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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법'은 어떤 보도를 위축시킬 것인가

[취재파일]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법'은 어떤 보도를 위축시킬 것인가

임찬종 기자 cjyim@sbs.co.kr

작성 2021.08.02 16:23 수정 2021.08.02 18:1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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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언론 징벌적 손해배상법은 어떤 보도를 위축시킬 것인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법안(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살펴보다가 의문이 생겼다. 이 법안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허위·조작보도"가 '허위 보도이거나 조작 보도인 경우'를 말하는 것인지, '허위이면서 조작된 보도'를 의미하는 것인지 조금 헷갈리게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해당 조문을 보자.

[언론중재법 개정안] (법안소위 통과한 대안)

제2조 17의3. "허위·조작보도"란 허위의 사실 또는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를 언론, 인터넷뉴스서비스,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을 통해 보도하거나 매개하는 행위를 말한다.

허위+조작 보도가 아니라 허위 보도 또는 조작 보도라는 의미


헷갈리긴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허위·조작보도"란 '허위'이면서 '조작'된 보도가 아니라, '허위'이거나 '조작된' 보도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허위의 사실을 보도하거나 매개하는 행위" 또는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를 보도하거나 매개한 행위" 모두가 "허위·조작보도"인 것이다. 이렇게 해석하지 않는다면 "허위·조작보도"가 "허위의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를 보도하거나 매개하는 행위"인 셈이 되어서 의미가 성립하기 어렵다. 결국 "허위·조작보도"는 "허위이면서 조작된 보도"인 And가 아니라 "허위 또는 조작 보도"인 Or 인 것이다. 사실을 (고의적으로) 조작한 보도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허위' 사실을 보도한 것이라도 "허위·조작보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모든 "허위보도"가 무조건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법안에 따르면 "고의" 또는 "중과실"로 인한 허위보도의 경우에만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된다.

[언론중재법 개정안] (법안소위 통과한 대안)

제30조의2(허위·조작보도에 대한 특칙) ① 법원은 언론등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에 따라 재산상 손해를 입거나 인격권 침해 또는 그 밖의 정신적 고통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다.


문제는 "허위·조작보도"가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요건인 "고의"와 "중과실"을 '추정'할 수 있도록 이 법안 본문에 규정돼 있다는 점이다. 법률을 통해 '추정' 요건을 명시해놓으면, 소송을 제기하는 원고가 아니라 피고(언론사) 측이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을 지게 된다. 일반적인 민사 소송에서는 원고가 입증책임을 지는 것이 원칙인데,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의 경우에는 고의 또는 중과실의 법률상 추정 요건 조항을 통해 입증책임을 언론사 측이 부담하도록 전환해 놓은 것이다.

"고의" 또는 "중과실" 추정 요건의 목적은 고발 보도 봉쇄?

입증책임 전환도 문제지만 "고의" 또는 "중과실"의 추정 요건을 살펴보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 이 조항의 문제점을 자세히 말하기 위해서는 또 한 편의 글이 필요할 정도이니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고발성 보도 또는 고발성 보도의 영향력 확산을 축소하거나 차단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강력하게 의심되는 조항들로 구성돼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나만 예를 들자면 "정정보도 청구가 들어온 기사를 별도의 충분한 검증절차 없이 인용 보도한 경우"도 언론사의 고의 또는 중과실을 추정하도록 돼 있다. A라는 언론사가 고발 보도를 했을 때, B라는 언론사가 A라는 언론사가 보도한 내용에 대해 "별도의 충분한 검증절차" 없이 인용했을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을 당할 수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다른 '고의 또는 중과실 추정 요건'도 문제가 심각하다. 결국 고의 또는 중과실 추정 요건이 광범위하고 부적절하게 규정되면서 원고 입장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고발 보도를 봉쇄하거나 고발 보도에 대해 보복할 수 있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언론사 입장에서는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었음을 입증하기 위해 취재 과정에 대해 공개해야 하는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언론중재법 소위 강행 처리
지금까지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법안을 추진하고 있는 민주당 측이 명확하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법조문을 살펴보면 "허위·조작보도"에는 조작 보도뿐만 아니라 (단순한) 허위 보도도 포함된다.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고의 또는 중과실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법안에는 매우 포괄적이고 부적절한 요건만 충족시키면 일단 언론사 측에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것으로 가정(추정)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와 같은 가정(추정)은 소송을 당한 언론사 측이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다는 점을 직접 입증해 깨지 않으면 재판에서 사실로 확정되기 때문에 언론사 측은 취재 과정 공개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감당해야 한다.

징벌적 손해배상법이 있었다면 '태블릿 PC' 보도는 어떻게 됐을까?


이와 같은 법안이 실제로 통과되었을 때 어떤 효과가 있을지 2016년 겨울 촛불집회를 촉발시켰던 JTBC의 '태블릿 PC 보도'의 경우에 비춰서 설명해보자. JTBC의 '태블릿 PC' 보도는 전반적인 내용이 진실에 부합했지만 일부 내용 중 사후적으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진 대목도 있다. 그런데 2016년 10월 JTBC의 보도 직후, 보도의 대상이었던 최서원 씨(옛 이름 최순실)가 허위사실이 보도됐다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를 청구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태블릿PC 최순실 생일선물
지금 논의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법안(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시행된 상태였다면, JTBC가 아닌 다른 언론사는 태블릿 PC 기사를 인용해서 보도하지 못했을 것이다. 정정보도 청구가 들어온 기사의 경우 별도의 충분한 검증절차 없이 보도할 경우, 인용 보도한 언론사의 고의 또는 중과실이 추정되는 허위조작보도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태블릿 PC의 실물이나 그 안의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한 다른 언론사가 2016년 10월 시점에 어떻게 "별도의 충분한 검증" 절차를 거쳐 태블릿 PC 기사를 보도할 수 있었겠는가? 결국 지금 추진되고 있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시행된 상태였다면 JTBC의 '태블릿 PC 보도'는 확산되지 못했을 것이고, 촛불집회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관련해 이 기사가 미친 영향력도 지금과 같지 않았을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측은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의 경우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요건으로 "고의"나 "중과실"에 더해서 "악의"라는 또 하나의 요건을 덧붙였기 때문에 오히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에 대해서 더욱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7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판사 출신인 민주당 김승원 의원이 그런 주장을 폈다. 법안 30조의 2의 2항을 보면 고위공직자나 그 후보자, 그리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대기업의 주요주주 및 임원의 경우에는 언론사의 "악의"가 있어야 징벌적 손해배상이 되는 것은 맞다. ("악의"의 요건에 대해서는 "지속적, 반복적"이라든가 "보복성" 등의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다.)

'악의' 요건으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을 견제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 조항으로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을 엄청나게 확대해 놓은 "고의" 또는 "중과실" 추정 요건의 부작용을 막기에 충분하지 않다. 위에 예로 들었던 JTBC의 태블릿 PC의 경우 잠정적인 원고로 가정되는 사람이 최서원 씨다. 최서원 씨는 고위공무원도 아니고 대기업의 주요주주나 임원도 아니기 때문에 언론사 측의 "악의"가 없어도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최 씨와 같은 정치권력과 특수관계에 있는 민간인 뿐만 아니라 전직 고위공무원 역시 "악의" 없는 보도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전직 대통령이나 전직 국회의원 등의 경우도 "악의"라는 요건에 구애받지 않고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대기업"이라는 요건도 협소하기 그지없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대기업의 조건은 자산이 10조 원 이상인 기업집단이다. 자산이 10조 원에 미치지 못하고 1조 원 정도에 불과한 기업은 '경제권력'에 해당하지 않는 것일까? 따라서 "고의"와 "중과실" 외에도 "악의"가 추가로 있어야만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 관련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이 인정될 수 있도록 법안을 설계했다는 주장은 인정하기 어렵다.

결론적으로, 지금까지 살펴본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법안의 문제점은 이하의 다섯 가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물론 이 글에서 지적한 다섯 가지 이외의 다른 문제점도 적지 않다.) 1. "조작보도" 뿐만 아니라 "허위보도"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고, 2. 언론사 측에 "허위보도"의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었는지와 관련해, 일정 요건만 부합하면 일단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었다고 법률적으로 "추정"하도록 해서, 재판 과정에서 '추정'이 '사실'로 확정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언론사가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었음을 입증하는 상황이 되고, 따라서 "고의" 또는 "중과실" 여부 입증 책임의 부담이 언론사 측에 부과되며 3. 게다가 언론사의 "허위·조작보도"에 대한 고의 또는 중과실이 추정되는 조건으로 고발이나 감시 보도를 막으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납득하기 어려운 부적절한 요건들을 규정하고 있으며 4. 이에 따라 징벌적 손해배상 소송을 고발 보도 봉쇄 수단 또는 보복 수단으로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커졌고 5.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에 대한 고발 보도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청구 요건으로 "악의"라는 특별한 조건을 추가했다고는 하나, 그 요건이 지나치게 협소해 고발 및 감시 보도의 축소 효과를 상쇄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개혁의 명분과 정책의 목적은 일치하는가

특히 개인적으로는 "고의" 또는 "중과실"의 추정 요건으로 "정정보도가 청구가 들어온 기사의 경우 별도의 충분한 검증 없이 인용 보도했을 경우"라든가 "제목과 본문 내용 또는 삽화와 본문 내용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취재 과정에서 법률을 위배한 경우" 등을 규정한 것이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법안 30조의 3)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고발 및 권력 감시 보도를 위축시키려는 "악의"가 강력하게 의심되는 조항들이기 때문이다.

언론사들이 저지른 잘못이 많으니 언론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거의 언제나 참에 해당하는 명제에 가깝다. 이는 '검찰이 그동안 저지른 잘못이 많으니 검찰개혁을 해야 한다.', '부동산 투기꾼들이 큰 문제니까 강남 집값을 잡아야 한다.'와 같은 주장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어떤 집단이나 기관에 문제가 있으니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과, 이와 같은 명분을 이용해 해당 집단이나 기관이 수행하는 정상적 기능, 특히 민주주의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기능을 위축시키고 봉쇄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언론 이외의 다른 분야에서도 개혁의 당위성과 구체적 정책의 정당성 사이의 괴리가 적지 않게 노출된 바 있지만, 특히 지금 추진되고 있는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법안은 통과될 경우 우리 사회에 파괴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 참고 자료 -

[언론중재법 개정안] 관련 조항 (법안소위를 통과한 대안)

제2조 17의3. "허위·조작보도"란 허위의 사실 또는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를 언론, 인터넷뉴스서비스,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을 통해 보도하거나 매개하는 행위를 말한다.

제30조의2(허위·조작보도에 대한 특칙) ① 법원은 언론등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허위·조작보도에 따라 재산상 손해를 입거나 인격권 침해 또는 그 밖의 정신적 고통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손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손해배상액을 정할 수 있다.

② 제1항의 경우 공직자윤리법 제10조제1항제1호부터 제12호까지에 해당하는 사람 및 그 후보자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대기업 및 그 주요주주, 임원에 대하여는 다음 각 호와 같이 악의를 가지고 허위·조작보도를 한 경우에 한하여 적용한다.
1. 허위·조작보도로 인하여 손해가 발생할 것을 인식한 경우
2. 허위·조작보도가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경우
3. 보복성 허위·조작보도를 하는 경우
4. 허위·조작보도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은 경우

제30조의3(고의·중과실의 추정) 언론보도등이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언론사등의 명백한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1. 취재 과정에서 법률을 위반하여 보도한 경우
2. 인터넷신문사업자 및 인터넷뉴스서비스사업자가 이 법에 따라 정정보도청구등이나 정정보도등이 있음을 표시하지 않은 경우
3. 정정보도청구등이 있는 기사 또는 정정보도·추후보도·열람차단이 있었음에도 정정보도·추후보도·열람차단 되기 전의 기사를 별도의 충분한 검증절차 없이 복제·인용 보도한 경우
4. 계속적이거나 반복적인 허위·조작보도를 통해 피해를 가중시키는 경우
5. 제목과 기사 내용을 다르게 하거나 또는 제목과 기사 내용을 조합하여 새로운 사실을 구성하는 등 기사 제목을 왜곡하는 경우
6. 사진·삽화·영상 등 시각자료(이하 "시각자료"라 한다)와 기사 내용을 다르게 하거나 또는 당사자를 특정할 수 있는 시각자료를 사용하여 새로운 사실을 유추할 수 있게 하는 등 시각자료로 기사 내용을 왜곡하는 경우배상액을 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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