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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도쿄올림픽의 성평등 어디까지 왔을까?

[마부작침] 도쿄올림픽의 성평등 어디까지 왔을까?
우여곡절 끝에 2020 도쿄올림픽이 열리고 있습니다. 우리 선수들의 메달 소식이 연이어 들리고 있어서 코로나 시대를 견딜 수 있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물론 메달이 다는 아니겠죠. 5년간 땀 흘려 노력한 선수들이 이 큰 대회에 참여하고 경쟁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박수받아 마땅한 분들이니까요. 코로나19 여파로 올림픽이 무관중으로 열리면서 인기와 흥행이 예전만 못하지 않을까 우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골판지로 만든 선수촌 침대도 전 세계적으로 이슈가 됐고 도쿄의 폭염 아래서 뛰는 선수들을 걱정하는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젠더 이슈 역시 또 하나의 키워드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도쿄올림픽이 대내외적으로 성평등 올림픽을 선언하기도 했고, 참여하는 선수들의 유니폼 논란도 있었죠. 우리나라에선 안산 선수가 숏컷을 했다는 것에 대한 이상한 논란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마부뉴스가 준비한 질문은 바로 이겁니다.

"도쿄올림픽의 성평등, 어디까지 왔을까?"

남녀 50:50에 제일 가까운 도쿄올림픽


"다양성 안의 통일성, 서로를 받아들이자!"는 이번 도쿄올림픽의 핵심 가치 중 하나입니다. 도쿄올림픽은 인종, 성별, 성적 지향, 종교 등 어떠한 차이가 있더라도 그 차이를 수용하고 존중하는 대회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그 노력의 영향일까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커밍아웃한 성소수자 선수는 23명에 불과했지만 이번 도쿄올림픽에선 최소 168명이 출전합니다. 게다가 처음으로 트랜스젠더 선수가 출전하는 기록을 세웠죠.

괄목할만한 부분은 여성 선수 참여 비율입니다. IOC는 도쿄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 중 여성의 비율이 48.5%로 역대 올림픽 중 남녀 비율이 가장 50:50에 근접한 대회라고 이야기합니다. 여성 선수의 참여가 과거 경기보다 많이 올라왔다는 건데, 실제 데이터로 직접 살펴보겠습니다. 1896년부터 2020년까지 하계올림픽에 출전한 모든 선수의 데이터를 모아서 분석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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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6년 쿠베르탱 남작이 부활시킨 1회 근대올림픽에는 참가 선수 모두 남성이었습니다. 고대 올림픽을 표방한다는 이유로 여성 선수는 참여할 수 없었거든요. 당연히 반발이 있었고, 이후에는 조금씩 여성 선수의 참여를 허락해줬습니다. 하지만 미미한 수준이었습니다. 여성 선수가 1천 명 이상 참여(종목 기준)한 첫 올림픽은 1952년에 열린 헬싱키올림픽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성비는 8:2 수준으로 남성이 압도적이죠.

지금은 어떨까요? 도쿄올림픽 홈페이지에 1만 1천701명(7월 30일 기준, 계속 업데이트가 이뤄지고 있습니다)이 등록되어 있는데 이 중에 남성이 6천115명, 여성이 5천586명입니다. 여성 선수의 비율은 전체의 47.7%. 그래프를 보면 IOC가 이야기한 대로 역대 대회 중 가장 남녀 비율이 동등합니다. 게다가 미국이나 중국, 영국의 경우에는 여성 선수가 남성 선수보다 더 많기도 하죠.
 

혼성 종목 늘리고성평등을 위한 IOC의 노력


IOC는 올림픽에서의 성평등 실현을 매우 중요한 요소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IOC는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최초로 전 참가국에서 여성 선수를 출전하는 규정을 만들기도 했고요. 물론 의무규정은 아니었지만, 시행의 결과로 브루나이,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3개국에서 처음으로 여성 선수가 출전했습니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선 모든 국가가 최소 1명 이상의 남녀 선수를 대회에 참가시키는 규정을 적용시켰습니다. 선수단 입장할 때 2명의 기수(남성 1명, 여성 1명)를 하도록 허용도 해주었죠.

혼성 종목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는 총 18개 종목에서 혼성 경기가 이뤄지고 있는데 지난 리우올림픽(9개)과 비교하면 2배로 늘어난 수치입니다. 우리나라의 첫 금메달을 선사한 종목이 바로 양궁 혼성단체전이기도 하죠. 뿐만 아니라 남성만 출전할 수 있는 종목, 여성만 출전할 수 있는 종목도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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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그래프는 현재 도쿄올림픽 종목들이 올림픽의 역사 속에서 참여할 수 있었던 성별들을 시각화한 자료입니다. 검은색은 남성 선수만 참여할 수 있는 종목이고, 분홍색은 여성 선수만 참여할 수 있는 종목이죠. 여성 선수가 가장 오래전부터 출전 가능했던 종목은 물에서 할 수 있는 수영과 다이빙입니다. 반면 가장 오랫동안 남성만 출전 가능했던 종목은 복싱이죠. 2012년이 돼서야 그 문이 열렸습니다. 복싱을 마지막으로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최초로 전 종목에 여성 선수가 출전 가능해졌습니다.

이제 남은 건 금남의 벽뿐입니다. 단 2개를 제외한 모든 종목에 남녀 선수들이 올림픽에 출전 가능하죠. 남은 2개의 종목은 리듬체조와 아티스틱 수영(구 싱크로나이즈드 수영)입니다. 이 종목들은 여전히 올림픽에서는 여성만 출전 가능하지만 세계선수권대회 등에 출전한 남성 선수들이 있습니다. 다음 하계올림픽에서는 남아있는 2개의 벽도 깨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봐도 좋지 않을까요?
 

성평등을 위한 노력, 선수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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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입니다… IOC는 다양성을 수용하고 차별 반대에 목소리를 높이지만, 그 주체가 선수면 입장이 달라집니다. 선수가 올림픽에서 차별 반대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정치적 행위라고 규정하고 적극적으로 금지하고 있거든요. 당장 이번 올림픽에서 여자 포환던지기 은메달을 딴 미국의 레이븐 손더스 선수가 시상대에서 X자를 그렸는데, IOC는 바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흑인이면서 동성애자인 레이븐 선수는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한 행동이라고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그녀의 행동이 다양성을 포용해 하나가 되자는 IOC의 방향과 다르진 않을 것 같은데요.

젖먹이 자녀와 생이별을 해야 하는 상황도 연출됐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선수촌에는 아이를 들일 수가 없거든요. 그러다 보니 모유 수유를 해야 하는 여성 선수 입장에서는 일과 가정 중에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거죠. 영국의 양궁 대표인 나오미 포카드 선수는 모유 75팩을 얼려놓고 왔다고 인터뷰하기도 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도쿄올림픽조직위에서 입장을 바꿔 모유 수유를 하고 있는 선수에 한해서 자녀와 동반 입국을 허용했습니다.

선수 경기복에 성차별적 규정으로 제약을 거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남성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유니폼이 가능하지만, 여성은 철저하게 규정되어 있는 종목이 있습니다. 트램펄린의 경우 여성은 타이트하지 않은 옷은 허용하지 않는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남성의 경우에는 그런 표현 없이 반바지, 체육 바지를 허용합니다. 올림픽 종목은 아니지만 비치 핸드볼 종목은 여성은 비키니로 강제, 남성은 반바지를 착용해야만 하죠. 노르웨이 선수들이 비키니 착용을 거부해서 벌금이 부과되기도 했습니다.
 

성차별 극복을 위해 솔루션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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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에 출전한 배드민턴 여성 선수들의 복장입니다. 민소매, 반팔 상관없고, 치마든 반바지든 치마바지든 레깅스든 문제없죠. 자유로운 복장의 플렉스가 느껴집니다. 일부 스포츠 종목에서 여성 선수들의 유니폼을 규제하는 것과 달리 배드민턴은 따로 규정을 두고 있지 않아요. 물론 예전부터 그랬던 건 아닙니다. 2012년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세계배드민턴연맹은 흥행을 위해 여성 선수들에게 미니스커트 유니폼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신설했다가 역풍을 맞아 자율화한거 거든요.

노출 여부를 강제하는 게 아니라 선수들이 가장 좋은 경기력을 뽐낼 수 있도록 자유롭게 유니폼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배드민턴처럼 제도적 뒷받침이 성평등을 향해 한 걸음을 내딛도록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니까요. IOC도 2018년에 <성평등 검토 프로젝트>에 착수하면서 제도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유니폼에 정당하지 않은 차별(unjustifiable differences)이 없도록 실태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오늘 준비한 마부뉴스의 질문은 여기까지입니다. 도쿄올림픽의 성평등은 어디까지 왔다고 생각해나요? 어렴풋이 생각한 것보다는 많이 진전된 모습인 건지, 아니면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는지 여러분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저희가 미쳐 놓쳤던 부분이나 함께 논의하면 좋을 이야기들이 있으면 댓글로 남겨주세요. (*본 기사는 마부작침 뉴스레터를 편집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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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혜민 디자인 : 안준석 인턴 : 김선경, 주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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