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선수들의 소수자 지지 · 불평등 비판 퍼포먼스…IOC, '시상대 시위'는 조사 착수

소수자를 지지하고 불평등을 비판하는 등의 메시지를 담은 각국 선수들의 퍼포먼스가 2020 도쿄올림픽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국제올림픽위원회 (IOC)는 메달 시상식에서 이뤄진 퍼포먼스에 대해서는 조사에 착수하기로 했습니다.

IOC는 지난달 정치적·종교적·인종적 선전을 전면 금지하는 올림픽 헌장 50조를 완화해 경기를 방해하지 않고 동료 선수들을 존중하는 선에서 개인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메달 시상식에서 무릎 꿇기, 주먹 들어 올리기 등 어떠한 형태로든 시위를 하는 건 여전히 금지했기 때문입니다.

IOC는 미국의 여자 포환던지기 은메달리스트인 레이븐 손더스(25)가 시상대 위에서 머리 위로 양손을 교차해 'X'자를 그린 것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마크 애덤스 IOC 대변인은 오늘(2일) 기자회견에서 "세계육상연맹, 미국올림픽·패럴림픽위원회와 접촉 중"이라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손더스는 어제 일본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육상 여자 포환던지기 결선에서 19ｍ79를 던져 중국의 궁리자오(20ｍ58)에 이어 2위에 올랐습니다.

손더스는 시상식에서 다른 메달리스트들과 함께 사진기자들을 위해 포즈를 취하던 도중, 머리 위로 두 팔을 'X'자 모양으로 들어 올렸습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출신의 흑인 여성이자 공개 동성애자인 손더스는 "우리를 우러러보고 우리가 뭔가를 말하거나 우리가 그들을 대변하는지 확인하려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면서 "억압받는 사람들"을 위한 제스처였다고 밝혔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도쿄올림픽 시상식에서 정치적 의사 표현이 나온 건 손더스가 처음이라며 명백한 규정 위반이라고 판단했습니다.

NYT는 징계 수위가 어느 정도일지 가늠할 수 없지만, 최악의 경우 손더스가 메달을 박탈당하거나 향후 국제대회 출전을 금지당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논란이 계속되자 손더스는 늦은 밤 자신의 트위터에 "메달을 박탈해 가라고 하라"며 "내가 넘을 수 없을지라도 경계를 뛰어넘으려고 했다"고 썼습니다.

앞서 손더스는 A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성 소수자와 아프리카계 미국인, 전 세계 흑인들, 정신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 계속 영감을 주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정치적 메시지를 담은 선수들의 퍼포먼스는 이 외에도 여럿 있었습니다.

독일 여자 하키팀의 주장은 경기 중 무지개색 완장을 차고 성 소수자 커뮤니티와의 연대를 표시했습니다.

호주 여자 축구대표팀은 개막전에 앞서 원주민들의 깃발을 펼쳤고, 다른 몇몇 여자 선수들은 인종적 불평등에 항의하는 의미로 무릎을 꿇기도 했습니다.

코스타리카 체조 선수인 루치아나 알바라도는 연기를 마친 뒤 인종 간 평등을 지지하는 뜻에서 무릎을 꿇고 주먹을 들어 올렸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