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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일성광장에 '또' 더불어민주당 평양본부 생긴 사연

[취재파일] 김일성광장에 '또' 더불어민주당 평양본부 생긴 사연

강청완 기자 blue@sbs.co.kr

작성 2021.07.25 09:23 수정 2021.07.26 12:0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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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김일성광장에 또 더불어민주당 평양본부 생긴 사연
다소 황당한 제보를 하나 받았습니다. 평양 김일성광장에 더불어민주당 평양본부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가 있다는 제보였습니다. 무슨 소린가 봤더니 구글(Google)이 제공하는 구글 지도에 '더불어민주당 주사파 평양본부'와 '노읍읍 분향소'라는 장소가 평양에 있는 걸로 검색된다는 이야기였습니다(노읍읍은 일베 등 극우 사이트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일컫는 용어라고 합니다). 제보 사진을 첨부합니다.

강청완 취파 구글 지도에 검색되는 '더불어민주당 평양본부'와 분향소 (제보: 더불어민주당 보좌진협의회)
물론, 평양에는 저런 장소가 없습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황당하죠. 누군가 장난으로 혹은 고의로 등록을 한 것으로 강하게 추정됩니다. 그런데 이런 일,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4월에도 평양 김일성광장 근처에 '더불어민주당 본부', '문재인캠프 평양본부' 같은 지명이 등록된 사실이 알려져 언론에도 여러 차례 보도된 바 있습니다. 당시 화제가 되면서 해당 지명이 삭제가 됐는데 어느새 누군가 슬그머니 다시 등록을 한 겁니다. 제보를 받은 게 지난 목요일, 즉 22일인데 이틀 뒤인 24일 기사를 쓰며 다시 한번 검색해보니 분향소라는 곳은 아직 남아있고 민주당 본부는 다시 지워졌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주사파 평양본부'가 지도상에는 사라졌지만 여전히 검색어로 남아있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구글 지도가 누구나 장소 정보를 등록할 수 있는 오픈소스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구글 지도의 특정 장소를 클릭하면 장소 이름과 카테고리 등을 입력할 수 있고 간단한 절차를 거쳐 등록이 됩니다. 국내 포털 지도 서비스인 네이버나 다음과는 다른 부분입니다. 네이버에 물어보니 "사용자 제보에 대한 부분은 기본적으로 100% 검수 후 반영한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신규 장소 등록의 경우 이용자 제보가 들어오더라도 네이버 자체 또는 외부 CP나 사업주의 데이터를 거쳐 검증 후 등록하는 절차를 거친다는 설명입니다. (구글 지도의 장소 등록 절차를 확인하기 위해 구글코리아 측에 질의 메일을 보냈지만 답변이 오지 않았습니다)

물론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구글 지도와, 국내만을 대상으로 하는 네이버, 다음 지도를 단순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위와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고 가짜뉴스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실제 세 달 전 위 문제가 불거졌을 때 몇몇 극우 성향 유튜버들은 '충격! 민주당 본부가 평양에 있다' 와 같은 낚시성 제목을 단 영상을 여러 편 올리기도 했습니다. 저런 걸 누가 믿나 싶을 수도 있지만 댓글을 보면 실제 믿는 사람들도 꽤 많아 보입니다.

'금수산 태양 돼지국밥'이라는 지명도 등록돼 있다.
내용 또한 장난으로만 치부하기엔 상당히 악의적입니다. '금수산 태양 돼지국밥' 같은 장소야 장난으로 볼 수 있다 쳐도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의 분향소를 소재로 삼은 건 선을 넘은 행위입니다. 진영과 정당을 떠나, 전직 대통령 누구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일베'의 그림자를 강하게 느낄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게다가 대선이 몇 달 남지 않았습니다. 온갖 마타도어와 가짜뉴스를 경계해야 하는 시국에 또 다른 가짜뉴스의 통로로 악용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국내 정밀지도 요구하던 구글, 관리감독 책임은?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이는 구글 지도가 오픈소스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에 벌어진 해프닝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사실 구글은 '오픈소스계의 대부'라고 불릴 만큼 이용자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이를 성장동력이자 자원으로 삼는 오픈소스 방식을 적극 활용해왔습니다. 구글이 그 어떤 인터넷 플랫폼보다도 빠르고 강력하게 전 세계 인터넷 시장을 제패한 비결이기도 합니다. 이런 개방성은 다소 폐쇄적인 국내 포털업체와 대비되는 지점으로 꼽히기도 했습니다. 구글 지도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다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도 있습니다. 구글 측은 그동안 우리 정부에 지도 정밀 데이터를 제공해달라고 끈질기게 요구해왔습니다. 안정상 민주당 방송정보통신 수석전문위원이 지난 2016년 8월 작성한 <구글의 국내 지도 데이터 반출 신청에 대한 검토와 제언>이란 제목의 정책 리포트에 따르면, 구글 측은 2007년부터 우리 정부 측에 국내 지도 데이터를 반출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듬해인 2008년 한미통상회의에선 '외국IT 기업에 대한 차별'을 주장하며 자료 개방을 거듭 요구했고 2010년에는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에 대해 국토해양부 장관에 공식적으로 승인을 신청했다가 거절당했습니다. 그리고 6년 뒤인 2016년 또 한 번 국토해양부 산하 국토지리정보원에 '지도 데이터 국외반출 허가신청서'를 공식 제출했다 거절당했습니다.

우리 정부가 마냥 안 된다고만 한 건 아닙니다. 분단국가라는 안보적 특수성 외에도 국내 기업과의 역차별 우려, 또 국민 세금 들여 만든 데이터라는 다양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구글 측이 요구한 지도 데이터는 국토지리정보원이 디지털 방식으로 만든 1:5,000 대축척 수치지형도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로 많은 비용과 인력이 투입된 결과물입니다. 심지어 정부가 국내 서버 설치를 조건으로 데이터를 제공하는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구글 측이 받아들이지 않아 결렬되기도 했습니다.

구글
구글이 지도 데이터를 요구하는 가장 큰 목적은 결국 '돈'으로 보입니다. 정확한 지리 정보를 발판 삼아 다양한 서비스와 연계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용자들의 편리성 증진도 이유로 들었지만 이미 온 국토 구석구석을 거리뷰로 볼 수 있는 국내 여건을 고려하면 딱히 설득력 있는 주장은 아닙니다(국산 온라인 지도 어플은 외국어 버전도 제공합니다). 즉 구글은 사업자로서의 권리를 내세워 공적 비용이 들어간 지도 데이터를 요구하는 셈입니다.

그러나 권리에는 책임이 수반됩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단순히 장난으로만 치부할 수 있는 내용과 시국은 아닙니다. 나쁜 파장과 부작용이 우려된다면 이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관리감독은 필요합니다. 구글 측은 과거 "가짜뉴스 등 허위 제보, 조작을 내부 시스템을 통해 85% 이상 걸러내고, 이용자들의 신고도 적극 반영한다"고 밝힌 적 있는데, 정작 바뀐 건 없어 보입니다.
 

민주당 보좌진협의회 "시정 요구할 것"

이 문제를 처음 발견하고 제보한 건 더불어민주당 보좌진 모임인 '더불어민주당 보좌진협의회'(이하 민보협) 소속 보좌진입니다. 이동윤 민보협 회장은 "당 지도부에 정식으로 보고한 뒤 구글 측에 강력하게 항의할 것"이라고 기자에게 말했습니다. 또 상임위 차원의 대응과 함께 구글 측에 재발방지 대책 마련도 촉구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실 가짜뉴스와 허위정보 앞엔 정당과 진영이 따로 없습니다.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지부가 어디에 있니 특정 대선 후보의 별장이 어디에 있니 가짜 정보가 판치는 상황을 생각하면 정말 상상만 해도 피곤해집니다. 피곤한 걸 떠나 사회 전체의 손실이자 낭비일 수밖에 없습니다. 판이 혼탁해지면 결국 모두가 피해자가 됩니다. 구글 지도로 장난 한번 친 게 뭐가 대수냐고, 쉽게 말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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