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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영국 항모전단, 코로나 창궐에도 순항…청해부대와 다른 점은

[취재파일] 영국 항모전단, 코로나 창궐에도 순항…청해부대와 다른 점은

김태훈 국방전문기자 oneway@sbs.co.kr

작성 2021.07.21 11:02 수정 2021.07.21 14:0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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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영국 항모전단, 코로나 창궐에도 순항…청해부대와 다른 점은
영국 퀸 엘리자베스 항모전단은 지난 5월 본국을 출항해 동쪽으로 항진하고 있습니다. 이달 초 수에즈 운하를 통과했고, 아덴만에서 일본 해상자위대 함정 등과 대해적 훈련을 실시했습니다. 현재는 인도양을 주변을 지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음 달 말 부산 해군기지에 입항해 1주일 간 머물며 군사외교활동을 펼칠 계획입니다. 항모전단 전체가 방문하는 유례없는 일입니다. 떠나면서 동해에서 한영 연합해상훈련도 벌일 예정입니다.

퀸 엘리자베스의 앞길에 걸림돌이 생겼습니다. 코로나19가 창궐한 것입니다. 1주일 전쯤 외신들은 항모전단 승조원들이 백신을 접종했는데도 약 100명이 확진됐다고 일제히 타전했습니다. 퀸 엘리자베스 항모전단은 항모를 필두로 구축함 2척, 호위함 2척, 지원함 2척, 잠수함 1척 등 모두 8척으로 구성됐습니다. 미국과 네덜란드 함정도 1척씩 호위하고 있습니다. 확진자는 항모전단 전체에서 두루 나왔습니다.

영국 퀸 엘리자베스 항모전단이 대형을 이뤄 항진하고 있다.
우리 상식으로는 배를 멈춰 세워야 합니다. 백신 접종자가 확진되는 돌파 감염이 무더기로 생긴 사태이고, 추가 감염 우려도 있으니 책임 소재를 따져 문책하자는 주장이 비등해야 합니다. 승조원들의 잘잘못도 가려 사기를 흔드는 일도 뒤따릅니다.

그런데 퀸 엘리자베스는 흔들림 없이 계속 동진(東進)하고 있습니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은 "집단 감염은 관리되고 있다(the outbreak was being managed)"고 자신하며 항모전단의 임무 지속을 지시했습니다. 아덴만 영일 대해적 훈련도 코로나19를 안고 실시한 것입니다. 영국 정부는 8월 방한 일정도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확인했습니다.
 

'코로나 창궐' 관리하며 순항…8월 한영 훈련도


영국 정부는 그제(19일) 인터넷 홈페이지에 <영국 항모전단, 인도태평양 파트너들과 훈련(UK Carrier Strike Group to exercise with Indo-Pacific partners)>이란 제목의 보도문을 올렸습니다. 월러스 국방장관 명의로 "8월 중 미국, 호주, 프랑스, 일본, 뉴질랜드, 한국과 일련의 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영국 퀸 엘리자베스 항모전단이 8월 중 한국 등과 연합훈련을 실시한다는 내용의 영국 정부 보도문
미국 항모전단과도 훈련한다고 했는데 장소는 남중국해나 동중국해로 추정됩니다. 다국적 2개 항모전단이 중국을 압박하는 사상 최대의 무력시위가 예상됩니다. 호주 해군, 일본 해상자위대 세력도 동참할 가능성이 큽니다.

8월말이나 9월초 실시되는 한영 연합훈련에는 퀸 엘리자베스의 함재기 F-35B도 출격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공중, 수상, 수중에서 입체적인 훈련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영국 해병대 150명도 방한하는데 한영 해병대 훈련도 협의 중입니다.
 

코로나에 뚫린 것은 똑같은데…


퀸 엘리자베스 항모전단의 승조원은 약 3천 700명입니다. 이 가운데 100명이 확진됐으니 감염률은 2.7%입니다.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이 훨씬 심각한 감염 사례이지만 견주고 비교해야 할 점들이 있습니다.

항모전단에는 병원 시설이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작은 함정인 문무대왕함에는 의무장교 2명이 전부입니다. 퀸 엘리자베스는 사전에 조율된 큰 나라의 시설 좋은 현대식 항구만 경유하고 있습니다. 문무대왕함은 긴박한 작전 명령을 받고 저 멀리 미답(未踏)의 오지, 열악한 항구에 기항했습니다. 항모전단 승조원들은 전원 백신을 맞았지만 문무대왕함 승조원은 백신 접종을 못했습니다.

문무대왕함에 비해 퀸 엘리자베스는 꽃길만 걸었습니다. 그럼에도 접종자가 확진되는 돌파 감염이 100명 나왔습니다. 2.7% 감염이지만 예정된 꽃길에서 생긴 돌파 감염이니 녹록한 상황이 아닙니다. 한국이었다면 야단법석이 났을 텐데 조용합니다. 국방장관은 "관리되고 있다"고 장담하고, 항모전단은 보란 듯이 훈련에 열중입니다.

우리는 최초 감기 증상자가 나온 지난 2일부터 10일까지 골든타임을 놓쳤다며 문무대왕함 승조원들을 혼내고, 문무대왕함에 백신 보낼 혼신의 노력을 경주하지 않았다고 군 지휘부를 맹공격하고 있습니다. 군으로서 면목 없고 안타까운 일임에 분명합니다. 기꺼이 감수해야 할 비판입니다. 그러나 청해부대원들은 임무에 헌신했고, 군도 많이 모자라지만 나름대로 움직였습니다.

오늘 새벽 아프리카 모 항구를 출발한 문무대왕함
전장(戰場)은 상상을 초월하는 불확실성 투성이입니다. 객관적 전력에 더해 지형, 기후, 사기, 심리 등이 어우러진 가운데 승패가 결정됩니다. 전염병도 전투력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번 사태는 다른 진영을 공격할 수단이 아니라, 전염병과 전투력의 관계를 면밀히 분석해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퀸 엘리자베스 항모전단이 코로나19를 달고 작전하는 노하우도 연구해볼 가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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