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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집이 있어도, 다른 곳에 살아도 가능한 공공기관 특공…무엇을 위한 특혜인가

[취재파일] 집이 있어도, 다른 곳에 살아도 가능한 공공기관 특공…무엇을 위한 특혜인가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작성 2021.07.19 09:06 수정 2021.07.20 14:4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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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집이 있어도, 다른 곳에 살아도 가능한 공공기관 특공…무엇을 위한 특혜인가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들 외에 생각지 않았던 곳에서 일하게 됐다고 주거까지 특혜를 주는 직업이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경제금융부동산학과 교수)

목적은 국가 균형 발전을 위한 주거 안정 지원이었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방 소멸이라는 사회적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정부기관과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그리고 자생적 경제 확립을 위한 인구 분산 유인책으로서의 손쉬운 아파트 구입 특혜. 혁신도시 등으로 이전한 공공기관 직원들에 대한 특별공급(이하 특공) 제도가 도입된 이유다.

하지만 전강수 교수의 이야기처럼 지나친 특혜라는 인상을 지우긴 어렵다. 남들은 평생 한번 당첨될까 말까 하는 아파트 분양이 단지 특정 공기업에 다니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손쉽게 가능하다는 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서울에 집이 여러 채 있는 사람에게도 지역 주민들은 웬만한 청약 가점이 아니라면 당첨을 기대조차 하기 어려운 아파트를 낮은 경쟁률로 가질 기회를 주는 건 공정하다고 보기 어렵다.
 

평균 '139대 1' 경쟁률의 아파트...특공으로 손에 쥔 만 20살

그래도 직장을 다니던 중 정부 정책에 따라 직장이 지방으로 강제이전되고 그에 따라 거주지도 옮겨야 되는 상황이라면 특혜 제공에 수긍할 여지는 있다. 그런데 해당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한 이후에 입사한 사람들한테도 그런 특혜를 제공하는 건 어떻게 봐야 할까? 직장 선택에 있어 직장의 위치는 큰 고려 사항 중 하나인데, 자신이 어디서 근무할 지를 알고 온 사람들에게도 특혜를 주는 건 정의로운 것일까?

지방 이전 공공기관 직원에 대한 특공은 입사 시기와 관련한 제한이 없었다. 입사 시기와 관계없이 해당 공공기관에 다니고만 있으면 특공은 가능했다. 그러다 보니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후 갓 입사한 직원이 특공에 당첨되는 경우들이 속출했다. 또래 친구들과 단지 직장이 다르다는 이유로 친구들은 꿈꾸지 못 할 인기 아파트를 분양 받게 된 경우들이다.

2017년 9월, 부산 명지국제신도시의 한 아파트 분양이 있었다. 1순위 청약 경쟁률은 최대 203대 1, 평균 139.4대 1을 기록했다. 이 정도 경쟁률이라면 청약 가점이 60점은 넘어야 당첨을 기대할 수 있다.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 청약통장 가입 15년 이상, 부양 가족 2~3명은 되어야 가능한 점수로 대략 40·50대 무주택 세대주라야 가능하다.

그런데 당시 지방 이전 공공기관 특공 당첨자 중에는 97년생, 만 20살이 있었다. 이외에도 95년생과 94년생 등 20대가 다수 포함됐다. 당시 나이로 보면 소속 회사가 지방으로 이전한 이후 입사한 사람들로, 입사 후 얼마 지나지 않아 특공을 받은 걸로 추정된다. 이들이 분양 받은 아파트의 분양가는 3억 원 안팎이었는데, 현재 시세는 8억 원 이상을 호가한다. 단지 특정 공공기관에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40·50대 세대주도 받기 힘든 아파트를 분양 받아 5억 원 가량의 자산을 손에 쥐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셈이다. 이걸 공정하다고 할 수 있을까?
 

기관 이전 후 입사자에 대한 특공 부여는 정의로운가

이런 특혜를 주면서까지 이들을 지역에 붙잡아둘 수 있다면,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인재 유치 혹은 인재 유출 방지 (기존 제도로는 특정 지역에서 태어나 자라고, 공부했던 사람이 특정 지역으로 이동한 공공기관에 취업했을 때도 해당 지역에서 특공을 받는 게 가능하다)라는 측면에서 그나마 효과를 거뒀다고 위안을 삼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자산공사(이하 캠코)의 사례는 이런 기대가 허황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부산 특공 특혜논란
캠코가 2014년 12월 1일 부산으로 완전 이전한 후 입사한 사람 중 부산에서 아파트 특공을 받은 사람은 68명이다. 집값이 들썩이기 시작하던 2017년 5월 이후에 집중됐다. 그런데 68명 중 18명은 현재 부산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근무 중이다. 특히 8명 중 4명은 특공 당첨 후 부산 근무 경험이 없는데, 이들이 분양 받은 아파트 중에는 현재 분양가 대비 10억 원 넘게 오른 곳도 있다. 캠코 측은 전 직원 순환 근무가 원칙이라 특공 당시 다른 곳에서 근무했더라도 자격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언젠가는 부산에서 근무할 것이니, 미리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게 했다는 취지다.

캠코 측 설명은 공공기관 특공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전 직원 순환근무가 원칙이라면, 즉 2, 3년마다 다른 지역으로 발령을 받아 극단적으로 특정 지역에 2, 3년만 살 가능성이 높은 사람에게 아파트 분양의 특혜를 주는 것은 정당한가? 2, 3년 간의 순환근무를 위해 수억 원의 불로소득을 손에 쥐어주는 건 무엇을 위한 것일까?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목적이 부합하는 것인가?
 

먹튀 방지책 없는 공공기관 특공

그래도 해당 기관에 계속 근무하고 있다면, 그래서 특공이라는 특혜를 받은 직원이 언젠가 특공을 받은 지역에 근무하며 거주하게 된다면 특공의 목적은 일부라도 달성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특공만 받고 회사를 그만 두면 어떻게 할 것인가?

캠코가 부산으로 이전한 2014년 12월 1일 이후 입사자 중 특공에 당첨된 후 현재 퇴사한 사람이 5명이다. 이들의 캠코 재직 기간은 1년 7개월~3년 4개월, 이들이 분양 받은 아파트의 분양가 대비 현재의 시세 차이는 5억 원에 달한다. 적게는 1년 7개월의 근무로 5억 원의 불로소득을 챙긴 셈인데, 현행법으로는 캠코 직원 자격으로 분양받은 이들의 아파트 분양을 취소하거나 이익을 환수할 방법이 없다. 때문에 이른바 '먹튀'가 앞으로 더 많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주거 안정 지원을 목적으로 도입된 공공기관 특공이 불로소득의 수단으로 전락"한 이유로 "관리·감독의 부재"를 꼽는다.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달려왔지만, 그 과정에 대한 점검은 제대로 없었다는 취지다. 실제 SBS가 보도한 캠코, 한국남부발전, 한국동서발전의 사례는 다른 기관에 비해 양호한 편일지도 모른다. 다른 기관들 중에선 소속 직원들의 특공 분양 내역이나 입주 여부 및 매도 여부 등을 관리하지 않아 전혀 파악하지 못 하고 있는 곳이 상당수였다.
 

관리·감독 안 되는 특공…특공은 무엇을 위해 필요한가

국토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국토부 담당자는 부산에서 공공기관 종사자에 대한 특공이 몇 번 있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 하고 있었다. SBS가 보도한 사례들에 대한 입장 내지 설명을 요청했지만, 그런 사례는 처음 들어본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공기관 직원 특공에게 부여된 유일한 규제(실거주나 기존 주택 처분 조건 등은 없다)인 3년의 전매 제한 기간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불법 전매 사례가 없는 지에 대한 관리·감독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다.

SBS 보도 이후, 여권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방 이전 공공기관 직원에 대한 특공 제도의 폐지를 주장했고, 야권 대선 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혁신도시를 포함한 특공 전반에 대한 국회의 국정조사를 요구했다. 국토부는 올해 2월, 2019년 말로 종료된 공공기관에 대한 특공 부활을 예고했지만, 세종시 특공 사태의 여파로 개정안의 시행 시점이나 시행 여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정부 결정 이전에 그동안의 문제점은 무엇이었는지, 공공기관 특공을 계속 유지할 필요성이 있는지 등에 대해 생산적 논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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