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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청해부대 임무 · 작전은 성공"…귀환한 장진호 美 해병대와 청해부대

[취재파일] "청해부대 임무 · 작전은 성공"…귀환한 장진호 美 해병대와 청해부대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은 6개월 간 아덴만-페르시아만 해역의 우리 상선과 국민 보호 임무를 띠고 지난 2월 8일 진해항을 출항했습니다. 임무 도중 추가 명령이 하달됐습니다. 대단히 열악한 곳으로 급파돼 국민 보호 작전에 투입된 것입니다. 집단 감염은 추가 임무 수행 중 발생했습니다. 지난 14일 첫 확진이 합참에 보고됐고, 5일 만인 19일 공군 공중급유수송기가 떴습니다. 그리고 20일 성남 서울공항을 통해 전원 귀환했습니다.

청해부대 34진이 백신 접종을 못하고 신속항원검사키트를 안 챙긴 것은 패착입니다. 코로나19에 취약한 지역의 추가 임무가 부여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간과한 것입니다. 오판입니다. 그 결과 301명 중 90%가 감염되는 최악의 사태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합동전력의 신속한 귀환 작전이 이뤄졌고, 본국 후송에 성공했습니다. 그렇다면 2월 8일부터 현재까지 청해부대 34진의 임무와 작전은 전체적으로 실패일까요, 성공일까요?

청해부대 34진의 귀환을 보며 장진호 전투의 미군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1950년 겨울 올리버 스미스 소장이 이끄는 미 해병대 1사단이 함경도 산악지대에 매복한 중공군 제9병단의 기습에 혼쭐 난 전투입니다. 미 해병대 1사단의 전멸이 불 보듯 뻔했는데 10배 이상 병력의 포위망을 뚫고 흥남으로 탈출했습니다. 물론 숱한 사상자를 냈지만 중공 9병단은 재건이 어려울 정도의 궤멸적 타격을 입었습니다.

스미스 소장은 작전 도중 "해병대가 후퇴하는 것이냐"는 종군기자의 질문에 "후퇴라니, 우리는 '역방향 기동', '후방 진격'을 하고 있다"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미국은 장진호 전투를 패배로 보지 않습니다. 중공군의 참전 여부, 함경도의 지형과 기후를 잘못 판단했지만 전력을 보존하며 철수한 성공으로 인정합니다.

청해부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초기의 뼈아픈 오판에도 빠른 철수 결정과 전광석화 같은 후송이 이뤄졌습니다. 청해부대와 미 해병대 1사단은 공통적으로 실수를 딛고 작전에 성공했습니다. 차이점은 미국에서는 장진호 전투의 해병들을 영웅으로 평가하는데 반해, 우리는 청해부대 34진을 최악의 실패로 여긴다는 것입니다.
 

급박했던 청해부대 귀환 작전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백신 접종 안 하고, 신속항원검사키트 보급하지 않은 것은 변명의 여지없는 군 실수입니다. 겸허히 반성하고 비판을 수용할 일입니다. 하지만 청해부대 34진은 본연의 임무, 그리고 추가된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습니다. 그러던 도중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됐지만 신속하게 복귀했습니다.

확진자가 나오고 관련 보도들이 쏟아지자 아프리카 현지에서도 "문무대왕함은 코로나19 감염 함정"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고 합니다. 군 지휘부는 문무대왕함 함장에게 "지금 가장 급한 게 뭐냐"고 물었고, 함장은 "입항이 시급하다"고 답했습니다. 환자 입원, 의약품과 식량, 연료의 확보, 그리고 유전자 증폭 PCR 검사를 위해서는 육지에 기항해야 하는데 '감염 함정' 문무대왕함에 항구를 내주는 국가는 없었습니다.

지난 3월 모항인 오만 무스카트항에서 크레인을 이용해 선적한 물품을 소독하는 청해부대원들. 방호복과 장갑,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군 지휘부는 "1순위 과업은 청해부대 입항"이라고 관련 부서에 지시했고, 외교부 등의 협조를 얻어 기항할 항구를 찾았습니다. 동시에 공군 공중급유수송기를 급파했을 때 통과해야 하는 국가들과 협의해 하늘길을 열었습니다.

일각에서는 군사외교력이 부실해서 청해부대 입항이 거부됐다고 하는데 사실과 다릅니다. 감염 소문이 퍼져서 입항이 거부됐고, 국방부와 외교부의 합작으로 다급하게 항구를 물색한 것입니다. 확진자 발생 일주일도 안 돼 전원을 후송했습니다. 청해부대 34진의 1차 임무, 2차 임무, 전격 귀환으로 이어지는 합동작전은 성공적이었습니다. 코로나19의 변수에 사전 대응하지 못한 점은 안타깝지만 그럼에도 부여된 임무와 작전은 훌륭하게 완수했습니다.
 

"악조건 딛고 성공한 임무"

장진호 전투가 벌어지기에 앞서 더글러스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은 중공군의 개입 징후를 놓쳤습니다. 스미스 사단장은 북한 산악지대의 겨울이 얼마나 추운지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중공군이 개입해 매복한다 한들 3개 군단, 12개 사단의 십수만 대병력이 쥐도 새도 모르게 준령(峻嶺) 속에 스며들었을 줄은 몰랐습니다.

우리 군 지휘부도 파병부대 백신 공급이 어렵다는 정부의 의견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청해부대 34진 백신 접종 기회를 놓쳤습니다. 함정 내 백신 접종이라는 변수도 군과 방역당국의 판단을 흐리게 했습니다. 최근 해군 한산도함이 섬 주민 백신 접종을 지원할 때도 접종 개시의 기준은 헬기 운항이 가능한 기상이었습니다. 이상 반응이 나왔을 때 헬기 후송이 가능해야만 백신을 접종했던 것입니다.

신속항원검사키트를 싣고 가지 않은 것도 작지 않은 실수입니다. 하지만 항원검사키트를 가져갔다 한들 확진을 좀 더 일찍 알 수야 있었겠지만 집단 감염을 막을 수 있었을지 의문입니다. 무엇보다 청해부대 34진은 1, 2차 임무를 수행하고 집단 감염을 뚫고 공군과 해군 합동전력의 쾌속 지원으로 복귀했습니다. 미 해병대 1사단의 흥남 철수처럼 성공한 임무, 성공한 작전입니다.

그제(23일) 청해부대 34진의 국방부 기자단 인터뷰에서 장병들은 "음성자만 귀국시키고 면역체계 생긴 양성자들은 끝까지 남아서 배를 몰고 돌아가자고 이야기했다", "확진된 함장은 산소호흡기로 버티며 무전기로 지휘했다", "마주치면 몸 괜찮냐고 물으며 서로 걱정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적으로 임무를 수행하다가 불가항력적 상황을 만났다"고 말했습니다.

집단 감염에도 끝까지 배를 지키려고 노력했던 바다 사나이들입니다. 이 인터뷰를 두고 '관제(官製) 인터뷰', 즉 정부가 뒤에 숨어 관리한 인터뷰라거나, "국방부의 통제로 한계가 있었다"며 폄훼하는 지적도 나옵니다. 사실 국방부와 해군, 청해부대 34진은 인터뷰할 생각 없었습니다. 기자들이 먼저 국방부에 요청했고, 장병 7명이 스스로 손 들고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관제 인터뷰는 애초에 성립할 수 없었습니다. 이는 청해부대 34진을 모욕하는 망발입니다.

치료시설로 옮겨지며 손 흔들고 V자를 내보이는 청해부대원들

칭찬은 인색하고, 비판은 넘쳐나고…

영국 퀸 엘리자베스 항모전단에는 최근 코로나19 돌파감염이 100건 이상 발생했습니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은 개의치 않고 "집단 감염은 관리되고 있다"며 순항 훈련의 지속을 명령했습니다. 항모전단은 동쪽으로 항해하며 잇따라 연합해상훈련을 벌이고 있습니다. 예기치 못한 악조건을 만나 이를 극복하고 나아가는 것은 군인의 숙명입니다. 코로나19 돌파감염은 항모전단에 돌연 닥친, 그러나 뚫고 전진해야 할 과제입니다. 잘잘못을 따지는 영국 정치권과 언론의 호들갑은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와 참 다릅니다. 청해부대 34진의 몇 가지 실수가 불거지자 온 나라가 떠들썩하게 군을 조리돌림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백신이나 키트 보급은 엄두도 못 냈던 청해부대 33진, 32진이 훌륭하게 임무 완수하고 돌아왔을 때는 어땠을까요? 해군 지휘부 외에 누구 한 명 관심 갖지 않았습니다. 추우나 더우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갖은 고생하며 헌신하는 숱한 군인들도 같은 처지입니다. 고생과 헌신에 대한 존중은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칭찬은 없고, 아차 하는 순간 욕받이가 됩니다. 군인 노릇하기 참 힘든 나라입니다.

청해부대 34진의 파병 준비단계부터 복귀까지 두루 살피는 국방부 감사가 지난 22일부터 시작됐습니다. 감사의 전제는 청해부대 34진의 성공적 임무 수행이어야 합니다. 301명 장병 전원은 털끝 하나 다쳐선 안됩니다.

내일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도 청해부대 집단 감염에 집중할 텐데, 국방위원들도 청해부대 34진의 성공적 임무 수행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 줬으면 좋겠습니다. 장병 사기 꺾는 트집잡기는 자제하고, 대신 감염병 창궐 시 전투력 보존 대책에 지혜를 보태는 것이 국방위 소속 국회의원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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