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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커룸 in 도쿄] 58세 탁구 고수도 놀란 신유빈의 성장세 그리고 메시지

[라커룸 in 도쿄] 58세 탁구 고수도 놀란 신유빈의 성장세 그리고 메시지

유병민 기자 yuballs@sbs.co.kr

작성 2021.07.26 10:37 수정 2021.07.26 17:3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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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신동에서 에이스로 성장한 신유빈은 어제(25일) 도쿄 메트로 체육관에서 열린 여자단식 2회전에서 룩셈부르크의 니 시아리안을 세트스코어 4대 3, 풀세트 접전 끝에 제압하고 3회전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이 경기는 엄청난 화제를 불렀는데요. 이유는 두 선수의 나이에 있었습니다.

신유빈은 2004년생으로 올해 17살, 니 시아리안은 1963년생으로 올해 58살로 두 선수의 나이 차는 무려 41살에 달했습니다. 신유빈의 어머니보다도 무려 9살이 많습니다. 신유빈은 '큰 이모'뻘 대선배와 대결을 가진 셈인데요. 니 시아리안은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역대 올림픽 탁구 최고령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두 선수는 지난 2017년 스웨덴에서 한 차례 맞붙은 경험이 있는데요. 당시 13살 신유빈은 니 시아리안에게 완패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룩셈부르크 니시아렌 (사진=연합뉴스)
중국 국가대표 출신인 니 시아리안은 1991년 룩셈부르크 국적을 취득했고,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 이번 도쿄 대회까지 5번째 출전하는 베테랑입니다. 중국 대표 시절인 1983년 세계선수권 단체전 우승 경험도 있습니다. 요즘 찾기 어려운 왼손 펜홀더 스타일에 '이질 러버'(핌플)를 사용해 구질이 까다로운 걸로 알려졌습니다. 신유빈 선수의 초반 고전이 예상됐는데, 역시 1세트를 11대 2로 패했습니다. 니 시아리안은 볼을 유니폼에 쓱쓱 문질러 스핀을 강하게 먹인 서브를 계속 날렸고, 신유빈은 리시브에 애를 먹었습니다.

관록의 베테랑에게 신유빈은 힘과 패기로 맞섰습니다. 강한 드라이브를 날려 니 시아리안의 타이밍을 뺏었습니다. 공격을 성공하면 "이야!"라고 외치며 분위기를 주도했습니다(국내 팬들은 신유빈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병아리가 '삐약'한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신유빈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2세트 무려 8번의 듀스 접전을 벌인 끝에 19대 17로 이겨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습니다. 둘의 승부를 지켜본 타이완 기자가 혀를 내두를 정도였습니다.

승부는 치열하게 흘러갔습니다. 발을 거의 움직이지 않고 노련하게 플레이를 펼치는 니 시아리안이 3세트를 가져가자 4세트 초반 신유빈이 다시 힘을 냈습니다. 연이어 공격을 성공해 3대 0으로 리드했는데, 이때, 니 시아리안이 경기를 멈추더니 심판진에게 무언가를 어필하기 시작했습니다. 테이블에 탁구공을 올려놓자 공이 저절로 굴러가는 걸 가리키며 자신의 뒤에 위치한 에어컨 바람 때문에 플레이가 힘들다고 하소연했습니다. 상승세를 탄 신유빈의 흐름을 끊으려는 노련한 플레이였습니다.

신유빈 (사진=연합뉴스)
신유빈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4세트에 이어 5세트까지 따내며 승리를 눈앞에 뒀는데요. 니 시아리안도 그냥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6세트를 가져가며 기어코 승부를 마지막 7세트까지 끌고 갔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신유빈의 '젊음'이 빛났습니다.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끝까지 니 시아리안을 몰아붙였고, 7세트 완승으로 짜릿한 역전승을 완성했습니다. 말 그대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였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 신유빈은 "처음에는 제가 급하기도 했고 여유가 없었는데 하다 보니까 점점 여유도 생기고 적응이 돼서 어려운 상대였지만 좋은 경기 했던 것 같아요. 2017년 스웨덴에서 한 번 붙었었는데, 졌었거든요. 그때 되게 어렵게 게임한 걸 기억하고 있었는데, 또 붙어서 '어 아직도 하시는 구나. 그래도 많이 배워야겠다' 생각하고 열심히 했어요"라며 겸손한 승리 소감을 전했습니다.

신유빈은 승부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쉽게 답을 못했습니다.

신유빈 (사진=연합뉴스)
"일단 첫 세트 때 제가 너무 급하게 해서 상대가 좋아한 것도 있고. 그래서 공 박자를 아예 못 맞추다보니까 범실도 많이 났어요. 리시브부터 계속 천천히 하자 생각하면서 공을 계속 천천히 넘겼던 것 같아요. 2세트는 제가 이기고 있었는데 앞서 갔는데도 그 두 점 연속으로 쉽게 따지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한 번씩 그냥 더 천천히 더 여유 있게 해야 이길 수 있겠다 생각해서 더 여유 있게 한 거 같아요. 정말 마지막까지 이기겠다는 생각 못한 것 같고.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변수가 있어서 끝까지 '이겼다' 생각은 못했던 것 같아요."

신유빈은 니 시아리안의 도전에 존경심을 보냈습니다.
 
"저희 엄마보다도 나이가 많으신... 처음 스웨덴에서 뵀을 때 나이를 듣고 '어라?' 했는데, 근데 막 세계대회 금메달 따고 그러셨다고 하더라고요. 1983년도인가. 그래서 '전에 되게 잘하셨던 분이구나, 연륜 있으셔서 노련미 있으시겠구나' 생각하고 시합을 했어요. 쉽지 않으실 텐데 또 플레이를 같이 해봐도 쉽게 이길 수 없는 상대이기도 하고 그냥 대단하시다는 말밖에는 안 나오는 것 같아요."

신유빈의 다음 상대는 홍콩의 두 호이 켐입니다.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가겠다는 각오를 밝혔습니다.

"이제 한 고비를 넘겼으니 다음에는 계속 어려운 상대가 있지만, 저는 제가 연습한 대로 경기 내용이 나왔으면 좋겠어요. 제가 더 좋은 모습 보여드려서 탁구의 인기가 더 많아지도록 노력할 테니까 많이 응원 부탁드리고, 이번 우리 탁구팀 응원 많이 부탁드려요. 엄마 아빠 나 여기서 열심히 하고 갈 테니까 한국 가면 마시멜로우 구워먹자!"

신유빈과 멋진 승부를 펼친 니 시아리안은 중국 CCTV와 일본 NHK, 그리고 남편의 본국 스웨덴 공영방송의 인터뷰 요청을 받으며 엄청난 인기를 보여줬습니다. SBS 취재진도 인터뷰를 요청했는데 흔쾌히 받아줬습니다. 그리고는 신유빈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신유빈이 정말 멋진 경기를 했습니다. 4년 만에 다시 만났는데, 정신적으로 더 강해진 거 같습니다. 신유빈은 새로운 스타입니다. 새로운 스타가 분명히 될 겁니다.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고, 미래가 창창하다고 생각합니다."

휴식 시간 물이 아닌 콜라를 마시는 장면은 국내 팬들에게 엄청난 이슈가 됐습니다. 나이를 잊은 기량이 한국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고 하자 웃으면서 인생 선배다운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보다 젊습니다. 계속 도전하세요. 참, 즐기면서 하는 것도 잊으면 안 됩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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