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워싱턴 인사이트] 코로나 백신이 물백신?…델타 변이 최전선 미국 의사들에게 물어보니

[워싱턴 인사이트] 코로나 백신이 물백신?…델타 변이 최전선 미국 의사들에게 물어보니

김수형 기자 sean@sbs.co.kr

작성 2021.08.08 14:56 수정 2021.08.09 14:39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기사 대표 이미지:[워싱턴 인사이트] 코로나 백신이 물백신?…델타 변이 최전선 미국 의사들에게 물어보니

델타 변이 직격탄 맞은 미주리…'백신 불신'이 불러온 대가

미국 거의 정중앙에 위치한 미주리주는 미국에서 델타 변이의 직격탄을 가장 먼저 맞은 지역입니다. 지난해 11월 중순, 하루 감염자 5천 명으로 정점을 찍고 갈수록 줄어들다가 지난 6월 초에는 잠시 300명대로 안정화됐습니다(인구가 610만 명밖에 안 되는 주에서, 하루 5천 명씩 감염될 수 있다는 것도 놀라운 일입니다). 그러다 6월 말쯤 하수처리장에서 델타 변이가 발견됐다는 불길한 뉴스가 나왔습니다. 그 뒤로 미주리의 코로나 감염자 그래프는 델타 변이로 불이 붙어 하늘로 날아오르는 중입니다. 일주일 평균 수치로 봤을 때 매일 3천 명에 육박하는 코로나 환자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미국 전체 지도를 놓고 보면 위로는 미주리부터 좌로는 텍사스, 우로는 플로리다까지가 미국의 델타 변이 삼각지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삼각형 근처 7개 주에서 미국 전체 감염자의 절반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김수형 워싱턴 인사이트
가장 큰 원인은 미주리의 백신 접종률이 전체의 42%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미국 전체에서 접종을 완료한 사람이 이제 막 50%를 넘었는데, 미주리는 아직 평균에도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인 겁니다. 그나마 대도시와 큰 카운티에서 접종률이 높아서 이정도지, 10%대에 불과한 카운티도 수두룩합니다. 백신 접종률이 낮은 곳은 거의 예외 없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번 대선도 득표율을 보면 트럼프 56.8%, 바이든 41.4%로 트럼프가 미주리에서 낙승했습니다. 2000년부터 지금까지 6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이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백신을 맞으면 불임이 된다, 몸에 마이크로 칩이 심어진다, 자석으로 인체가 변한다는 식의 황당한 백신 음모론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미주리주는 백신 불신이 만들어낸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콕스헬스는 미주리에 병원을 6개 가지고 있는 이 지역의 대표 병원입니다. CEO인 스티브 에드워드가 트위터에 병원 코로나 상황을 상당히 자세하게 올려줘 미주리주의 델타 변이 상황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최근 미주리 상황을 언급할 때는 미국 언론에도 콕스헬스는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있습니다(CBS는 지난주 월요일 이 병원 앞에서 현장 라이브 꼭지를 방송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델타 변이가 지배종이 된 상황에서 미국 의료진들이 현장에서 델타 변이에 대해서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 물어보기 위해 화상 인터뷰를 직접 섭외했습니다.
 

"환자는 더 젊고, 상태는 더 빨리 악화된다"…최악의 겨울 능가하는 '델타 변이 퍼펙트 스톰'

콕스 헬스는 코로나 환자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는 상태입니다. 스티브 에드워드 콕스 헬스 CEO는 지난 1일 코로나 입원 환자가 187명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겨울 코로나로 환자가 제일 많았을 때 170명이 입원했다고 하니 그 한계를 이미 넘어버린 상황입니다. 현재 전체 병원 수용 인원의 90%가 차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 27명이 코로나로 숨졌습니다. 환자 거의 전부는 델타 변이 감염으로 입원한 거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에서 병원에 입원한다는 것은 정말 죽도록 아프다는 걸 의미합니다. 워낙 병원 문턱이 높은 미국에서 입원 결정을 하는 건 쉬운 게 아닙니다. 버티다, 버티다, 이러다 죽겠다 싶어 실려 온 사람이 이만큼 많다는 건 델타 변이가 얼마나 강하게 미주리를 강타했는지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백신이 없던 지난해도 이맘때는 소강국면을 보였던 미국이었던 걸 감안하면 델타 변이가 폭발적인 감염 확산을 이끌고 있는 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 

병원에서 코로나 입원 환자들을 직접 치료하고 있는 트로트맨 콕스헬스 감염병 전문의는 "환자들은 더 젊어졌고, 상태는 더 빨리 악화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겨울에는 요양원 등을 중심으로 노인 환자들이 병원에 밀려들어 왔다면, 지금은 젊은 환자들이 대다수라는 것입니다(에드워드 CEO는 환자 나이 평균으로 12세가 내려갔다고 부연했습니다). 환자들의 특징에 대해서는 초고도 비만 환자들이 많은데, 비만이라는 위험 요소는 코로나 감염 때 더 대응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습니다. 덩치 큰 환자들이 몰려들면서 의료진들이 환자를 치료하는 데 물리적인 힘이 많이 들어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김수형 워싱턴 인사이트
트로트맨 전문의는 델타 변이의 잠복기가 대단히 짧다는 걸 현장에서 생생하게 느끼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기존 코로나바이러스는 적어도 5일 정도 지나 증세가 나타나고 병원에 오는 경우는 10일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이보다 훨씬 더 빨리 병원에 입원하고 있고, 중증으로 진행하는 것도 예전보다 훨씬 빨라졌다고 합니다. 또한 산소호흡기를 착용하는 비율도 예전보다 훨씬 증가한 것도 특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입원하는 환자 대부분이 결국 산소호흡기를 착용하게 되는데, 델타 변이의 위력은 그만큼 강력하다는 걸 피부로 체감하고 있는 겁니다. 게다가 산소호흡기를 착용하고 회복하기까지도 더 긴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렇게 증세가 심해 집중적인 치료를 하기 때문에 회복된 사람들도 예전보다 더 구조적인 후유증을 앓게 될 거 같다고 우려했습니다.
 

"환자 절대 다수 백신 미접종자"…"백신 맞아야 죽을병이 감기가 된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건 병원에 입원해 있는 절대다수가 백신을 안 맞은 사람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에드워드 CEO는 입원 환자의 97%가 백신을 맞지 않았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이 백신을 맞았더라면 코로나 병동은 지금 거의 비어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트로트맨 전문의에게 이번 델타 변이 사태를 백신 안 맞은 사람들의 팬데믹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거냐고 물어보니, "확실히 그렇다"고 동의하면서 "내가 돌보는 환자 거의 전부가 백신을 맞지 않은 사람"이라고 자신의 경험을 말했습니다.

김수형 워싱턴 인사이트
백신을 맞고 입원해 사망한 사례는 없냐고 물어보니, 에드워드 CEO는 "그런 사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돌파감염 사례는 거의 대부분 이미 지병으로 몸이 많이 불편했던 사람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면역체계가 약하고, 백신을 맞아도 항체를 충분히 형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얘기였는데, 트로트맨 전문의는 자신이 돌보는 돌파감염 사례는 "백혈병 약을 복용하고 있거나,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고 있었던 사람 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병원에서 발생하고 있는 3% 정도 되는 돌파감염 내에서도 평소 건강하던 사람이 입원실에 오는 사례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는 설명했습니다.

백신의 효능에 대해서 에드워드 CEO는 "백신을 맞아야 걸리면 죽을지도 모르는 병을 복잡한 감기 정도로 앓고 넘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트로트맨 전문의는 작년에 병원을 가득 채웠던 노인들이 지금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들은 절대 다수가 백신 접종을 마쳤기 때문에 병원에 올 일이 없었던 거라며, 이게 백신의 효능이 아니면 뭐겠냐고 지적했습니다. 게다가 백신 접종을 마친 의료진들도 정기적으로 코로나 검사를 하는데, 의료진들이 델타 변이 환자에 노출돼 돌파감염이 일어나더라도 그냥 감기 증세 정도로 앓고 회복했다고 말했습니다. 그걸 바로 옆에서 보는 상황에서 백신의 효능은 엄청나다고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일단 입원하면 엄청나게 큰 고통과 후유증을 얻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최대한 많은 사람이 백신을 맞는 게 최선이라는 게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결론이었습니다.

돌파감염 자체가 큰 문제가 아니기는 해도, 일단 감염이 되면 다른 사람에게 옮길 수 있다는 것이 충분히 확인된 만큼 백신을 맞은 사람도 CDC 권고에 따라 마스크 착용을 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간단한 결론이지만 이들은 백신과 마스크가 델타 변이에 대항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점을 거듭 확인해줬습니다. 

김수형 워싱턴 인사이트

백신 접종 여전히 기약 없는 미국…공중보건 대책 부재에 분노

에드워드 CEO는 여전히 백신 접종률은 낮고, 다른 공중보건 수단을 사용할 수 없는 미주리 상황에 깊은 절망감을 표시했습니다. 특히 이런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가 필수지만 선출된 정치인들이 그런 조치를 내리는 것을 너무나 주저하고 있다고 우회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실제 적극적으로 마스크 의무 착용을 하지 못하게 주지사가 행정명령을 내린 곳도 미국 내에서는 상당수 존재합니다. 손발이 다 묶인 상황에서 백신이라도 맞아야 하지만 너무나 강력한 음모론이 자리 잡고 있고, 접종을 꺼리는 문화가 있는 상황에서 델타 변이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거 같다고 한탄했습니다. 미국은 영국처럼 백신 접종률이 따라가 주질 않으니 가까운 시일 내에 영국처럼 델타 변이 안정기에 들어갈 거 같지 않다고 우려했습니다.

우리나라에 백신이 부족하다는 건 이들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이 추진하고 있는 강력한 보건정책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이들은 백신 접종의 기회가 온다면 절대 놓치지 말고 꼭 맞으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습니다. 에드워드 CEO는 콕스 헬스에서 헌신적으로 코로나 환자를 돌보는 한국인 의료진이 꽤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들이 헌신적인 노력 덕분에 미주리의 코로나 환자들이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감사를 표시했습니다. SBS에서 인터뷰 제안이 들어왔을 때, 자신들이 델타 변이 환자를 치료하면서 알게 된 내용을 조금이라도 한국에 알려서, 이들의 노력에 보답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국인의 좋은 이미지를 만들고 있는 훌륭한 분들이 미국 도처에 많이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습니다.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