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사실은] 방사능 안전 기준치,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사실은] 방사능 안전 기준치,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올림픽 방사능 팩트체크 ②편

이경원 기자 leekw@sbs.co.kr

작성 2021.08.10 09:25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사실은] 방사능 안전 기준치,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도쿄 올림픽 기간, 후쿠시마 방사능의 위험성을 알리는 보도들이 많았습니다. 유튜브에도 수십 건이 검색됩니다. 대부분 도쿄 올림픽의 방사능 위험성을 알리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대부분 "안전 기준치 0.23μSv(마이크로시버트)를 넘었다", "안전 기준치의 몇 배였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알려진 방사능 안전 기준치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또 넘으면 정말 위험한 건지 팩트체크했습니다.


관련 이미지
● 원폭 생존자는 얼마나 암에 걸렸을까

옛날이야기 입니다. 1945년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터진 이후, 과학자들은 생존자 8만여 명을 대상으로 방사능의 위험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합니다. 방사능을 얼마만큼 받아야 암과 같은 질병이 발생하는가가 핵심이었습니다. 

연구 결과, 방사선량 단위인 시버트(Sv)를 기준으로, 우리 몸이, 1~2주 단기간에, 100mSv 이상 받으면 암과 관련 있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흉부 엑스레이 한 번 찍으면 0.1mSv정도 받으니까, 천 번 정도 찍으면 100mSv 피폭됩니다.

이 연구 결과와 관련해, 유엔 과학위원회(UNSCEAR)의 2000년 리포트가 많이 인용되고 있습니다.

실험 동물과 인간에서 대부분의 종양 유형 위험의 유의미한 증가는 약 100mGy(mSv) 이상의 선량에서만 감지될 수 있다. (For most tumour types in experimental animals and in man a significant increase in risk is only detectable at doses above about 100mGy(mSv).)
-유엔과학위원회(UNSCEAR), 「UNSCEAR 2000 REPORT Vol. II」, 부록 G, 2000, p.159

이제 방산선량 안전 기준을 만들어야 하겠죠. 하지만 그 기준을 1~2주에 100mSv로 정할 수는 없습니다. 100mSv 이하에서는 암과의 관련성이 입증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관련 없다"가 아니라, "관련성을 모른다"가 정확한 표현입니다. 따라서 그 이하에서도 충분히 암이 발병할 수 있다고 전제해야 합니다.

100mSv 이하의 낮은 방사선량 영역에서는 건강상의 그 어떠한 영향이 있다고 분명하게 밝혀진 것이 없기 때문에, 작은 방사선량에서도 암 발생 확률이 있다고 가정하고, 방사선량과 암 발생이 비례한다는 가설(을 채택하고 있다.) 
- 에너지경제연구원 「세계원전시장 인사이트」, 2019년 7월 29일, p.3


● 1년에 1mSv를 목표로 관리하자는 약속

우리는 살면서 방사능을 받습니다. 땅에서도 방사선이 나오기 때문에 서있기만 해도 영향을 받습니다. 바나나를 먹을 때도 그렇습니다. 방사성 물질인 칼륨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런 자연 방사능을 평균적으로 계산해보면, 한국인의 경우 1년에 3.1mSv의 방사선을 받는다고 합니다. 

자연 방사능은 안 받고 살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암과의 상관 관계가 유의미하게 밝혀진 100mSv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긴 합니다.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요청해 국가별 자연방사선 현황을 받아 봤습니다. 한국은 세계 평균에 비해 자연 방사선이 약간 높은 편입니다. 화강암이 많은 지질 특성 때문에 지각 방사선량이 높게 측정되기 때문입니다. 

국가별 자연방사선 피폭현황
관련 이미지
이제부터 어떻게 관리하느냐의 문제가 남습니다. 조절이 불가능한 자연 방사선 말고, 인위적인 인공 방사선 만큼은 어떻게든 기준을 만들어 조절해 보기로 합니다. 라돈 침대에서 나오는 방사선, 일본 같은 경우는 후쿠시마 원전 폭발 때문에 생긴 방사선 같은 것들입니다. 

국제 사회는 이에 대한 안전 기준을 만드는 식으로 논의를 좁혀갑니다. 암과의 상관 관계가 밝혀진 게 1~2주에 100mSv 이상인데, 넉넉하게, 매우 보수적으로, 1년에 1mSv 정도로 관리하자는 기준이 굳혀집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연간 1mSv를 기본안전기준(Basic Safety Standards)라고 부릅니다. 엑스레이 10번 찍는 정도의 방사선량입니다. 

계획된 상황에서 일반적인 피폭에 대한 방사선량은 연간 1mSv의 선량 한계보다 낮아야 한다. (The value for the dose constraint for public exposure in a planned exposure situation should be below the dose limit for the effective dose of 1 mSv in a year.)
- 국제원자력기구(IAEA), 「IAEA Safety Standards for protecting people and the environment」, 2018, p.25

이는 1년에 1mSv 넘지 않게 '관리'하자는, 이른바 '목표' 기준에 가깝습니다. 엑스레이 10번 찍으면 안전하고, 11번 찍으면 위험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 안전기준치 0.23μSv는 어떻게 생겨났나

이제 본격적으로 일본의 안전 기준치로 알려진 시간당 0.23μSv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에서는 1년 단위가 아닌 시간 단위로 방사선량을 측정하고 있습니다. 후쿠시마는 워낙 심각한 상황이다 보니, 측정기로 당장의 방사선량을 빨리 측정한 뒤, 오염됐으면 기민하게 제염 작업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상황이 급박한데 1년 동안 기다렸다가 그간의 방사선량을 측정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렇게 나온 게 시간당 0.23μSv입니다. 그런데, 이 수치 역시 연간 1mSv라는 국제 기준을 역산한 결과입니다.

과정은 조금 복잡합니다. 하루 중 8시간은 야외에, 16시간은 실내에 지내고, 실내는 야외 방사선량의 40%라고 또 가정합니다. 측정기의 특성도 고려합니다. 측정기는 인공 방사선량뿐만 아니라 지각에서 나오는 자연 방사선량(0.04μSv)이 합쳐서 나오기 때문이 이를 더해야 합니다.

0.23은 어떻게 나온 숫자인가?
(1) 하루 중 8시간은 야외, 16시간은 실내에서 지낸다고 가정
(2) 실내의 공간선량률은 야외의 40%라고 가정
     0.19μSv/h X (8시간 + 0.4 X 16시간)/1일 X 365일 = 약 1mSv
(3) 일본 지각에서 오는 자연 방사능에 의한 공간선량률 평균 0.04μSv/h
    0.19 + 0.04 = 0.23μSv/h → 이를 오염 지역으로 보고 제염 작업
- 조건우·박세용, 「방사능 팩트체크」, 북스힐, 2021년, p.24


조금 복잡한 계산이었지만, 시간당 0.23μSv라는 기준치 역시 1년에 1mSv라는 기준치를 준용하고 있는 만큼, 그 성격은 같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시간당 0.23μSv 넘지 않게 '관리'하자는, 이른바 '목표' 기준인 셈입니다. 엑스레이 10번은 안전하고, 11번은 위험하고 볼 수 없듯, 시간당 0.23μSv 조금 넘으면 무조건 위험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실제, 한국에서 1년에 1mSv 기준을 준용해 시간당 기준치를 만든다면, 지각 방사선량이 높기 때문에 시간당 0.31μSv(시간당 0.19μSv+시간당 지각방사능 0.12μSv)입니다.

저희 사실은팀이 이 안전 기준치로 알려진 시간당 0.23μSv 문제를 한 발 더 팩트체크 한 이유는, 1년에 1mSv 혹은 시간당 0.23μSv 넘는 곳에서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연구마다 다르지만 미국의 대도시 덴버는 연간 3~10mSv 수준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중국의 쓰촨성 일부 지역은 시간당 최대 9.1μSv까지 나오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심지어 한국도 있습니다. 한국도 화강암이나 우라늄이 많은 지역은 시간당 0.23μSv 육박합니다. 하지만 그 곳에 사는 분들 보고 "위험한 곳에 산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애시당초 그 기준이, 1년에 1mSv 넘으면 위험하다고, 혹은 시간당 0.23μSv 넘으면 위험하다고 설정한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기준 조금 넘는 곳에 사시는 분들도 다를 것 없이 무탈하게 살고 있는데, 수치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면 그 분들을 무서운 곳에 사는 사람들로 만드는 꼴이 됩니다. 저를 비롯해 언론에서 숫자 기준만 보고 엄정하게 접근하는 건 그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죄송해서 팩트체크했습니다.

올림픽 방사능 팩트체크, 내일 한 번 더 이어가겠습니다. 내일은 방사능 팩트체크로 책까진 낸 박세용 SBS기자와 이야기 나눠보려고 합니다. 이번 올림픽 기간 동안 나온 여러 방사능 관련 의혹들을 짚어 보고, 방사능 공포의 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팩트 참고자료>
조건우·박세용, 「방사능 팩트체크」, 북스힐, 2021년
유엔과학위원회(UNSCEAR), 「UNSCEAR 2000 REPORT Vol. II」, 부록 G, 2000
에너지경제연구원, 「세계원전시장 인사이트」, 2019년 7월 29일
한국원자력위원회, 「해외 자연방사선 피폭 현황」 (요청자료)
국제원자력기구(IAEA), 「IAEA Safety Standards for protecting people and the environment」, 2018


(자료조사 : 김정연, 양보원)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