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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13년 만에 메달 사냥' 도전!…대한민국 여자 핸드볼 '에이스' 류은희

[취재파일] '13년 만에 메달 사냥' 도전!…대한민국 여자 핸드볼 '에이스' 류은희

배정훈 기자 baejr@sbs.co.kr

작성 2021.07.24 09:40 수정 2021.07.24 16:4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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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핸드볼은 대한민국 올림픽 역사에서 대표적인 '강세 종목'이었습니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준우승 이후 이번 도쿄 올림픽까지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에 참가했고, 2012년 런던 올림픽까지 4강 전에 개근 하며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따냈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의 찬란한 영광은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잠시 멈춰 섰습니다. 러시아, 스웨덴 등 유럽의 벽을 넘지 못하고 1승 1무 3패로 예선 탈락했기 때문입니다.

여기, 2012년 4강의 기억과 2016년 예선 탈락의 아픔을 모두 마음에 품고,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다시 한번 위대한 도전에 나선 선수가 있습니다.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 팀의 라이트 백이자 주장을 맡고 있는 류은희 선수입니다. 이번 시즌 핸드볼 코리아리그에서 소속 팀 부산시설공단을 우승으로 이끈 뒤 지난 3월부터 올림픽에 대비해 대표팀에 소집돼 훈련하고 있는 류은희 선수를 지난달 전지 훈련지인 강원도 태백에서 만났습니다.
 
Q. 이번 도쿄 올림픽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이번이 세 번째 올림픽이네요. 처음 런던 올림픽에서는 아쉬움이 남았고, 두 번째 리우 올림픽에서는 몸을 다 끌어올리지 못하고 참가하다 보니까 원하는 결과도 못 얻고, 언니들이 해왔던 업적에 미치지 못했어요.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는 좋은 성과를 얻고자 열심히 훈련하고 있습니다."

Q. 이전 올림픽에 대한 기억은 어떤가요?

"런던 올림픽 때는 마지막이 다 아쉬웠어요, 부상 선수도 많았고. 그래도 그 어려운 과정에 잘 했다고 생각합니다. 4강에서 노르웨이에게 진 것도 아쉬웠지만, 스페인과 3·4위전이 너무 ‘임팩트’가 커서 그때가 더 아쉬웠던 거 같습니다."

2012년 당시 4강에서 노르웨이에게 져 스페인과 3, 4위 전을 치렀던 한국 대표팀은 2차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31대 29로 패하며 다 잡았던 메달을 아쉽게 놓쳤습니다. 당시 막내급 선수였던 류은희는 8경기에 43골을 터뜨리는 활약으로 득점 3위에 오르며 이후 올림픽에서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하지만, 정작 4년 뒤 참여한 리우 올림픽에서 류은희는 제대로 힘을 쓰지도 못하고 대표팀의 예선 탈락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무릎과 어깨 부상이 발목을 잡은 탓이었습니다.

지난해 12월에도 무릎 인대가 부분 파열되는 불의의 부상을 입었던 류은희 선수. 다행히 지금은 몸 상태를 많이 끌어올린 모습이었습니다.

도쿄올림픽 여자 핸드볼 류은희
Q.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아무래도 부상입니다. 몸 상태는 어떠신가요?

"(지난 12월에 입은 무릎 부상은) 생각보다 큰 부상은 아니어서 다행이었어요. 수술할 정도는 아니어서 다행이었죠. 지금 몸 상태는 70-80%까지는 올라온 거 같은데 아직 가야 할 길이 먼 거 같아요."

어쩌면 이번 올림픽도 선수들의 부상이 변수가 될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류은희 선수와 런던 올림픽을 함께했던 대표팀 골키퍼 주희 선수는 “런던 때 멤버였던 고참 선수들이 많이 아프다”며 걱정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주장 류은희를 비롯한 ‘언니’들은 대표팀의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Q. 주장으로서 어떤 역할을 주로 맡고 있나요?

"저는 지금 주장으로서 중간 메신저 역할을 해야 해서, 코칭스태프랑 선수들 간의 커뮤니케이션 부분에 대해서 많은 신경을 쓰고, 선수들 입장에서 말 못 하는 걸 제가 총대 메고 얘기하는 편이에요. 그래도 다들 (좋은 성적이라는) 목적이 있어서 그런지 하고자 하는 의욕이 넘치고, 훈련에도 잘 따라와 주고 있는 거 같아요."

유럽 선수들에게 밀리지 않는 키 180cm의 건장한 체격 외에도 류은희 선수에게는 또 다른 무기가 있습니다. 유럽 선수들과 수차례 맞붙어본 경험이 바로 그것입니다. 2019년, 프랑스의 PARIS92로 이적해 1년여 동안 유럽 무대를 경험해본 류은희는 그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수하며 올림픽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Q. 유럽 무대 경험 이후 첫 올림픽입니다.

"유럽 가서 경험하고 부딪혀보고 하다 보니까 (유럽 팀들이랑 붙을 때) 경기력 면에서 덜 힘든 거 같아요. 유럽 선수들은 공에 왁스를 많이 바르는 편이어서 공이 끈적거리는데, 저희도 그것에 대비하려고 준비하는 동안 공에 왁스를 많이 바르도록 후배들에게 얘기하고 있어요. 또, 유럽 선수들이 (패스를 받을 때) 한 손 캐치를 많이 하는데, 그 부분도 연습해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해 유럽 팀들과 연습 경기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한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예선에서 유럽의 강호 노르웨이, 네덜란드는 물론, 자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대비하기 위해 덴마크 전지 훈련까지 수행한 일본까지 만나게 됐습니다. 결코 쉽지 않은 대진이지만, 류은희 선수는 첫 경기 노르웨이전을 키 포인트로 꼽았습니다.
 
Q. 시작부터 노르웨이와 경기를 하게 됐습니다.

"노르웨이랑 제대로 해보고 싶긴 한데, 워낙 강팀이잖아요. 저희가 저번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 때 본선 라운드에서 초반부터 크게 졌거든요, (노르웨이전이) 첫 경기이기도 하고 저희가 잘 준비를 해서 그 경기를 꼭 이겼으면 좋겠어요."

유럽 진출 후 잠시 한국으로 돌아왔던 류은희 선수는 이번 올림픽을 마친 뒤 유럽 핸드볼의 최고 명문팀 중 하나인 헝가리 GYŐRI로 이적하게 됐습니다. 명문팀 입단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냥 왼손잡이라서 좋게 본 것 같다”며 수줍게 웃어 보인 류은희 선수. 하지만,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도쿄 올림픽에 대한 각오는 결코 수줍지 않았습니다.

도쿄올림픽 여자 핸드볼 류은희
Q. 도쿄 올림픽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어떻게 보면 마지막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동안) 항상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경기를 했고, 그러다 보니까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던 거 같아요. 선수들에게도 동기부여가 잘 됐으면 좋겠고, 가까운 일본에서 하는 올림픽이잖아요. 유럽에서 하는 게 아니니까 좀 더 자신감 있게 하고, 저도 선수들 잘 이끌어서 조별 예선 잘 치르고 본선에서 결승까지 가는 게 목표예요. 꼭 메달을 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흘 전 도쿄 현지에 도착한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은 그제 치른 스페인과 연습 경기에서 승리하며 순조롭게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내일 노르웨이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예선 일정에 돌입하게 되는 대표팀은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여자 핸드볼의 명예 회복에 도전합니다. 남다른 각오로 세 번째 올림픽을 맞이한 류은희 선수가 자신의 장기인 시원시원한 중거리슛을 마음껏 상대의 골문에 꽂아 넣을 수 있다면, 영광의 순간은 결코 멀리 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영상취재 : 김원배 / 영상편집 : 한수진 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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