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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손가락 없이 히말라야 오른 불굴의 산악인 김홍빈

열 손가락 없이 히말라야 오른 불굴의 산악인 김홍빈
"모든 조건이 갖춰진 도전은 더 이상 도전이라 부르지 않는다. 온전한 몸으로 오르는 것과 열 손가락을 모두 잃은 자가 오르는 것은 다르다."

'열 손가락을 잃은 산악인'으로 유명한 김홍빈(57) 대장이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글입니다.

그는 "어떤 위험 속을 헤쳐나갔느냐가 중요하기보다 어떤 조건으로 극복했느냐를 높이 평가해야 한다. 오르는 자가 가진 story(이야기)와 극복 의지가 맞물릴 때 가장 클 것이라 믿는다"고 자신의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산악인 김홍빈은 전남 고흥에서 태어났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산을 동경했지만, 대학 산악부에 들어가면서 산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그는 대학 2학년 때 광주·전남 암벽대회에 출전해 2위에 오를 정도로 기량이 부쩍 늘었고, 1989년 에베레스트 원정에 이어 1990년 낭가파르바트 원정에도 참여할 정도로 전도유망한 산악인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1991년 북미 최고봉 매킨리(6천194m)를 단독 등반하다가 조난을 당해 열 손가락을 모두 잃고 손목까지 절단하며 산악인으로서는 좌절의 시간을 겪게 됐습니다.

산이 전부였던 그에게 좌절은 컸고 방황의 시간은 길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시작해보자. 나는 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고 백두산부터 한라산까지 한반도의 모든 산을 오르고 구르며 다시금 의지를 다졌습니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자신을 비롯해 자신과 같은 처지인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오르고 또 오르며 다시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됐습니다.

'다시 산을 오를 수 있겠느냐'는 편견에 맞서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가던 그는 선후배의 도움을 받아 재기에 성공해 7대륙 최고봉과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나섭니다.

그는 2009년 7대륙 최고봉을 13년 만에 완등하고 히말라야 14좌 중 13좌를 정복했습니다.

모두 장애인으로는 누구도 해내지 못한 최초의 기록입니다.

2019년 히말라야 13좌 등정에 성공하고 이제 마지막 1개인 브로드피크(8천47m) 등정만을 남겨뒀습니다.

당초 지난해 등정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해야만 했습니다.

그는 국민들의 응원을 받으며 도전에 나섰고 지난 18일 14좌 완등이라는 소식을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었습니다.

그는 완등 이후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에게 위로가 되고 싶다는 메시지를 남겨 감동을 안겼습니다.

하지만 필생의 위업을 달성한 그는 불과 하루 만에 하산 과정에서 실종됐다는 소식을 남겨 충격을 줬습니다.

'열 손가락을 움켜쥔 채 도전은 계속될 것이다. 도전의 아이콘은 이 사회에 커다란 메시지를 선사할 것이다'는 그의 말처럼 국민들은 불굴의 의지로 편견과 한계를 극복하고 '최초인'이라는 역사를 써 내려간 그가 다시금 '무사귀환'이라는 기적을 쓸 것이라고 기원하고 있습니다.

(사진=광주시산악연맹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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