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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개 500마리가 갇혀있는 지옥…그곳에서 12년간 착취당한 지적장애인

[취재파일] 개 500마리가 갇혀있는 지옥…그곳에서 12년간 착취당한 지적장애인

조윤하 기자 haha@sbs.co.kr

작성 2021.07.26 09:22 수정 2021.07.26 09:3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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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개 500마리가 갇혀있는 지옥…그곳에서 12년간 착취당한 지적장애인
멀리서부터 개 짖는 소리가 요란했다. '개 500마리를 불법 사육하는 농장에서 지적장애인이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제보를 확인하러 가는 길이었다. 서울에서 1시간을 달려 인천 강화군 삼성리에 도착했다. 개 농장 안으로 들어가는 철문은 굳게 닫혀 있었고, 까치발을 해도 내부는 보이지 않았다.

문 앞에서 우연히 한 할머니를 만났다. 안으로 들어가려는 기자를 막아서며, 음료를 권했다. "이런 일이 처음이라 가슴이 떨리니, 일단 박카스 하나 드셔." 할머니는 개 농장 주인이었다. '이런 일이 처음'이란 할머니의 말은, 그만큼 오랫동안 불법이 자행됐단 의미였다.

1평도 안 되는 철장들...갇힌 개 500마리

강화 개 농장
직접 들어가서 본 개 농장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다. 500마리 넘는 개들이 동시에 짖어 농장 전체가 울렸고, 지독한 냄새가 마스크를 뚫고 들어왔다. 한 평도 안 되는 철장에 많게는 개 10마리가 갇혀 있었다. 철장은 낡다 못해 녹슬었고, 어떤 개는 철장에 긁혀 살갗이 까져 제대로 서있지도 못했다.

어미와 새끼는 분리되지 않은 채 같은 철장에서 지냈다. 개들은 갈아놓은 음식물 쓰레기를 먹었고, 이곳에 있는 개들에게 사료는 사치였다. 이날 기자는 4마리의 강아지 사체를 발견했다. 한 마리는 코피를 흘린 채로, 두 마리는 탯줄이 달린 채로, 나머지 한 마리는 피부가 뜯긴 채로 발견됐다. 죽은 개들은 철장 구석에 그대로 방치됐다. 최소한의 돌봄조차 없었다.

재미로, 취미로 개 500마리를 키웠다는 주인

개농장 주인
농장 밖으로 나가 주인을 다시 만났다. 왜 개를 키우는지 물어봤다.

"이거에다 그냥 재미를 붙이고 사는 거야."
"재미를 붙이셨다고요?"
"취미, 취미"

이후 주인은 '먹고살 게 없어서 이 일을 조금씩 하다 보니 이렇게 늘어났다.'고 말을 바꿨다. 처음엔 개를 팔지 않는다고 했지만, 결국 판매용으로 개를 길렀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마을 주민들은 개 상인들이 드나드는 걸 수시로 봤다고 입 모아 말했다. 새벽에 개 장수들이 큰 트럭을 갖고 와서 개들을 실어 나르는 걸 직접 목격했다는 것이다. 한 주민은 '개들은 주로 도살장이 모여 있는 김포로 간다'고 덧붙였다.

개 농장에서 착취당한 남성, 받은 건 막걸리와 담배뿐

관련이미지
한참 취재를 진행하던 중, 농장 안에서 불을 피우며 일하는 남성을 발견했다. 취재를 하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농장 청소에 여념이 없었다. '이곳에서 착취를 당한다'는 그 지적장애인이었다. 남성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지만 의사소통이 쉽지 않았다. 그는 '12년 전, 이곳에 와서 일을 하게 됐다'며 어렴풋이 과거를 기억해 냈다. 그가 12년간 노동의 대가로 받은 건 무엇일까.

"혹시 돈 받으셨어요?"
"돈 같은 거 안 받고 막걸리하고 담배하고 이렇게 놓고 일을 하고 있어요."

새벽부터 밤까지 일하는 그에게 주어진 건 고작 막걸리와 담배뿐이었다. 그는 개 농장 주인을 '할머니' 또는 '사모님'이라고 불렀다. 그는 주로 농장 내 컨테이너 상자에서 잠을 자고 생활했다. 직접 들어가 보니 온갖 쓰레기와 벌레, 거미줄이 가득했다. 일을 마치면 이곳에서 잠을 잔다고 했지만, 사람이 사는 곳이라곤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열악했다. 그는 컨테이너 상자 근처 움막에서 식사를 해결했다. 실내도, 실외도 아닌 곳에서 1년 365일 밥을 먹을 먹은 것이다. 이 움막 역시 썩은 음식과 벌레, 치워지지 않은 그릇들로 가득 차 있었다.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에서 10여 년 노예 생활

개농장 착취
마을 주민들은 이 남성을 '노예'로 기억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하루 종일 일만 한다는 것이다. 언젠가 농장 안에 들어가 봤다는 한 주민은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마을 주민 1
"노예같이 보여요, 우리가 보기에는.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시키면 시키는 대로 일을 하니깐."

마을 주민 2
"(농장) 안의 상황이 좋지 않았어요.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은 아니었고요, 그냥 개 냄새만 나요."

그는 12년 전부터 일하게 됐다고 말했지만, '왜 이곳으로 왔는지'는 기억하지 못했다. 단지 10년 넘게 이 생활을 하고 있단 것만 거듭 얘기했다. 이곳 생활이 힘들지 않냐고 물으니, 겨울에 유독 힘들다고 답했다. 왜 힘든지 여러 번 물었지만 의사소통이 어려운 탓에 명확한 답을 듣지 못했다.

지난 14일, 그는 경찰과 장애인 지원 단체의 도움으로 지옥 같았던 개 농장을 떠났다. 사회복지사가 그에게 '이곳을 떠나고 싶냐' 물었을 때, 그가 '떠나겠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현재 그는 인천의 한 장애인 보호 쉼터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다. 담당 사회복지사는 이 남성이 실제로 장애를 갖고 있지만, 장애 등록이 되지 않은 '미등록 장애인'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쉼터에서는 그에 대한 신원조사와 상담 등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매달 60만 원 줬으니 착취가 아니라고요?

강화 개 농장/장애인 착취 논란
개 농장 주인은 '착취가 아니라 함께 일한 사이'라고 주장했다. 노동을 강요한 적이 없고, 월급 60만 원을 꼬박꼬박 줬다는 것이다. 실제로 농장 주인은 남성의 아내에게 매달 60만 원씩 돈을 보냈다. 이 남성의 아내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남편은 장애인이 아니며 본인이 매달 60만 원을 수령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그의 아내조차도 착취 사실을 알고 있었단 것이다.

하지만 최저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해도 월 60만 원은 한 달 치 월급에 한참 모자란다. 또, 남성의 자의적 판단으로 근로계약을 맺었다고 보기 어렵다. 남성이 직접 근로계약에 동의했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설령 근로계약이 체결됐다 하더라도, 임금이 당사자인 남성이 아닌 가족에게 대리 지급되는 건 근로기준법상 적법한 임금 지급이 아니다.

경찰은 이 농장 주인을 상대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동물보호법, 장애인복지법 등을 위반하지 않았는지 살피는 것이다. 강화군청은 이 농장의 불법 건축물, 불법 개 사육, 폐기물 처리 위반 등 여러 내용에 대해 시정 명령을 내렸다. 개 농장 주인은 군청에 '개를 줄이겠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강화군청은 시정하지 않을 경우 고발까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12년간 아무도 알지 못했던 '장애인 착취'

개농장
장애인을 상대로 한 착취는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피해자가 자신의 상황을 정확히 설명하기 어렵고, 가해자는 그 점을 악용하기 때문이다. 인천 강화군 개 농장 착취 사건도 비슷했다. 사회복지사가 그에게 이곳을 떠나고 싶은지 묻기 전까지 그에게 '집에 가고 싶냐'고 물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이제라도 생지옥 같았던 개 농장을 떠나게 되어 참 다행이지만, 한편으론 더 빨리 알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분명 기회는 많았다. 개 농장이 이렇게까지 커지기 전에 지자체에서 점검을 나왔다면, '노예처럼 보였다'는 이 남성에게 누군가 무슨 일인지 물었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이제라도 그가 구출된 만큼, 수사를 통해 개 농장 주인이 언제부터 그를 착취한 것인지, 왜 그런 건지 등 해결되지 않은 의문들을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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