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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책 읽으면 뭐가 좋아요?

표정훈 | 비문학 작가, 책 칼럼니스트

작가라고 글만 쓰며 살 수는 없다. 도서관이나 학교, 서점 같은 곳에서 강연도 한다. 강연할 때는 질문 받는 시간이 있기 마련이다.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은 이렇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나요?" 그러면 나는 그 분에게 되묻는다. "책을 꾸준히, 많이 읽나요?" 대부분 그렇지는 못하다는 답을 듣게 된다. 책 읽는 방법은 책을 꾸준히 읽고 있을 때에나 쓸모가 있다. 나는 그 분에게 다시 묻는다. "책 읽으면 뭐가 좋다고 생각하나요?" 뜻밖에 이런 대답을 자주 듣는다. "음...책 읽으면 좋잖아요!" 뭐가 좋은지 물어보았는데 그냥 좋다고 하시니, 정말로 책을 좋아하는 분 같다.

책 도서 독서 (사진=픽사베이)

책 읽으면 뭐가 좋을까?

한 100가지 이상은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책 읽으면 좋은 100가지 이유'라는 제목으로, 나중에 책을 써 봐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 가운데 중요한 것들 10가지만 추려서 생각해보면 다음과 같다. 왜 하필 10가지인가? 아홉 가지나 열한 가지보다 딱 떨어지니 좋지 아니한가.

첫째, 독서를 하면 아는 게 많아진다.
책의 세계는 무궁무진하다. 모든 분야의 지식이 책에 펼쳐져 있다. 요즘엔 온라인 검색으로 지식을 찾는 경우가 많지만, 책에 정리된 지식은 체계적이고 종합적이며 자세하고 신뢰성이 높다. 책을 읽어 알게 된 지식은, 온라인 검색으로 얻은 지식보다 나에게 깊이 새겨진다. 아는 게 많아지면 뭐가 좋을까? 더 겸손해진다. 아는 게 많아질수록, 내가 모르는 게 정확히 무엇이며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아는 게 많아질수록 오만해진다. 왜 그러는 걸까? 어느 단계에서 더 이상 알기를 멈췄기 때문이다. 그리고서는 자신이 아는 게 지식의 전부인양 착각하기 때문이다.

둘째, 독서는 다른 사람을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소설을 예로 들 수 있다. 이상한 사람, 나쁜 사람, 착한 사람, 고민하는 사람, 사랑에 빠진 사람 등등.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수 있다. 그런 만남을 통해 사람을 더 넓게,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소설의 세계는 어떤 의미에서 현실보다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셋째, 독서는 내가 사는 시대를 뛰어넘을 수 있게 해준다. 역사책이 예다. 역사책을 통해 고대 그리스에도 가볼 수 있고 조선 시대로 떠날 수도 있다. 이순신 장군, 링컨 대통령과도 만날 수 있다. 어느 시대로든 손쉽게 떠날 수 있는 타임머신인 셈이다.

넷째, 독서는 보편적 지혜와 만날 수 있게 해준다. 고전을 예로 들 수 있겠다. 오래 된 고전이 오늘날에도 읽히는 이유는 시대와 지역을 뛰어넘는 보편적 지혜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의 철학적 지혜가 대화편에, 공자의 세상살이의 지혜가 <논어>에 담겨 있다. 물론 고전이라고 해서 보편적 지혜만 담고 있는 건 아니다. 고전도 특정 시대와 지역에서 성립되었기 때문에, 오늘날과는 맞지 않는 내용도 적지 않다. 그런 걸 잘 판단해가며 읽으면 된다.

다섯째, 위와 같이 사람을 깊이 이해하고 내가 사는 시대를 뛰어넘어보고 보편적 지혜와 만나게 되면, 사람과 세상 그리고 나 자신을 보는 눈이 밝아지고 넓어진다. 보는 눈이 밝아지고 넓어진다는 건 편견이나 고정관념에서 벗어난다는 뜻이다. '폭이 넓은 사람'이 된다는 뜻이다. 어쩌면 이것이 독서의 가장 중요한 효과다.

여섯째, 독서는 미래를 상상하도록 도와준다. 과학소설(SF)이 예가 되겠다. 지금 실현할 수 있는 것에 머물지 않고, 앞으로 실현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상상하며 때로는 꿈꾸게 해준다. 독서는 미래로 가는 타임머신이기도 하다.

일곱째, 독서는 '책 읽는 두뇌 회로'를 유지시켜 준다. 사실 책 읽는 행위는 인간에게 부자연스럽다. 인간은 책을 읽도록 진화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책을 읽는다는 건 자연적 행위가 아니라 문화적 행위다. 책을 읽으며 형성된 두뇌의 회로와 작용은, 책을 읽지 않으면 쇠퇴해버린다. 그래서 사람은 둘로 나눌 수도 있다. 책 읽는 인간과 읽지 않는 인간.

여덟째, 독서는 글을 잘 쓰기 위한 바탕이다. 물건을 생산할 때와 마찬가지로, 지적 생산에서도 재료가 필요하다. 독서를 통해서 글쓰기와 말하기의 재료를 갖출 수 있다. 재료가 풍부하고 다양하면 생산 제품도 풍부하고 다양해질 수 있다. 다양한 책을 많이 읽으면 좋은 이유다.

아홉째, 독서는 다른 사람들과 더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책을 많이 읽으면, 다른 사람의 글과 말을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또 내 생각을 좀 더 효과적으로 글이나 말로 표현할 수 있게 된다. 의사소통이란 기본적으로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다. 우리가 '사회생활'이라 부르는 활동의 대부분도 그러하다.

열째, 독서는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가장 오래도록 누릴 수 있는 소일거리다. 책값이 예전보다 비싸졌다고 하지만, 책값은 아직도 싸다. 책값은 책 만드는 데 쓰인 종이 값이기보다는, 그 안에 담긴 지식과 생각과 느낌에 대해 지불하는 값이기 때문이다. 책 한 권을 사두면 언제고 내가 원할 때 거듭하여 펼쳐볼 수 있다. 그러니 책은 '지식의 내구재'라고 할 수 있다. 자동차·텔레비전·냉장고·가구 같은 것을 내구재 또는 내구성 소비재라 한다. 책도 그와 같다. 책은 한 번 쓰고 버리는 물건이 아니다.

열한째, 열한째는 각자 한 번 생각해보시면 좋겠다.

표정훈 인잇 네임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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