본 자체 데이터보다는 더 신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런 노력들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최근에 정치권에서도 방사능 문제로 시끄러웠죠. 좌든 우든, 진보든 보수든, 방사능 공포 문제를 정치 의제화 하려고 열을 올리고 있어요. 하지만, 3년 뒤 오염수 방류를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고 구체적인 외교적 대안을 제시하는 정치인은 보지 못했습니다. 

과학이 정치의 도구가 될 때, 그 결과는 대안 없는 공포만 남게 되고, 그 부메랑은 우리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적어도 저는 우리 사회가 방사능 공포 때문에 또 다른 비용을 치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또 그래야 하고요.
 
"과학이 정치의 도구가 될 때, 그 결과는 대안 없는 공포만 남게 되고, 그 부메랑은 우리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적어도 저는 우리 사회가 방사능 공포 때문에 또 다른 비용을 치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