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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골때녀, 예능을 다큐로 받았네?

[취재파일] 골때녀, 예능을 다큐로 받았네?

- '골 때리는 그녀들' SBS 예능본부 이승훈 PD 인터뷰

미래팀

작성 2021.07.31 10:27 수정 2021.07.31 11:5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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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안산 선수 (사진=연합뉴스)
근대올림픽의 창시자인 피에르 쿠베르탱(Pierre Coubertin)은  “올림픽 대회의 의의는 승리가 아닌 참가하는 데 있으며, 인간에게 중요한 것은 성공보다 노력하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결과보다 과정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스포츠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는 사실이 코로나로 지친 일상에 조금은 위로가 되는 것 같습니다.

올림픽 시즌을 맞이해 SDF는 조금 특별한 인터뷰를 시도했습니다. ‘각본 없는 드라마’, ‘스포츠의 참매력을 알려주는 고마운 예능’이라는 호평을 받으며 화제가 되고 있는 SBS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의  이승훈 PD입니다.
 
*** 이 기사는 매주 수요일 아침 발송되는 뉴스레터, SDF 다이어리에 소개됐습니다. SDF 다이어리는 SBS의 대표 포럼, SDF를 준비하는 SBS 보도본부 미래팀원들이 작성합니다. 우리 사회가 관심 가져야 할 화두를 앞서 들여다 보고, 의미 있는 새로운 관점이나 시도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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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의 컨셉이 알려졌을 때, 반신반의하는 여론이 많았습니다. 비인기 종목인 여성 축구를 프로 선수도 아닌 연예인들이 했을 때, 과연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였습니다. 하지만 올해 초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처음 선보인 골때녀는 기대 이상의 만듦새를 보여줬습니다. 덕분에 지난달부터는 수요일 저녁 9시 정규 편성돼, 시청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올림픽이 시작되면서 밤낮 없이 달려온 골때녀 제작진들은 잠시 숨을 고르며 휴식 중인데요. 연출자인 이승훈 PD를 화상으로 만나 흥미로운 제작기를 들어봤습니다.



Q. 휴가 중에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요즘 골때녀의 인기를 실감하고 계신가요?

사실 정신이 없어서 실감을 못하고 있어요. (프로그램 촬영 등 제작 때문에) 사람들을 만날 수도 없는 상황이라 기사 나오는 것을 보고 ‘아, 정말 많이들 좋아해 주시는구나’ 그 정도 느끼고 있죠. 

Q. 현재 촬영은 끝난 건가요? 우승팀을 혹시 알고 계시는지, 그게 사실 궁금해서요(웃음). 

리그 촬영까지만 마친 상태거든요. 우승팀은 알 수 없고, 토너먼트 진출팀은 알고 있죠(웃음). 코로나 상황이 다시 심각해지면서 선수들이나 스태프 분들이 위험할 것 같아 잠정적으로 촬영을 중단하고, 추이를 보고 있어요.

▲ 이승훈 SBS 예능본부 PD 인터뷰 (진행 = SBS 보도본부 미래팀 류란 기자)

Q.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열심히 하는 선수들을 보다 보면 펑펑 울게 된다'고 하는 분들이 많아요. 어떤 매력이 프로그램을 성공으로 이끌었다고 보세요?

감사합니다. 현재 6회까지 방영된 상태라 성공이라고 얘기하기엔 이른 것 같아요. 다만 저를 비롯한 제작진이 처음부터 ‘우리 이거 하나는 살려 나가자.  이번 프로그램의 가장 핵심은 이것이다.’라고 말했던 부분이 있어요. 출연자들이 경기할 때 임하는 ‘자세’와 ‘진정성’이요. 이것만큼은 다른 것을 다 포기하더라도 담아보려고 했어요. 결과적으로 시청자들도 그런 부분들을 가장 좋아하시더라고요.

▲ SBS '골 때리는 그녀들' , 저작권자(c) SBS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Q. ‘진정성을 잘 전달하자’는 건 콘텐츠 제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제1의 원칙으로 삼을만한 소망입니다. 그 ‘방법’을 찾는 게 쉽지 않은 건데, 노하우 같은 것이 있었나요?

저희는 촬영에 들어가면 출연진들한테 아무 얘기도 안 해요. 경기가 시작되면 상황이 알아서 굴러가게 만드는 편이거든요. 경기를 하는 건 선수들인데, 그렇다면 제작진이 ‘아, 죄송한데 여기에선 이렇게 해주세요.’ 이렇게 하기보다 진짜로 그들끼리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주는 게 더 큰 동기 부여가 되더라고요.

전 그동안에도 이런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왔던 것 같아요. 이 프로그램 전에 맡았던 프로그램이 SBS 예능 ‘불타는 청춘’이었는데요. 당시 출연자들이 촬영하는 날을 열심히 기다리셨어요. ‘이번에 여행 가면 뭐 해 먹지?’, ‘뭐하고 놀지?’ 이런 걸 직접 고민하고. 그러다 보니 그 설렘, 진짜로 즐기는 모습들이 TV 화면을 통해 그대로 전달되더라고요.  이번 골때녀도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진짜’를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어요. 그걸 선수 분들이 이 정도까지 잘 만들어 주실 거라곤 예상 못했고요.

▲ SBS '골 때리는 그녀들' , 저작권자(c) SBS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Q. 댓글을 보면 ‘예능이 예능 같지 않다’는 말이 칭찬처럼 쓰이고 있더라고요. 시청자들이 방송으로는 다 보여지지 않았을 선수들의 연습량, 고생하는 모습을 상상하고 더욱 감동받는 것 같아요.

맞아요. 제가 생각하는 예능은 기존에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과 좀 다른 것 같아요. 저는 지금 골때녀가 다큐에 가깝다고 생각하거든요. 출연자들을 섭외할 때도 ‘이건 예능이 아니라 다큐 영화에 가깝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어요. 처음엔 선수들이 좀 당황하시고 ‘설마’ 하셨는데 지금은 그러려니 하고 적응하신 것 같아요(웃음). 

리얼리티, 진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벌어지는 상황은 거의 다 찍어요. 현장에 설치된 카메라들을 모두 합치면 총 150대 정도 있거든요. 선수(출연자)들이 연습하는 모습들도 거의 다 촬영하고 있어요.  방영되는 것은 아주 일부이지만, 그 분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 흘려 연습한 것들이 실은 방송의 밑바탕이 되는 것이죠. 나중에 TV 방영이 끝나면 찍어놓은 것들을 이용해서 다큐 영화처럼 만들어볼까, 이런 생각도 가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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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이기든지 지든지 결과가 나와요. 스포츠 경기 중계를 보면 못 하는 사람들은 거의 안 보이거든요. 잘하는 스타 플레이어, 공격수 위주로 나오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못 하는 사람도 못 하는 대로, 그 못 하는 사람이 이 순간을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못 하는 사람의 실력도 조금씩 매일 늘고 있어요. 그 선수도 잘 하는 선수 못지 않게 어디선가 열심히 연습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거든요. 그런 모습을 화면에 담으면 어떨까? 저는 그게 저희 프로그램의 ‘공정’이라고 생각했어요. 진 사람도 진 사람의 이야기가 있거든요. 잘 하는 선수뿐만 아니라 실력이 부족한 선수들까지 골고루 보여주려 하고 있어요.

Q. 역설적이지만,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스포츠의 진정한 매력을 알게 됐다는 반응도 있습니다. 일상에선 여러 사람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팀워크를 발휘할 일이 많지 않거든요. 

말씀하신 것처럼 무한경쟁 시대에 개개인이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기 때문에, 팀워크를 경험하기 쉽지 않죠. 더군다나 우리 선수들은 여자분들이어서 살면서 팀(Team) 스포츠를 접할 일이 많이 없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건강을 위해서 하는 운동도 대부분 혼자서 하는 것들이고요. 직업적 특성을 따졌을 때 모델들도 함께 런웨이에 서긴 하지만, 각자 주인공이 되어서 일하는 것이죠.

▲ SBS '골 때리는 그녀들' , 저작권자(c) SBS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저희가 프로그램 촬영 때문에 중간중간 개인 인터뷰를 많이 해요. 언젠가 개벤져스 팀의 신봉선 씨가 인터뷰에서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게 전부가 아니었더라고요.' 다른 선수들도 '이번 방송을 통해 팀 스포츠의 매력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세요.

축구 경기에서 한 골이 만들어지기까지 누구 하나 혼자 해선 안 되는 거였구나. 내가 못 하고 실수하더라도 뒤에서 그 걸 받아 처리해 줄 누군가가 있구나. 나에게 공을 주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내가 결정적으로 슛을 넣을 수 있었던 거구나, 이런 것들. 내 옆에 있는 동료의 소중함. 선수분들도 이런 메시지를 발견하게 되신 것 같아요. 저희도 그 부분을 화면에 중점적으로 넣으려고 하고 있고요.

▲ SBS '골 때리는 그녀들' , 저작권자(c) SBS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Q. 마지막 질문입니다. 앞으로 어떤 것을 염두에 두고 보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까요.

저도 어떻게 흘러갈 지 예상을 할 수 없어요. 매 경기가 끝나야 그때서야 다음 상황을 알게 되는 식으로 전개되더라고요. 그러니까 마지막 한 경기까지 보지 않으면, 심지어 마지막 경기에서도 서로 물고 물리는 식이더라고요. 골득실부터 다득점까지 경우의 수가 생길 수 있을 것 같아 혹시 몰라서 대비는 했는데. 정말 그런 상황이 벌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우리 배성재 캐스터에게도 ‘이럴 때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어보고 그랬어요.

확실한 건, 리그전 때보다 선수들이 성장했어요. 이건 제가 연습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니까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어요. 스포츠가 그런 것 같아요. 영원한 약팀도, 강팀도 없는 것 같아요. 지금은 그저 한 주, 한 주 최선을 다해서 최상의 퀄리티로 방송을 만드는 것만 생각하면서 달리고 있어요.

▲ SBS '골 때리는 그녀들' , 저작권자(c) SBS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 이미지플랫폼이 다양해지고 시청 행태가 변함에 따라,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점점 어려워집니다. 매분 매초, 셀 수 없이 쏟아지는 콘텐츠들 가운데 무엇인가를 보게 만드는 힘, 매력은 무엇일까요? 저희 SDF도 ‘어떻게 하면 청중들에게 더 인상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하거든요. 그래서 이번 이승훈 PD의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그 답을 찾기 위한 질문들을 던졌던 것 같습니다. 


100년 넘게 이어져 온 올림픽도, ‘과연 될까?’ 의구심에 시작된 한 예능 프로그램도 정직한 땀을 흘리는 사람에 주목했습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묵묵히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 가고 있는, 그래서 희망을 증언해줄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게 아닐까요.
 
** 이 기사는 매주 수요일 아침 발송되는 뉴스레터, SDF 다이어리에 소개됐습니다. SDF 다이어리는 SBS의 대표 포럼, SDF를 준비하는 SBS 보도본부 미래팀원들이 작성합니다. 우리 사회가 관심 가져야 할 화두를 앞서 들여다 보고, 의미 있는 새로운 관점이나 시도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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