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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조국 사건 증인 장 모 씨의 '번복'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취재파일] 조국 사건 증인 장 모 씨의 '번복'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조국 교수의 재판에서 핵심 증인의 증언이 번복됐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조국 교수의 딸 조민 씨와 이른바 '스펙 품앗이'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의대 교수 장 모 씨의 아들이 조국 교수 재판에서 "조민 씨는 (국제학술대회인) 사형제도 세미나를 분명 참석했다."라고 말해 정경심 교수 1심 재판 때 자신이 증언한 내용을 뒤집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조국 교수 측은 증인 장 모 씨에 대해서도 "가족 인질극"이 벌어졌고, 검찰이 장 씨를 압박, 회유했다는 의혹이 있다며 법무부와 검찰에 수사팀에 대한 감찰을 요구했다.

이번 취재파일에서는 과연 증인 장 씨의 '번복'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과연 일각의 주장처럼 이것이 검찰이 회유와 압박을 통해 증언을 조작한 것에 해당하고, 조국 교수 재판에 결정적인 반전의 계기가 될 만한 것인지 검토해보려고 한다. 상당히 내용이 긴 만큼, 결론부터 먼저 요약하고 시작하겠다. 

장 씨가 번복한 것은 자신이 경험한 사실관계에 대한 증언이 아니라 동영상 속 등장인물의 모습에 대한 '의견'이나 해석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조국 교수 측 주장을 뒷받침하는 정황증거가 추가됐다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장 씨는 검찰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사실관계에 대한 핵심 증언을 그대로 유지했다. 또한, 학술대회 참석 여부 자체는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확인서를 조국 교수가 위조했다는 혐의의 입증과 관련한 쟁점 가운데 하나일 뿐, 학술대회 참석이 확인됐다고 하더라도 인턴십확인서 위조 혐의가 곧바로 무죄로 판단되는 것은 아니다. 증언 자체와 별도로 조국 교수가 주장하는 검찰의 회유 압박 의혹에 대해서는 장 씨 본인이 명확하게 부인하고 있는 만큼 현재로서는 근거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검찰 조사 이후 장 씨의 법정 증언 이전에 검사가 장 씨에게 접촉했다는 사실과 관련해서는 판례에 따라 검찰의 설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면 이상의 결론에 대해 지금부터 설명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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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국제학술대회 참석 여부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조국 교수의 딸 조민 씨의 서울대 국제학술대회 참석 여부는 조국-정경심 교수 부부의 공문서위조 혐의 등이 인정되는지를 가리기 위한 쟁점 중 하나다. 주목해야할 점은 '쟁점 중 하나'라는 것이다. 조민 씨가 서울대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했다는 사실이 인정된다고 해서 조국 교수의 공문서 위조 혐의 등이 곧바로 무죄로 판단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국제학술대회 참석 여부는 조국 교수의 공문서 위조 혐의 여부 판단에 있어서 중요한 쟁점 가운데 하나이긴 하지만, 이것만으로 공문서위조 혐의 성립 여부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조국 교수의 부인인 정경심 교수는 조국 교수가 위조한 허위 내용의 인턴십확인서를 딸의 입시에 활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별도로 진행된 정경심 교수의 1심 재판에서는 조국 교수가 인턴십확인서를 위조했다는 취지의 판단이 나왔다.)

먼저 서울대 국제학술대회 참석 여부와 관련된 조국 교수의 공문서 위조 혐의, 즉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 확인서' 위조 혐의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조국 교수의 공소장에 따르면, 조국 교수는 당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센터장이었던 한인섭 교수의 명의의 '인턴십 확인서'를 위조한 혐의를 받는다. 위조한 확인서의 내용은 자신의 딸인 조민 씨와 딸의 친구 장 모 씨, 박 모 씨가 "서울대학교 법학대학 공익인권법센터가 주최한 2009년 5월 15일 국제학술대회 Death Penalty in Northeast Asia를 위하여 2009년 5월 1일~15일 기간 동안 고등학생 인턴으로 활동하였음을 증명한다."라는 것이었다.

검찰 주장처럼 인턴십 확인서가 위조된 것이고, 허위 내용의 인턴십확인서를 정경심 교수 등이 입시 과정에 활용했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점이 입증되어야 한다. 첫째, 당시 센터장인 한인섭 교수가 아니라 조국 교수가 자신의 컴퓨터로 직접 인턴십 확인서를 정당한 권한 없이 만들었다는 점이 입증되어야 한다. 둘째, 인턴십확인서의 내용, 즉, 조국 교수의 딸 조민 씨와 딸의 친구 장 모 씨, 박 모 씨가 2009년 5월 1일부터 15일까지, 5월 15일에 열린 국제학술대회를 위해 공익인권법센터에서 고등학생 인턴으로 활동했다는 것이 허위라는 점이 입증되어야 한다.

조국 교수 측은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와 정경심 교수의 1심 재판 과정 등에서 두 가지 쟁점 모두에 대한 검찰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왔다. 첫째, 조국 교수는 2019년 인사청문회에서 딸 조민 씨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확인서 발급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둘째, 조민과 친구 두 명이 5월 1일부터 14일까지 당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장 한인섭 교수로부터 받은 과제를 수행했고, 조국 교수가 인권동아리 활동을 지도하였으며, 세 사람이 5월 15일에는 국제학술대회에 실제로 참석했기 때문에 '2009년 5월 1일부터 15일까지 인턴으로 활동하였다.'라는 인턴십확인서 내용은 거짓이 아니라는 취지로 조국 측은 주장했다. 

조국 교수와 관련돼 기소된 정경심 교수의 1심 재판 과정 등에서 드러난 두 가지 쟁점에 대한 검찰과 조국 측의 입장 차이는 따라서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조국 교수가 한인섭 공익인권법센터 센터장 명의 인턴십 확인서를 만들었는가
- 검찰: 조국이 한인섭 센터장으로부터 정당하게 권한을 부여받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의 교수실 컴퓨터로 위조.
- 조국 측(인사청문회 주장): 인턴십확인서 발급에 관여하지 않음.

(2) 인턴십 확인서 내용이 허위인가 (= 조민 씨와 조민 씨의 친구 2명이 5월 1일부터 15일까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으로 활동하지 않은 것인가)
- 검찰: 5월 1일부터 14일까지 활동한 사실이 전혀 없음. 5월 15일 국제학술대회에도 딸 조민은 참여하지 않았음. (친구 2명은 참석)
- 조국 측: 한인섭 센터장이 부여한 과제를 5월 1일부터 14일까지 수행했고, 조국 교수가 딸과 딸의 친구들이 참여한 인권동아리를 지도했으므로 조민 씨와 조민 씨의 친구들이 인턴으로 활동한 것으로 볼 수 있음. 5월 15일 국제학술대회에도 딸 조민이 참석했음.

이상에서 알 수 있듯이 조국 교수의 딸 조민 씨가 2009년 5월 15일 서울대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했는지 여부는 공문서 위조 혐의와 허위공문서 행사 혐의 등의 입증과 관련된 두 가지 쟁점 중 두 번째 쟁점의 일부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5월 15일 국제학술대회에 실제로 참석했는지도 "2009년 5월 15일 국제학술대회 Death Penalty in Northeast Asia를 위하여 2009년 5월 1일~15일 기간 동안 고등학생 인턴으로 활동하였음"이라는 인턴십확인서 내용이 거짓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한 중요한 쟁점 중 하나인 것은 사실이지만, 5월 15일에 참석했다는 것만으로 곧바로 5월 1일부터 14일까지 활동한 사실이 있다는 점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해 조국 교수의 부인 정경심 교수에 대한 1심에서 재판부는 조국 교수가 허위 내용의 인턴십확인서를 위조한 것이 입증되었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정 교수에 대한 1심 재판부는 조국 교수가 한인섭 교수의 허락 없이 서울대학교 교수실 컴퓨터를 이용해서 인턴십 확인서를 임의로 위조했으며, 5월 1일부터 14일까지 한인섭 교수로부터 과제를 받아 수행하는 등 인턴십 활동을 했다고 볼 증거도 없고, 5월 15일 국제학술대회에도 조국 교수의 딸 조민 씨는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 출석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이에 대해 다른 재판부에서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조국 교수는 법정에서 혐의를 부인하며 다투고 있다. 다만, 정경심 교수의 1심에서 조국 교수가 인턴십확인서를 위조했다는 결론이 나온 이후 조국 교수 측은 확인서 발급 과정에 대한 입장을 바꿨다. 지난 2019년 인사청문회에서 조국 당시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딸의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확인서 발급에 관여하지 않았다."라고 말했지만, 지난 6월 28일 정경심 교수의 2심 공판 과정에서 조국 교수 측(정확히는 정경심 교수의 변호인)은 조국 교수가 "주무 교수 재량으로" 인턴십확인서를 발급했다고 말을 바꾼 것이다. 재판부가 인사청문회 당시 조국 교수의 발언을 일부 부정하는 것이냐고 재차 묻자 정경심 교수의 변호인은 "그렇다"면서 "재판을 통해 사실관계를 맞춰가는 과정"이라고 답했다. 또, 조국 교수는 인턴십 확인서 위조 혐의와 관련된 두 번째 쟁점인 '딸 조민 씨가 2009년 5월 1일-15일까지 인턴 활동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5월 1일부터 14일까지는  자신의 지도 하에 인권동아리 활동을 하는 등 인턴 활동을 했으며, 5월 15일에 딸 조민 씨가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한 것도 사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국 교수는 언론이 자신을 거짓말쟁이로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쓴 적이 있다. 하지만 조국 교수가 인사청문회에서 한 발언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인 정경심 교수 측이 법정에서 주장하고 있다. 조국 교수는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언론에 공식적으로 배포한 자료에서도 자신의 5촌 조카가 조국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를 운용한 회사에 MOU 한 건을 제외하고는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도 주장했지만, 이 역시 재판 과정에서 명백한 허위사실로 드러났다. 조국 교수나 정경심 교수에 대해 형사적으로 유죄가 최종 확정될지와 별개로 조국 교수의 공개 발언 가운데 여러 대목이 명백한 거짓으로 확인된 상황이다.)

이렇게 검찰과 조국 교수 측이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확인서 위조 여부에 대해 다투는 과정에서 두 가지 쟁점, 즉 '조국 교수가 정상적으로 권한을 부여받아 인턴십확인서를 만든 것인지', '2009년 5월 1일부터 15일까지 인턴활동이 있었는지', '2009년 5월 15일 국제학술대회에 딸 조민 씨가 참석했는지'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핵심 증인으로 등장한 사람이 바로 딸 조민 씨의 친구 장 모 씨다. 지금까지의 입장을 번복하면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인물이다.

1. 장 씨가 번복한 '진술'은 무엇인가

딸 조민 씨의 친구 장 모 씨는 조국 교수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확인서 위조 혐의와 관련해 어떤 의미를 가진 증인일까? 장 씨는 검찰이 위조됐다고 주장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십확인서를 조국 교수의 딸 조민 씨와 함께 받은 인물이다. 인턴십확인서 내용이 사실일 경우 2009년 5월 1일부터 15일까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활동을 조민 씨와 함께 한 인물이다. 또한, 조국 교수 측 주장에 따르면 5월 15일 국제학술대회에도 조민 씨 그리고 또 다른 친구 박 모 씨와 함께 참석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따라서 증인 장 씨와 박 씨의 증언은 '2009년 5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활동을 했다'라는 인턴십확인서 내용이 진실인지 허위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핵심적 역할을 한다. 첫째, 5월 1일부터 14일까지 조국 측의 주장대로 공익인권법센터 고등학생 인턴으로 활동을 한 적이 있는지 둘째, 5월 15일 국제학술대회에 조민 씨가 참석했는지에 대해서 두 사람의 증언이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검찰이 허위라고 주장하고 있는 인턴십확인서 내용에 따르면 두 사람은 인턴 활동을 한 당사자이고, 국제학술대회에도 조민 씨와 함께 참석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인턴십확인서 위조 혐의와 관련된 또 다른 쟁점인 '조국 교수가 정당한 권한을 가지고 인턴십확인서를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미 있는 증언을 하기 어렵다. 두 사람은 이를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장 씨와 박 씨는 정경심 교수의 1심 재판 과정에서 법정에 출석해 증언을 했다. 두 사람 증언의 핵심은 두 가지였다. 첫째, 인턴십확인서 내용과 달리 자신들은 2009년 5월 1일부터 14일까지 공익인권법 센터 인턴십 활동을 한 적이 없다. 둘째, 2009년 5월 15일 국제학술대회에 자신들은 참석했지만 학술대회장에서 조민을 본 기억이 없다. 정경심 교수의 1심 재판부는 이와 같은 두 사람의 증언 등을 토대로 "2009년 5월 1일부터 14일까지 인턴 활동을 했다."는 인턴십확인서 내용, 다시 말해 5월 1일부터 14일까지 조민 씨가 인턴 활동을 했으며 5월 15일에는 국제학술대회에 조민 씨가 참석했다는 내용이 허위이고, 허위 내용의 인턴십확인서를 조국 교수가 위조했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장 씨와 박 씨는 지난 7월 23일 조국 교수의 1심 재판 법정에도 출석해 증언했다. 이날도 두 사람 증언의 핵심 내용은 달라지지 않았다. 첫째, 2009년 5월 1일부터 5월 14일까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의 인턴 활동을 한 적이 없다고 증언했고, 2009년 5월 15일 국제학술대회 행사장에서 조민 씨를 본 기억이 없다는 증언도 그대로 유지했다. 그런데 이날 나온 장 씨의 새로운 증언, 그리고 법정 증인 신문 이후 장 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때문에 논란이 불거졌다. 조민 씨가 2009년 5월 15일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한 증거라고 조국 교수 측이 주장하고 있는 학술대회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이 조민 씨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장 씨가 증언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장 씨의 증언은 정경심 교수 1심 재판 당시 법정 증언과 달라진 것이다. 당시 장 씨는 동영상 속 여성이 누구인지 모르겠다고 말했고, 동영상 속 여성이 입고 있는 옷이 당시 조민 씨가 다니던 H외고 교복이 아니라는 취지로도 말했다. 하지만 7월 23일에 장 씨는 법정에서 조국 교수 변호인이 조민 씨의 사진을 제시하며 동영상 속 여성과 동일인물로 보이냐고 물었을 때 장 씨는 "동일인물"이라고 답했다. 이후 변호인이 다시 물었을 때는 "모르겠다"라고 답했다가 조국 교수의 변호인이 명확하게 증언해달라는 취지로 요구하자 "조민이 90% 맞습니다."라고 말했다. 

법정 증언이 끝난 뒤 이틀 뒤 장 씨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동영상 속 여성이 누구인지에 대한 보다 분명한 의견을 밝혔다. 장 씨는 "세미나의 비디오에 찍힌 안경 쓴 여학생의 정체는 조민 씨가 맞습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는 세미나 동안 (조)민이와 이야기를 나눈 기억은 없습니다."라면서도 "조민 씨는 사형제도 세미나를 분명 참석하였습니다."라고 말했다. 조민 씨가 국제학술대회장에 오지 않았다는 취지로 자신이 주장한 이유에 대해서는 "저와 (조)민이 씨가 (세미나장에서) 대화를 나눈 기억이 저는 없었기 때문에 저는 지속적으로 민이 씨가 아예 오지 않았다 라고 한 것입니다."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학술대회에서 본 기억은 없지만, 당시 학술대회를 촬영한 동영상에 나오는 여성이 조민으로 보이니 조민이 학술대회에 참석한 것으로 생각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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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장 모 씨가 번복한 것은 '사실관계'인가 '의견'인가

장 씨와 박 씨는 자신들이 경험한 사실에 대한 증언은 검찰 조사 때나 정경심 교수 1심 재판 때 한 진술을 번복하지 않았다. 인턴십확인서에 적혀 있는 "2009년 5월 1일부터 15일까지 인턴 활동을 했다."라는 내용이 거짓인지 판단하기 위해 입증되어야 하는 쟁점인 '2009년 5월 1일부터 14일까지 인턴 활동을 한 적이 있나'에 대해서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2009년 5월 15일 학술대회장에서 조민 씨가 참석했나'라는 쟁점에 대해선 '조민 씨를 본 기억이 없다'라는 증언을 일관되게 유지했다.

달라진 것은 동영상 속 여성에 대한 장 씨의 '의견'이다. 학술대회를 촬영한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이 누구로 보이는지에 대한 '해석'이 달라진 것이다. 검찰 조사 때나 정경심 교수의 1심 재판 때는 동영상 속 여성이 조민 씨가 아니라거나, 동영상 속 여성이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조국 교수 1심 재판 때는 "(동영상 속 여성은) 조민이 90% 맞다."라는 의견을 밝혔다. 법정 증언 이후 쓴 페이스북 글에서는 "세미나의 비디오에 찍힌 안경 쓴 여학생의 정체는 조민 씨가 맞습니다."라고 보다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결국 장 씨는 자신의 경험과 관계된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입장을 그대로 유지한 반면, 학술대회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이 누구로 보이는지에 대한 '의견'은 번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장 씨의 '의견' 역시 증거로서의 가치를 가질 수 있다. 학술대회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이 조민 씨라는, 따라서 조민은 학술대회에 참석한 것이라는 변호인의 주장에 무게를 실어주는 정황증거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의견은 이미 조민 씨의 지인 여러 명이 밝힌 것이기도 하다. 동영상에 나오는 여성이 조민으로 보인다는 장 씨의 '의견'은 동영상 속 여성의 정체에 대한 조민 씨 지인들의 의견이 하나 더 추가됐다는 의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인턴십확인서에 내용의 진위에 대한 장 씨 등의 직접 경험에 대한 증언, 즉 사실관계에 대한 장 씨의 증언은 바뀌지 않았다. 조국 교수가 발급한 인턴십확인서 내용과 달리 '2009년 5월 1일부터 14일까지 인턴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증언, 그리고 '2009년 5월 15일 학술대회장에서 조민을 만난 기억이 없다.'라는 증언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이는 동영상 속에서 조국 교수 측이 조민이라고 지목하는 여성 뒤에 앉아 있던 것으로 확인된 증인 박 모 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박 씨 역시 7월 23일 공판에서 '동영상 속 여성은 조민일 수도 있다'라는 의견을 밝히면서도, 학술대회장에서 조민을 본 기억은 없다는 증언을 유지하고 있다. 동영상 속에 등장하는 여성이 조민 씨가 맞다면, 학술대회장에서 당시 친하게 지내던 박 씨와 조민 씨는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었던 것인데도 말이다. 이는 검찰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장 씨의 의견 번복은 증언 내용 자체의 의미에 대한 논란을 넘어서 또 다른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검찰이 장 씨를 압박해 허위 진술을 하게 만들었다는 의혹을 조국 교수 측이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3. 검찰은 장 씨를 압박하고 회유하였나

조국 교수 또는 정경심 교수의 변호인은 지난해 정경심 교수의 1심 재판 당시부터 검찰이 장 씨를 회유하고 압박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심을 내비쳤다. 정경심 교수 1심 재판 과정에서도 변호인은 증인 장 씨가 검찰 조사를 받을 때 검찰청에 도착 이후 3시간 이상 지난 후에 조사가 시작된 점 등을 근거로 사전 면담을 통한 압박이나 회유가 있었는지 증인에게 확인했다. 지난 7월 23일 조국 교수에 대한 1심 재판 때도 '검찰 조사 과정에서 검사가 증인의 아버지나 증인을 피의자로 입건해 조사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는가'라는 질문 등을 통해 증인 장 씨에 대한 압박이나 회유가 있었는지를 검증하려고 시도했다. 

조국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회유 압박 의혹에 대해 법무부와 검찰의 감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국 교수는 장 씨의 법정 증언 다음 날인 7월 24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서 "법정에 증언으로 나온 딸의 고교 친구 장 모씨가 3회 검찰 조사를 받을 당시 검찰청 도착시각은 09:35인데, 조사 시작 시각은 점심식사 때가 지난 13:05였음이 기록으로 확인되었다. 그런데 약 3시간 반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아무 기록이 없다. 장 모씨는 증언에서 검사가 컨퍼런스 동영상을 틀어주었다는 말을 하고, 나머지는 '기억이 없다'고 증언했다. 참조로 증인의 부친 장 모 교수는 출국금지 조치까지 내려진 상태였다. 어찌 이런 식의 조사가 개명천지에 가능한가? 법무부와 검찰의 감찰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구체적 행동에 착수한 사람들도 있었다.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장 씨를 조사했던 검사를 감찰해달라고 법무부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박범계 장관은 지난 26일 "다른 감찰 민원 사건과 같은 동등한 기준과 원칙, 선례에 따라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원론적 수준의 발언을 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윤호중 원내대표는 다음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검찰은 (해당 의혹에 대해) 즉시 감찰에 착수해야 한다."라고 공개발언을 하며 검찰과 법무부에 감찰 착수를 강하게 요구했다.

그런데 정작 장 씨는 검찰의 회유, 압박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하고 있다. 정경심 교수 1차 공판 때 이미 3차 조사 이전 약 3시간의 공백에 대한 변호인의 질문이 있었지만 장 씨는 회유나 압박은 없었다는 취지로 답했다. 지난 7월 23일 조국 교수 재판 당시에도 조국 교수의 변호인이 비슷한 취지의 질문을 했지만 장 씨는 아버지나 자신을 피의자로 입건해 조사할 수 있다는 등의 압박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조사받을 때 검사님이 위증하면 큰일 난다고 위협 아닌 위협한 적은 있다."라고만 답했다.

장 씨는 법정 증언 이후인 7월 25일 페이스북에 별도의 글을 올려서 회유 압박 의혹을 더욱 분명하게 부인했다. "여러분 간곡히 한 가지만 부탁드립니다. 검사님들을 매도하지 말아 주십시오."라며 "조사를 위해 저에게 많은 내용들을 물어보셨으나 다들 모두 친절하시고 진심으로 저를 존중해주신 분들이었습니다. 저를 조사하는 데 있어서 협박과 위협, 강박은 전혀 없었습니다."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조국 교수는 장 씨가 이틀 뒤 또 글을 올려 검찰이 장 씨에 대해 "가족 인질극"을 벌였다며 장 씨에 대한 3차 조사 때 약 2시간 30분 동안 면담한 내용이 기록돼 있지 않은 점을 다시 한번 문제 삼았다. 

장 씨가 "압박은 없었다."라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현재로서는 조국 교수의 주장과 달리 수사팀이 회유나 압박을 했다고 의심할 만한 근거는 명확하지 않아 보인다. 참고인 조사 시작 이전의 사전면담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지 않은 점이 규정 위반은 아니더라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할 수 있으나, 조서에 남기지 않는 사전면담이 여러 사건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특별히 조국 관련 사건에서만 이를 문제 삼아 감찰에 착수하는 것은 박범계 장관이 언급한 "선례"에도 맞지 않아 보인다. 최근 화제가 되는 가짜 수산업자 로비 의혹 역시 경찰 수사관의 면담 과정에서 단서가 포착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공수처 역시 이성윤 서울고검장 '황제 조사' 당시 기록을 남기지 않고 사전면담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이를 이유로 공수처 관계자가 감찰을 받지는 않았다. 

다만, 조국 교수가 또 다른 페이스북 글을 통해 지적했듯이 검찰 조사가 끝난 후 장 씨의 첫 번째 법정 증언이 있기 전에 검사가 장 씨를 접촉한 경위, 그리고 대화 내용에 대해서는 검찰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 조국 교수가 말했듯이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한 최근 판결을 통해 대법원은 증인의 법정 증언 이전에 검사가 증인을 사전 접촉했을 경우 "검사가 증인신문 전 면담 과정에서 증인에 대한 회유나 압박, 답변 유도나 암시 등으로 증인의 법정진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이 담보되어야 증인의 법정진술을 신빙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 판결에서 "검사가 증인의 법정진술이나 면담 과정을 기록한 자료 등으로 사전면담 시점, 이유와 방법, 구체적 내용 등을 밝힘으로써 증명하여야 한다."라고 밝혔다. 이런 과정이 없으면 해당 법정 증언의 증거 능력을 부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후 재판과정에서 장 씨에 대한 사전접촉이 회유나 압박, 답변 유도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조국

4. 장 씨의 '의견 번복'은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중요한 것은 장 씨의 '의견 번복'이 재판에 미치는 영향이다. 장 씨는 정경심 교수 재판과 조국 교수 재판에 각각 증인으로 출석했기 때문에 장 씨의 증언이 양 쪽 재판에 모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경심 교수 재판은 2심까지도 변론을 종결하고 선고만 남겨둔 상태다. 장 씨가 정경심 교수의 2심 재판에서는 직접 법정에 출석해 증언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장 씨의 증언이 변경되었다고 판단한 정경심 교수의 변호인이 재판부에 선고 전에 변론을 한번 더 하게 해달라고 요청할 가능성도 있다. 변론재개를 하지 않더라도 조국 교수 재판에서 장 씨가 증언한 내용을 의견서 형식으로 정리해 정경심 교수 2심 재판부에 제출할 수도 있다. 이 경우 장 씨의 입장 번복이 정경심 교수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장 씨가 직접 출석해 증언한 조국 교수의 1심 재판에는 장 씨의 달라진 증언이 반영될 것이다. 앞서도 말했듯이 '2009년 5월 1일부터 5월 15일까지 인턴 활동을 했다'는 인턴십 확인서 내용이 허위인지를 가리기 위해 장 씨의 증언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재판부가 판단하게 될 것이다. '학술대회 이전인 2009년 5월 1일부터 5월 14일까지 인턴 활동을 한 적 없다'라는 증언, 그리고 '2009년 5월 15일 학술대회에서 조민 씨를 본 기억이 없다'라는 일관된 증언이 더욱 의미가 있는지, 아니면 '학술대회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성이 조민으로 보인다'라는 조민의 지인 여러 명과 장 씨의 의견이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인지 판단하게 될 것이다. 

학술대회 동영상 속에 등장하는 여성이 조민으로 보인다는 증인 장 모 씨의 번복된 '의견'은 학술대회 동영상 속의 여성이 조민이며, 따라서 조민은 2009년 5월 15일 학술대회에 참석했다는 조국 측의 주장에 신빙성을 덧붙이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이미 조민 씨의 지인 여러 명이 동영상 속 여성이 조민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밝힌 상황에서 장 씨의 '의견'이 이들의 '의견'에 비해 특별히 우월한 가치를 지닌다고 규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반면 장 씨 등이 직접 경험한 사실에 대한 증언(인턴십확인서 내용과 달리 2009년 5월 1일부터 14일까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활동을 한 적이 없다, 2009년 5월 15일 학술대회장에서 조민을 본 기억이 없다)은 흔들리지 않고 있다. 결국 재판부는 '조국 교수가 정당한 권한을 부여받아 인턴십확인서를 발급한 것인지, 그리고 인턴십확인서 내용이 전체적으로 허위인지'에 대해서 장 씨 등의 증언을 다른 증거들과 함께 종합적으로 판단할 것이다. 

조국 교수의 재판에서 정경심 교수 1심 재판과 같은 결론이 나올지는 아무도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증인 장 씨가 동영상 속 여성에 대한 해석과 의견을 바꿨다고 해서, 이것이 곧바로 조국 교수의 딸 조민 씨가 학술대회에 참석했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고, 학술대회에 참석했다고 해서 곧바로 인턴십확인서 내용이 허위가 아니라는 것이 입증되는 것이 아니며, 인턴십확인서 내용이 허위인지와 조국 교수가 정당한 권한을 가지고 인턴십확인서를 발급한 것인지는 또 별개의 쟁점이다. 장 씨의 '의견'이 번복됐으니 검찰의 사건 조작이 드러났고 재판 결과가 명확해졌다는 식의 주장이 사실이 아닌 이유다.

요즘은 재판 내용 중 일부를 선택적으로 부풀려서 검찰의 논리가 공판 때마다 박살 나고 있다거나, 검찰의 주장이 재판 과정에서 모조리 사실로 입증되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인기를 끌고 있다. 사람마다 재판과 관련해 믿고 싶어 하는 바가 재판 진행 상황과 별도로 이미 정해져 있는 가운데, 재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볼 여유가 없는 사람들한테 보고 싶은 것만 보여주며 돈과 영향력을 얻는 행태가 만연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선동과 왜곡 때문에 중요한 재판 결과가 자신의 바람과 반대 방향으로 나오면 재판 과정에서 진실이 모두 드러났음에도 엉터리 판결을 했다며 재판부를 공격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길고 복잡한 이야기지만 이렇게라도 정리한 것은 악순환을 조금이라도 멈추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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