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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GM은 '크루즈(CRUISE)'를 독점할 수 있을까?…법원으로 간 '자율주행 시스템'

[취재파일] GM은 '크루즈(CRUISE)'를 독점할 수 있을까?…법원으로 간 '자율주행 시스템'

'크루즈(Cruise)'가 뭐길래…'상표 전쟁' 나선 GM과 포드

영어로 크루즈(cruise)는 동사로서는 1) 목적지를 두지 않고 이리저리 떠돌다 2) 정해진 속도로 운항하다 3) 어린아이가 가구 등을 잡고 걸음마를 하다 4) 유람선을 타고 놀다는 등의 의미를 갖는다. 명사로서 크루즈는 1) 유람 2) 유람선 3) 순항 미사일 등의 의미를 갖는다. 일반적으로 '크루즈'하면 급하지 않게 미끄러지듯이 부드럽게 움직이는 모습을 연상하게 된다.

자동차 분야에서 크루즈는 일정한 속도로 맞추어 놓으면 별도의 조작 없이 그 속도로 주행을 하는 크루즈 컨트롤(Cruise Control) 기능으로 오래 전부터 알려져 왔다. 미국에서는 2013년 9월 칼 보그트(Kyle Vogt)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자율주행 자동차 회사 '크루즈(Cruise)'를 설립하면서, 자율주행자동차에 '크루즈'라는 명칭을 적용했다.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인 지엠(GM: General Motors)과 지엠의 로보택시 자회사 크루즈(Cruise)는 지난 7월23일 미국 제2의 자동차 회사인 포드(Ford Motor Company)가 새로 발표한 자율주행 자동차시트템에 '블루 크루즈(Blue Cruise)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을 막아 달라고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NDCA: Northern District of California)에 소송을 냈다.

포드의 자율주행시스템 '블루크루즈'

GM과 크루즈는 포드가 지난 4월 공개한 자율주행시스템(hands-free driving system) '블루크루즈(BlueCruise)'가 GM의 자율주행시스템 '크루즈(Cruise)'와 '수퍼크루즈(SuperCruise)' 상표와 혼동을 초래한다며, 상표법과 공정거래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GM과 크루즈는 지난 10년 동안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왔으며, 지난 2017년 GM의 캐딜락 자동차에 '수퍼크루즈' 시스템을 장착했고 앞으로 몇 년 안에 22개의 다른 GM 자동차에도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GM과 크루즈는 소장에서 "포드가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주행할 수 있도록 하는 고속도로 자율주행시스템에 '블루크루즈'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것은 GM과 크루즈가 개발해 사용하는 크루즈 패밀리 상표와 혼동을 초래하고 그동안 자신들이 쌓은 브랜드 자산을 침해하는 뻔뻔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GM은 지난 2016년 자율주행 자동차 회사 '크루즈'를 인수했고, 두 회사는 자율주행 관련 상품과 서비스에 '크루즈'와 '크루즈'를 포함한 상표들을 출원해왔다. GM은 지난 2013년부터 자율주행시스템에 '수퍼크루즈라'는 명칭을 사용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GM은 2016년 1월 미국자동차엔지니어협회(SAE: Society of Automotive Engineers)가 정한 2단계 자율주행시스템 '수퍼크루즈(SuperCruise), 2018년 9월에는 좀 더 업그레이드된 2단계(Level2) 자율주행시스템 '울트라크루즈(UltraCruise)', 2021년 1월에는 3단계(Level3) 자율주행시스템(autonomous driving) '하이퍼크루즈(HyperCruise)'를 상표 출원했다.

미국특허청에 등록된 GM의 자율주행소프트웨어 상표 'CRUISE'

포드는 올 연말부터 포드의 기존 코-파일럿360(Co-pilot 360) 시스템을 장착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새로운 '블루크루즈' 핸즈프리 고속도로 자율주행시스템 소프트웨어를 내려 받아 사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지난 4월 발표했다. 포드에 따르면 '블루크루즈'는 카메라와 레이다 사물 인식, 자율주행컨트롤, 차선이탈방지 같은 첨단 기술을 적용했다.

포드는 블루크루즈가 테슬라자동차의 오토파일럿(Autopilot)과 유사한 2단계(Level 2) 자율주행 기술이지만, 미국과 캐나다의 고속도로 10만 킬로미터 구간(Hands-free Blue Zone)에서 운전대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운행할 수 있는 진정한 핸즈-프리 경험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테슬라의 오토파일럿과 달리 별다른 상황이 발생하지 않으면 운전자의 개입 없이 자율 주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법률 소송 전문 매체 로360(Law360)에 따르면 GM은 소장에서 "포드가 다른 회사가 사용하는 '파일럿' 시스템에 안전문제가 발생하자 평판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우려해 기존의 '코-파일럿 360'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고 '크루즈'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시스템 '오토파일럿(Autopilot)'을 적용한 차량에서 사고가 빈발하자, 포드가 '파일럿(Pilot)'이라는 이름을 포기하고 '크루즈(Cruise)'라는 이름을 선택했다는 주장이다.

GM은 "포드는 자신들이 무엇을 하려는지 명확히 알고 있다. 포드는 링컨(Lincoln) 같은 고급 자동차 모델에 적용한 자율주행시스템 '액티브글라이드(ActiveGlide)'를 사용할 수도 있었다."고 밝혔다. GM과 크루즈는 지난 4월 포드의 '블루크루즈' 출시 발표 이후 협상을 하려했지만 실패했다며, 소송 이외의 다른 해결 방법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포드는 GM과 크루즈의 소송에 대해 '실체가 없는 공허하고 경박한(meritless and frivolous)' 주장이라고 발표했다.

로360에 따르면 포드자동차의 대변인은 "지난 수십년 동안 운전자들은 크루즈 컨트롤(Cruise Control)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으며, 모든 자동차 제조회사들이 이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크루즈(cruise)는 모두가 공통으로 사용하는 약칭(Shorthand)이다. 그래서 핸즈프리 블루존(운전자가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운전할 수 있는 고속도로 구간)과 첨단 자율주행기능을 융합한 포드의 차세대 주변 환경 적응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Intelligent Adaptive Cruise Control) 시스템의 이름으로 블루크루즈(BlueCruise)를 선택한 것이다."고 밝혔다.

미국특허청에 상표 출원된 GM의 자율주행시스템 'SUPERCRUISE'

GM은 '크루즈'를 독점할 수 있을까?…식별력 확보가 관건

상표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른 상품과 구별되는 고유의 식별력을 가져야 한다. 이런 식별력 수준에 따라 상표는 1) 일반 명칭(Generic) 상표 2) 기술적 명칭(Descriptive) 상표 3) 암시적 명칭(Suggestive) 상표 4) 임의 명칭(Arbitrary) 상표 5) 조어 또는 창작 명칭(Coined 또는 Fanciful) 상표로 구분된다.

식별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암시적 명칭과 임의 명칭, 조어 또는 창작 명칭은 그대로 상표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일반 명칭은 상표로 인정받을 수 없다. 상품이나 서비스의 성질이나 특성을 묘사하는 기술적 명칭은 사용에 의해 원래 의미와 다른 2차적 의미를 확보했을 때 상표로 등록이 가능하다.

과일 상품을 '사과(apple)'로 부르는 식의 일반적 명칭은 식별력을 확보할 수 없다. 과일 상품에 '사과'를 상표로 인정할 경우 다른 사람들이 사과를 '사과'로 부르지 못하는 공정사용(fair use) 또는 독점의 문제도 발생하므로 상표로 인정되지 않는다. 미국의 컴퓨터 회사 '애플'의 경우처럼 '사과(Apple)'를 과일 상표가 아닌 컴퓨터 상표로 사용하는 것은 '임의 명칭'으로 상표로 인정된다.

기술적 상표는 사용에 의해 그 상품이나 서비스의 일반적인 특성이 아닌 그 상품이나 서비스를 특정할 수 있는 2차적인 의미를 확보했을 때 상표로 인정받을 수 있다. 바르는 약 '물파스', 김치통 '터치락', 병원 이름으로 '이편한병원' 등이 2차적 의미를 확보한 상표다.

GM의 '크루즈'는 미국특허청에 상표로 등록됐다는 점에서 나름대로의 식별력을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다. '크루즈'가 자율주행시스템 소프트웨어로(S/W)를 의미하는 기술적 포장으로 식별력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상표로 등록됐다는 것은 미국 특허청이 '크루즈'가 사용에 의해 일반 사용자들 사이에서 GM의 자율주행시스템으로 인식된다고 평가했다는 의미이다.

포드가 자율주행시스템에 사용하기로 한 '블루크루즈'라는 명칭은 GM의 자율주행시스템 '수퍼크루즈'와 유사해 헷갈리는 혼동의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하지만 '크루즈(cruise)'라는 단어가 자동차 업계에서 오랫동안 사용돼온 기술적 용어라는 점에서 GM이 포드와의 상표소송에서 식별력을 다시 인정받을 수 있을 지는 불확실하다. 크루즈라는 용어를 여러 자동차 회사가 사용하는 상황이라면 '크루즈'를 바로 GM과 결부시키는 소비자가 많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2차적 의미(secondary meaning)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돼 상표 등록이 취소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GM이 '크루즈'의 2차적 의미를 인정받는다 해도 포드는 '크루즈'라는 용어가 자동차업계에서 자율주행시스템을 의미하는 보편적인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며 상표법 상의 공정사용(fair use)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크루즈' 이외에 자율주행시스템을 지칭하는 용어를 찾을 수 없고, 이는 용어의 독점 문제가 발행한다는 주장이다.

미국자동차엔지니어협회 SAE 기준 자율주행 6단계

완전 자율주행 선점 경쟁 치열…차세대 자동차 최강자는?

미국 자동차엔지니어협회 SAE는 자동차의 자율주행 자동화 단계를 0에서 5까지 6단계로 분류한다. 테슬라, GM, 포드, 벤츠, 혼다 등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은 주변 환경 변화에 따라 차선 변경과 신호 인식, 주차는 물론 원격으로 호출까지 가능한 완전자율주행자동차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혼다는 지난 3월 교통상황을 감지해 막히는 길을 피해갈 수도 있는 3단계 자율주행 자동차 1백대를 리스 방식으로 출시하겠다고 발표헸다. 벤츠도 올해 안에 3단계 자율주행 자동차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고, 곧 4단계 자율주행 자동차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자동차의 선두주자인 테슬라자동차는 운전자 없이도 운행할 수 있는 5단계 완전자율주행(Full Self-Driving) 자동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시장에 나온 자동차들은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고 운행상황을 감시하고, 긴급한 상황에서 개입해야 하는 2단계 자율주행시스템이다. 현재 운행하고 있는 3단계 자율주행자동차는 특정 구간에서만 운행되고 있다. 도로 구조나 교통표지판, 신호체계, 도색 등이 지역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GM은 20만 마일(32만 킬로미터)에 달하는 미국과 캐나다 지역의 고속도로에서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주행할 수 있는 3단계 자율주행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으며, 포드는 미국과 북미의 10만 마일(16만 킬로미터) 고속도로에서 핸즈프리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자동차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자율주행기능이 있는 자동차를 구매하면 자율주행 프로그램 소프트웨어를 무선으로 다운로드 받는 방식으로 성능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자동차도 컴퓨터처럼 새로운 프로그램을 내려 받아 버전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것이다.

GM이 자율주행시스템 '크루즈(Cruise)'의 상표권을 놓고 포드를 상대로 소송에 나선 것은 이처럼 확산하고 있는 자율주행자동차의 운영체제를 선점해 자율주행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장악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포드자동차가 '블루크루즈'를 발표하면서, 미국에서 자율주행시스템의 명칭은 테슬라의 '파일럿(Pilot)' 계열과 GM의 크루즈(Cruise)' 계열로 양분되는 모습이다.

카이스트 지식재산대학원 박성필 교수는 "GM이 포드의 '블루크루즈' 상표가 자신의 'CRUISE' 또는 'SUPER CRUISE' 상표를 침해했다는 판단을 받으려면 상표와 지정상품(자율주행 SW)의 유사성 때문에 소비자의 혼동가능성(likelihood of confusion)이 있음을 입증해야 한다. 반면 포드 측에서는 CRUISE라는 단어가 사전에도 등재되어 있는 만큼 보통명칭임을 주장하거나, 최소한 기술적표장으로서 2차적의미(secondary meaning)를 확립하지 못했음을 주장할 것이다. 설령 GM이 여론조사 등을 통해 '크루즈'의 2차적 의미를 입증했다 하더라도 포드는 자동차 업계에서 '크루즈'가 자율주행기능을 지칭하는 용어로 광범위하게 사용돼 온 만큼 '크루즈'라는 용어를 제외하고 다른 용어로 자율주행 기능을 표현할 수 없다는 공정사용(fair use)이라 항변할 것"이라고 말했다.

㈜휴롬의 이진수 지식재산본부장은 "미국은 사용에 의하여 상표권이 확보되지만 특허청의 심사를 받아 연방 주등록 상표로 등록되면 상표권의 유효성이 일응의 증거(prima facie evidence)로 추정된다{15 U.S.C. 1057 (Section 7 of the Lanham Act)}. 지엠(GM)과 크루즈사는 크루즈(Cruise) 상표를 자동차 자율 주행용 컴퓨터소프트웨어에 대한 연방 주등록 상표로 등록 받았다(Cruise TMRN 6,008,158). 따라서 그 유효성이 추정된다. 다만 등록일로부터 계속 5년이 지나지 않았으므로 연방상표법 {15 U.S.C. 1065}에 정한 불가쟁력(Incontestability)까지는 발생하지 않았다.

'크루즈(cruise)와 수퍼크루즈'가 자율주행시스템으로 연방 주등록상표로 등록된 점을 보면 미국 특허청은 지엠(GM)과 크루즈사의 '크루즈'가 미국 소비자에게 식별력을 확보한 것으로 인정했다. 자율주행시스템과 관련 '크루즈(cruise)'가 포함된 명칭을 상표로 사용하려는 자동차 회사는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증거(Clear and Convincing Evidence)로 상표의 무효성을 증명하여야 한다. 이 증명은 우세 증거 기준(preponderance of the evidence standard)보다 더 염격한 증명 수준으로 무언가를 증명하려면 당사자가 자신의 주장이 상대편 주장보다 사실일 훨씬 더 높다는 것을 증명하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포드사는 크루즈가 식별력을 취득하지 못하였음을 명확하고 설득력 있게 증명해야 할 것이다.

포드가 이를 증명하지 못하면, 1) 포드 등 다른 자동차 회사들은 '크루즈'가 다른 자동차 명칭과 함께 사용돼 중요한 부분 '요부'가 아니라거나 2) 상표가 아닌 설명 문구로 사용되었음을 증명해야 할 것이다. 이 증명에 실패하면 소비자들이 크루즈 상표를 부착한 포드사의 자동차에 지엠(GM)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가 사용됐거나 견련 관계가 있을 것으로 오인 혼동할 수 있음을 GM이 입증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닐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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