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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취임 후 6차례 대국민 사과…국방장관 역할 맞나

[취재파일] 취임 후 6차례 대국민 사과…국방장관 역할 맞나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21.07.23 11:24 수정 2021.07.23 11:4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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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욱 국방장관은 작년 9월 취임 이후 10개월 만에 6차례나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군대 참 다사다난합니다. 서욱 장관의 재임 기간이 그리 길지도 않은데 벌써 최다 사과 기록 같습니다. 군에서 터진 사건·사고에 대해 국방장관이 사과하는 것은 국방장관이 군을 대표하기 때문일 터. 당연한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민주주의 안보의 근간인 문민정부의 군에 대한 통제 즉, 문민 통제의 정신과 제도를 따르자면 국방장관은 군을 대표하지 않습니다. 국방장관은 민간인입니다. 문민정부 즉, 청와대가 자신들의 비전과 정책에 맞춰 군을 통솔하고 지휘하라며 임명한 직위입니다. 국방장관은 군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문민정부를 대리합니다. 이제는 잊힌 표현인 '군부'에 국방부는 포함되지 않습니다.

각각의 군을 대표하는 자리는 합참의장과 각군 참모총장, 그리고 각급 사령관들입니다. 실질적이고 막강한 군령권과 군정권을 각 군에 행사하는 군 최고 책임자들입니다. 불미한 사건·사고가 발생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면 합참의장, 해당 참모총장, 사령관 중에 누군가 나서서 사과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국방장관은 문민정부를 대리해 필요하다면 군을 질책해야지, 군을 대표해 대국민 사과하는 것은 여러모로 부적절합니다. 오도된 대표성과 상징성에 휩쓸려 국방장관이 특정 군의 특정 사건을 사과함으로써 사건은 군 전체의 것이 되고, 동시에 군 전체의 신뢰와 사기가 떨어집니다. 장관은 군을 질타해야 하는데 오히려 군의 일부로서 사과를 하는 처지가 되다 보니 국방부 감사와 수사 결과에는 '제 식구 봐주기'라는 딱지가 붙습니다.

군을 실질적으로 대표하는 합참의장, 참모총장, 사령관들이 사과하면 사건은 오롯이 해당 군의 것이 됩니다. 군 전체가 흔들리는 불합리하고 억울한 상황은 더 이상 생기지 않습니다. 사고 나면 앞장서 사과까지 해야 하니 각 군 최고위 장군들은 스스로는 엄격하고 부대는 합리적으로 지휘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국방장관이 피해 갈 수 없는 대국민 사과
 

이번 정부 들어 송영무, 정경두, 서욱 장관이 번갈아 국방부를 맡았습니다. 하나같이 대국민 사과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송영무 전 장관과 정경두 전 장관은 공통적으로 5·18에 대해 사죄했습니다. 송 전 장관은 2018년 2월 계엄군 헬기 사격을, 정 전 장관은 2018년 11월 계엄군 성폭행을 사과했습니다.

5·18 헬기 사격 등에 대해 사과하는 사과하는 송영무 전 국방장관
5·18 계엄군은 과거 육군 공수부대의 만행인데, 문민정부의 안보 대리인들이 사과한 것입니다. 5·18은 문민정부가 사과할 역사가 아닙니다. 5·18 사과는 육군을 대표하는 육군참모총장, 공수를 대표하는 특전사령관의 몫입니다. 두고두고 틈 날 때마다 사과해야 합니다.

삼척항 경계 실패 사과하는 정경두 전 국방장관
정경두 전 장관은 2019년 6월 삼척항 목선 귀순사건으로도 대국민 사과를 했습니다. 삼척항 사건은 국방장관이 문민정부를 대신해 경계작전의 총책인 합참의장을 질타해야 하는 사건이었습니다. 대국민 사과는 경계 실패의 직접적인 책임을 지고 합참의장이나 지상작전사령관, 해군작전사령관 등 최고위 장군들이 했어야 했습니다.

서욱 장관이 첫 대국민 사과를 한 사건은 지난 2월 22사단 헤엄 귀순입니다. 삼척항 사건과 마찬가지로 육군 지상작전사령관 책임입니다. 사령관이 대국민 사과를 할 사건이었습니다. 4월 부실 급식은 육군의 군정권자인 육군참모총장이, 공군 성추행 사망사건은 공군의 군정권자인 공군참모총장이 머리 숙일 사건이었습니다. 하지만 군을 대표하는 것으로 잘못 자리매김된 장관이 사과함으로써 해당 군만이 아니라 타군의 사기도 함께 꺾였습니다.
 

민군 상생의 문민 통제를 위하여

서욱 장관이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의 코로나19 집단감염에 대국민 사과한 뒤 어제(22일)부터 국방부 감사가 시작되자 '셀프 감사' 지적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공군 성추행 사망사건도 서욱 국방장관이 사과하고 국방부 합동수사단이 나서자 '제 식구 감싸기' 낙인이 따라붙었습니다.

장관이 군을 대표해 사과하고, 동시에 수사하는 모순적 상황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뻔한 비판입니다. 죄지은 자가 그 죄를 수사하는 꼴이니 누군들 믿겠습니까. 사건이 벌어진 군도, 사과하고 수사하는 국방부도, 장관을 임명한 청와대도 불신을 쌓는 불합리한 구조입니다.

합참의장이나 해당 군의 참모총장 또는 사령관들이 각자의 군을 대표해 휘하의 사건·사고에 무한책임을 떠안아야 합니다. 현역 4성, 3성 장군들이 국방장관 앞에 서서 대국민 사과하고, 장관이 지휘하는 국방부의 엄정한 조사를 받아야 군의 자정 능력이 강화됩니다. 사과는 사건·사고가 발생한 해당 군에서 하고, 국방부는 군을 혼내고 조사하는 것입니다. 국방부와 군이 실추된 위상을 되찾는 길입니다.

문민 통제에 정답은 없지만 기본 원칙은 있습니다. 문민정부는 국방장관을 통해 군을 지휘하고 통솔하는 것입니다. 민주주의 문민 통제에서 장관이 군을 대표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서욱 장관의 대국민 사과는 이번이 마지막이길 기대합니다. 아니, 국방장관의 대국민 사과는 끝나야 합니다. 합참의장, 참모총장, 사령관들이 대국민 사과 자리에 서되, 그전에 막강한 권한을 백분 활용해 사건·사고와 대국민 사과를 방지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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