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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1,875일 미뤄진 정의…이 상황이 정의로울까

[인-잇] 1,875일 미뤄진 정의…이 상황이 정의로울까

최정규 | '상식에 맞지 않는 법'과 싸우는 변호사 겸 활동가

SBS 뉴스

작성 2021.07.22 11:05 수정 2021.07.22 13:3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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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 1년에 처한다."

후배 검사인 故 김홍영 검사를 폭행, 폭언으로 괴롭힌 가해 부장검사가 지난 6일 받은 선고 결과다. 故 김홍영 검사가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을 때가 2016년 5월 19일이니 가해 부장검사의 형사 1심 선고까지 무려 1천875일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1,875일…그 하루하루 유족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故 김홍영 검사의 처음이자 마지막 부임지였던 서울남부지검 홈페이지 알림소식(생생포토)에 아직도 걸려 있는 '신임 검사 부모님 초청행사' 사진에는 2개월째 휴가 한 번 못 간 패기 어린 눈빛의 초임 검사와 그 아들을 안쓰럽고 대견스럽게 여기는 부모님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날 어머니가 했다는 말 또한 기사로 남아 있다.
 
(법률신문, 2015년 6월 25일 "집무실 산더미 서류 보니 검사가 어떤 일 하는지 실감")

"얼마 전에 검찰청에서 온갖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모습을 그린 TV드라마 '펀치'를 보고 동네 사람들이 검사 욕을 하는 걸 들었어요. '우리 아들 검사 시키길 잘못했나'하고 걱정을 했었죠. 그런데 오늘 검찰청, 법정에서 검사님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니 그런 걱정이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대한민국의 검사가 된 걸로 평생의 효도는 다 했으니 앞으로는 아들이 검사로서 사명감을 갖고 나라에 충성하길 빌겠습니다."

그러나 검사 김홍영은 2016년 1월 새로 부임한 부장검사 밑에 있게 되면서 나라에 충성이 아닌 개인에 충성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채 상습적인 폭언, 폭행 등 괴롭힘을 당해야 했다. '우리 사회에 법과 질서를 세우고 국민의 안녕과 인권을 지키는 국가 최고 법집행기관'이라는 설명이 무색하게 검찰은 자신들의 직장 내에서 이루어지는 괴롭힘을 막지 못했고, 김홍영 검사는 5월 19일 세상을 떠났다. '우리 아들 검사 시키길 잘못했나'하는 어머니의 걱정은 이렇게 슬픈 현실이 되고 말았다.
 
<아버지의 편지-징역 1년 선고를 보면서>

"징역 1년 아니 징역 10년을 해도 이 세상은 어제도 해는 같은 시간에 뜨고 오늘도 같은 시간에 뜨는구나. 나에게는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데 그저 너무 원망스럽고 한이 맺힐 뿐이구나."

故 김홍영 검사 아버지가 가해 부장검사의 징역 1년 선고 바로 다음 날 적었던 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징역 1년 선고 이후 항소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묻는 공판검사에게 아버지는 말 대신 일기를 보내셨다. 그 일기에는 아버지 마음에 남은 안타까움과 답답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가해 부장검사의 폭행 범죄사실만 처벌되고 모욕 범죄사실이 처벌되지 못한 것이 형사 고소를 늦게 한 자신의 책임이라고 적은 대목이 특히 마음에 남는다.

[故 김홍영 검사 부친 2021년 7월 7일 일기 중 일부.
검찰의 논리는 이렇다. 가해 부장검사가 故 김홍영 검사에게 모욕적인 말을 한 것은 맞지만 범인을 안 날로부터 6개월 내에 고소해야 한다는 형사소송법 규정상 기한 내에 피해자 또는 피해자 유족의 고소가 없었기에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은 검찰의 논리는 유족들의 마음을 더 아프게 한다.

일단 검찰은 2016년 8월 감찰 결과 가해 부장검사를 해임하면서도 그 감찰 내용과 결과를 유족들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그리고 가해 부장검사를 형사 처벌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6개월 내에 고소를 하지 못한 유족들 탓으로 돌리는 불기소 이유는 과연 옳은 것인가? 그 6개월은, 가해 부장검사로부터 어떤 모욕적인 말을 들었는지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던 시점부터 계산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유족들은 故 김홍영 검사가 사망한 지 4년이 지난 2020년 8월 국가배상소송절차에서 재판부의 문서 제출명령에 따른 감찰기록 제출이 되어서야 이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고 김홍영 검사 폭행' 김 모 전 부장검사 (사진=연합뉴스)
故 김홍영 검사가 세상을 떠난 지 1천875일이 지나서야 가해 부장검사가 형사 처벌에 이르는 사실에서 드러나듯 대한민국에서 정의는 심각하게 지연되었다. 그러나 그 지연보다 더 심각한 건 가해 부장검사가 그 행동에 따른 제대로 된 처벌이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가 2019년 11월 고발한 범죄사실에 대해 2020년 10월 16일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아래와 같이 의결했다.

2020.10.16.자 심의결과통지서 중 일부.
그러나 가해 부장검사의 모욕 범죄사실에 대해 아직까지 검찰은 명예훼손 또는 폭행으로 공소 제기하지 않았다. 잘못된 행동을 하면 상사로부터 질책을 당할 수 있다. 그러나 후배 검사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5~10분 동안 폭언을 반복하며 질책한 가해 부장검사의 행동이 검찰 의견처럼 '사회상규상 허용될 수 있는 업무수행'으로 미화될 수 있을까? 직장 내 괴롭힘이자 명예훼손죄 성립이 명백함에도 끝까지 가해 부장검사를 비호하려는 듯한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는 무더위에 지친 우리를 더욱 짜증나게 한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지난 6월 임기를 시작하며 故 김홍영 검사 부친에게 전화해 검찰 조직문화 개선을 약속했다. 가해 부장검사 실형 선고 다음 날에도 대검찰청은 '고 김홍영 검사와 유족에게 재차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지연된 정의가 제대로 구현되는 것 말고 유족들을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이 또 있을까? 대한변호사협회의 재항고로 가해 부장검사의 모욕 범죄사실에 대한 검토는 대검찰청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더 이상 말이 아닌 행동으로 고 김홍영 검사의 유족들을 위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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