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 장검 들고 버젓이 8층까지…흉기 난동에 또 뚫린 검찰 청사

40대 남성이 평일 대낮에 검찰 청사에 침입해 흉기를 휘둘러 청사 보안에 비상이 걸렸습니다.

검찰은 과거 부장검사가 집무실에서 민원인에게 흉기로 공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스크린도어를 도입하고 방호원을 배치했으나 역부족이었습니다.

검·경에 따르면 어제(9일) 오전 광주고검 8층 복도에서 A(48)씨가 길이 1ｍ(손잡이 포함)가량의 장검을 휘둘러 50대 검찰공무원 B씨가 중상을 입었습니다.

A씨는 승용차를 몰고 청사에 진입한 뒤 흉기를 든 채 광주고검·지검 청사 중앙 현관을 지나 고검 집무실이 있는 8층까지 엘리베이터로 단숨에 올라갔습니다.

청사 방문객은 건물 왼쪽 민원실 출입구에서 보안검색대와 금속탐지기 검사 등을 거쳐 출입할 수 있습니다.

중앙 현관에는 유리문과 스크린도어가 있지만 통상 열려 있으며 상주 중인 방호원이 관계자 이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어제 1층에는 중앙 현관 1명, 민원실 2명 등 방호원들이 분산 배치돼 있었습니다.

A씨는 현관에서 칼날을 빼 들고 "판사실이 어디냐"고 위협했고 방호원이 지원 요청을 하기 위해 자리를 피하자 곧장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그는 8층에서 내려 각 층에 설치된 스크린도어를 강제로 개방한 뒤 복도로 향했고 차장검사 부속실에서 나오던 B씨에게 흉기를 휘둘렀습니다.

B씨는 팔로 흉기를 막고 A씨를 넘어뜨렸지만 이 과정에서 옆구리를 찔려 중상을 입었습니다.

광주지검에서는 2008년에도 사건 처리에 불만을 품은 민원인이 집무실에서 공구로 부장검사를 공격한 사건이 발생해 전국 검찰청사 중 가장 먼저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고 청사 보안을 강화했습니다.

청사에 근무 중인 방호원에게 삼단봉과 가스총을 지급했으나 혼자 활짝 열린 현관에서 장검을 든 괴한을 상대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따라 전문성을 갖춘 방호원을 확충하고 방검복 등 호신 장비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무기류 반입을 통제하고 피의자 도주를 지연할 수 있도록 출입구마다 검색대 설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습니다.

광주에서 활동하는 한 변호사는 "광주고등법원은 법정동과 연결돼 있지만 고법과 법정동 출입구들에 모두 검색대를 설치하고 2인 1조로 근무해 괴한이 단숨에 지나가기 힘든 구조"라며 "검찰이 민원인 출입을 과도하게 제한해서도 안 되지만 보안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법원은 2018년 울산과 광주지방법원 법정에서 피고인들이 잇따라 음독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보안 검색을 강화하고 액체류 반입도 금지했습니다.

광주고검 관계자는 "재발 방지를 위해 검색대 확충과 방호 기능 강화 등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