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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쉽] '실손보험 꿀 혜택 사라진다고?' 4세대 실손보험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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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누가?] 이렇게까지 실손보험 활용해 봤다?

#1. 숙취 해소를 위해 일주일에 한 두번 비타민 주사를 받는 회사원 A 차장. 숙취도 풀리는 것 같고 덩달아 피부도 좋아지는 것 같아서 자주 이용한다. 매번 10만 원이 훌쩍 넘는 비용을 내야하지만 별 부담이 없다. 실손보험이 다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수액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원도 다양하다. 회사 앞 정형외과 이비인후과 가정의학과 병원까지 너도나도 수액치료를 적극적으로 권한다. 실손보험만 있으면, 의사가 알아서 써준 소견서와 진료비 상세영수증을 보험사 어플에 제출하고 병원비를 100% 환급받을 수 있다.

#2. 15살 중학생 C군은 최근 3년 동안 도수치료를 122차례나 받았다. 진료비는 무려 2,800만원. 하지만 실손보험 덕에 C군이 실제로 쓴 돈은 없다. 도수치료는 근골격계 질환이 있는 사람들이 받는 치료지만 C군은 관련 질환이 없다. 도수치료를 받으면 키가 크고 체형이 교정된다는 말에 치료를 받은 것이다.

#3. 피부질환 치료를 잘한다는 정형외과를 찾아간 주부 D씨. 의사가 대뜸 실손보험 가입여부를 묻는다. 실손보험에 가입돼 있다고 하자, 고가의 로션을 권한다. 로션 10개를 구입하고 낸 돈은 30여 만원. 하지만, 의사가 작성해준 소견서와 서류를 제출하니 낸 금액의 90% 이상을 돌려받았다.

실제 사례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실손보험을 활용하는 사람은 실손보험 전체 가입자의 10% 수준. 이 사람들이 전체 보험금의 절반 이상을 가져갔다. 그 규모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보험금을 많이 탄 가입자나 적게 탄 가입자나 똑같은 보험료를 내다 보니, 과잉 진료나 의료 과소비라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그래서 실손보험 체계가 대폭 바뀐다.

[그게 뭔데?] '실손보험', 대체 뭐길래?

'실손의료보험'은 우리나라 국민 5,100만 명 중 3,900만 명이 가입돼 있다. 전체 국민의 75% 이상이 가입했으니 '제2의 건강보험'이라고 불릴 만도 하다. 보험가입자가 질병이나 상해로 치료를 받았을 때 실제 낸 돈을 보장해 주니 '실제 손실을 보장한다'고 해서 '실손보험'이라고 부른다. 병원이나 약국에서 실제로 지출한 의료비나 약제비를 보상해 준다. 보험사가 사실상 실비를 부담하기에 '의료실비보험'이라고도 불린다. 원래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 '비급여' 진료비는 본래 환자가 100% 부담해야 하지만, 실손보험이 이 부분을 충당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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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9월 처음으로 판매된 실손보험은 판매 시기나 담보 구성에 따라 1~4세대 실손의료보험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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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 실손보험의 세대별 특징
실손보험은 1999년 삼성화재가 처음 내놨다. 이후 다른 보험사들도 뒤따라 내놨는데, 본인 부담금이 사실상 없고, 보장 범위가 넓은 것이 특징이다. 이것이 2009년 10월까지 판매된 1세대 실손보험이다. 당시에는 회사마다 한도와 공제금액, 보장 내용이 각각 달랐다.

2009년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마다 제각각이던 실손보험이 금융감독원의 감독하에 표준화됐다. 이 때문에 2009년 10월부터 판매된 2세대 실손보험을 '표준화 실손보험'이라고도 부른다. 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가 전체 가입자의 50% 가까이 된다. 2세대 실손보험의 본인 부담금은 10~20% 수준이다. 예를 들어, 도수치료를 받고 10만원의 치료비 중 본인 부담금은 1만 원이다. 나머지 9만 원은 실손보험에서 내준다. 보험료 갱신주기도 1세대의 3~5년에서 1~3년으로 줄였다.

가입자의 의료 이용이 늘수록 보험사의 적자가 늘자 금융당국은 2017년 4월 3세대 실손보험의 출시를 허용했다. 환자가 내야하는 '자기부담금'은 높였다. 예를 들어, 10만 원 짜리 비급여 치료를 받는다면, 1세대 실손 보험 가입자는 0원, 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는 1만원만 부담하면 되지만, 3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는 2~3만 원을 부담해야 한다. 가입자의 자기부담금이 높아진만큼, 출시 당시 가입자의 보험료가 약 35% 저렴해지면서 '착한 실손보험'이라고도 부른다.

[왜 하는 거야?] 실손보험이 자꾸 변경되는 두 가지 이유

실손보험이 계속 변경되는 가장 큰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실손보험의 누적된 적자다. 실손보험은 2016년 이후 5년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한 해에만 실손보험에서 2조 5천억 원의 적자가 났다. 이 적자를 메우기 위해 보험사는 가입자들로부터 받는 보험료를 올린다. 두 번째는 보험을 유지해야 하는 가입자의 필요 때문이다. 실손보험은 필요하지만 갱신 때마다 오르는 보험료를 감당하기 힘든 가입자들은, 보장은 줄더라도 비용이 저렴한 다음 세대 보험으로 갈아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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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료가 계속 오르는 건 실손보험 가입자 중 소수가 과잉 진료를 받아 실손보험료 대부분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보험을 별로 활용하지 않는 다수 사람들의 보험료까지 덩달아 오르는 것이다. 비급여 진료를 자기 부담금 없이 받을 수 있는 1세대 실손보험은 2년 연속으로 20% 안팎으로 보험료가 인상됐다. 보험업계가 과잉진료를 받는 사람을 차단해야 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보니 전체 보험료를 인상하는 것으로 손실을 메우게 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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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누적되는 실손보험의 적자와 가파른 보험료 상승을 해결하기 위해 4세대 실손보험을 구상했다. 보험업계는 이달부터 4세대 실손보험 판매를 시작했다.

[어떻게 되는 거야?] 4세대 실손보험 "병원 자주 가면 돈 많이 낸다"

4세대 실손보험의 핵심은 간단하다. "병원 자주가면 돈 많이 낸다"

2021년 7월부터 판매가 시작된 4세대 실손보험은 기존의 1·2·3세대 실손보험보다 매달 내는 돈은 줄이고, 치료받을 때 환자가 부담하는 '자기부담금'은 높아진다. 이전 세대 실손보험이 급여·비급여 치료를 모두 커버하는 반면, 4세대는 급여와 비급여를 분리했다. 비급여 항목이 '특약'으로 분리된다. 앞으로는 특약에 가입해야 비급여 항목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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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손보험 가입자가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되면 병원이 청구한 금액에서 '자기부담금'을 제외한 금액을 보험사로부터 받게 되는데 1세대에서 3세대로 갈수록 이 자기부담 비율이 높아졌다. 현재 급여 항목 10~20%, 비급여 항목이 20% 정도인 자기부담금이 4세대 실손보험에서는 10%정도 더 올라 간다.

보험처리를 하더라도 가입자가 부담해야 하는 '최소 공제금액'도 함께 인상된다. 급여 항목은 병·의원급 최소 1만원, 상급·종합병원 최소 2만원, 비급여 항목은 최소 3만원으로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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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기본 보험료 자체는 내려간다. 1세대 실손은 보험료가 월 4만 원 선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세대부터는 1만 원대로 내려갔고, 4세대는 더 저렴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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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사고를 많이 내면 자동차 보험료가 할증되듯이 4세대 실손보험도 할증이 적용된다. 직전 1년간 비급여 의료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더 많이 내게 될 수도 있고, 반대로 할인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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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문제야?] 가입 문턱 올리는 보험사

"2년 동안 병원을 한 번 이라도 갔다면 실손보험에 가입 안 된다"

일부 보험사가 제시한 4세대 실손보험 가입기준이다. 실손보험은 2010년만 해도 30개사가 판매했는데, 4세대 실손은 절반인 15개사만 팔기로 했다. 이렇게 참여 회사가 적은 건 역시나 실손보험의 엄청난 적자 때문이다. 그나마 출시한 보험사들은 가입조건을 까다롭게 설정했다. 교보생명과 한화생명은 2년 내 병원 진료를 받은 경우는 가입이 불가능하고, 삼성화재는 최근 2년 간 진단과 수술로 지급 받은 보험금이 50만 원을 넘는 경우 신규 가입을 할 수 없도록 했다.

4세대 실손보험 가입 문턱이 높아지자 금융감독원은 최근 보험업계에 '합리적인 근거와 구체적인 가입기준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이를 두고 보험업계는 "보험 가입 기준을 정하는 건 회사의 자율결정 사항"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당국에서 이런 식으로 하면 보험사들의 실손보험 판매 중단이 더 늘 수밖에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가입기준을 두고 합리적인지 여부를 가릴 객관적 판단 매뉴얼은 현재 없다. 보험업계의 손해율을 줄일 수 있는 뾰족한 대책도 없어 당국과 보험사의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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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야 해?] '갈아타느냐, 마느냐?' 당신의 선택은?

가입자의 현재 건강 상태와 앞으로 얼마나 병원 갈 가능성이 높은지가 관건이다. 대부분의 경우 안 바꾸고 기존 실손보험을 유지하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금융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연맹은 "구 실손보험의 경우 계약을 갱신할 때마다 보험료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지만,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기는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질병이 있어서 정기적으로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가입자들은 갱신보험료가 부담되더라도 기존 보험을 계속 유지하는 게 낫다는 얘기다.

1, 2세대 실손의 경우 자기부담금이 없거나 적고, 갱신주기가 길다는 장점이 있다. 때문에 병원 이용이 잦을 것 같다면 기존의 실손보험을 유지하는 게 유리하다. 다만 구 실손의 경우 상품 구조상 보험료가 계속 오른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병원 갈 일이 거의 없는데 매달 내는 보험료가 부담이라면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는 게 유리하다. 특히 병원을 자주 이용하지 않고, 향후 오랜 기간 보험료를 내야 하는 2030세대 청년층이라면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는 것이 이득이라는 분석도 있다. 도수치료나 영양제 등 비급여 항목의 보장은 줄었지만, 난임·불임 치료와 선천성 뇌 질환 등의 급여항목 보장은 확대 됐다. 또 여드름 등 피부질환 중 치료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급여 항목은 실손보험으로 보장된다. 관련 치료가 필요하다면 4세대 실손보험이 더 유리하다.

(구성 : 이현식 선임기자, 장선이 기자, 김휘란 에디터 / 디자인 : 명하은, 이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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