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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부산 온 적도 없는데 '부산 특공'…순환 근무하니 괜찮다고?

[취재파일] 부산 온 적도 없는데 '부산 특공'…순환 근무하니 괜찮다고?

주거 지원 대신 자산 증식 수단 된 혁신도시 특공, 국토부는 '부활 예고'

김형래 기자 mrae@sbs.co.kr

작성 2021.07.18 09:21 수정 2021.07.18 10:4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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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부산 온 적도 없는데 부산 특공…순환 근무하니 괜찮다고?
"특별공급이 오히려 특혜가 되고 있다, 또 이를 악용하는 사례까지 있다는 국민적 질책을 따갑게 받아들이겠습니다."

'13조 원' 공무원 특공은 폐지됐는데…

김부겸 국무총리
지난 5월 28일 고위 당정청협의회에 참석한 김부겸 국무총리의 말입니다. 정부와 여당은 이 자리에서 '세종시 공무원 주택특별공급(특공)' 제도를 전면 폐지하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관세청 산하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이 세종시 이전 대상이 아닌데도 세금 170억 원을 들여 새 청사를 지어놓고, 소속 직원 49명에게 특공 혜택을 줬다는 이른바 '유령 청사' 논란이 제기된 지 열하루 만에 특공 제도 자체를 폐지하기로 한 겁니다.

하지만 사실상 받을 사람은 이미 다 받은 것 같아 보입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세종시 공무원 특공을 받은 2만 6천여 가구를 전수 조사해 보니, 한 가구 당 평균 5억 원이 넘는 시세 차익을 거둔 걸로 드러났습니다. 다 합쳐 보면 대략 13조 원을 훌쩍 넘는데, 뒤에 나올 부산광역시의 올해 예산이 그 정도 됩니다. 어쨌든 그렇게 공무원 특공 제도는 결국 지난 5일 폐지됐는데, 그렇다고 특공이 다 끝난 건 아닙니다.

'실제 이전하는 부서 소속 근무자만' 혁신도시 특공 대상…현실은?

혁신도시 공공기관
현재 전국에는 부산, 대구, 광주/전남 등 10곳의 혁신도시가 있습니다. 정부는 수도권 과밀화 해소와 지방 균형 발전을 위해 공기업·준정부기관 등 모두 175개 공공기관을 혁신도시 10곳으로 옮기겠다고 밝혔고, 지난 2019년 12월 이전을 완료했습니다.

일단 공공기관들을 지방으로 가라고 명령했으니, 직원들에게 살 곳은 마련해 줘야겠죠. 그래서 도입된 게 공공기관 종사자들이 혁신도시에 새로 들어서는 집들을 별도의 청약으로 분양받을 수 있도록 한 '혁신도시 특공' 제도입니다.

물론 제한 규정도 있습니다. 한 사람이 한 번만 받을 수 있고, 두 채 이상의 집을 가진 다주택자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또 이전하는 기관에서도 실제로 이전하는 부서 소속 근무자나 이전 대상 업무 담당자만 적용 대상이고, 특공을 받은 뒤 3년 동안은 해당 주택을 팔 수 없습니다. 제도 취지를 고려하면 너무나 당연한 조항입니다.

문제는 그래서 이게 제대로 지켜지고 있냐는 건데, 지난 2014년 말 부산으로 이전한 준정부기관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찾아가 봤습니다..
 

캠코의 '혁신적인' 해명…"어차피 언젠가는 부산에서 근무한다"?

캠코 한국자산관리공사
캠코 직원 가운데 부산 아파트에 특공을 받은 사람은 모두 489명입니다. 특별공급으로 들어갔으니 당연히 모두 취득세도 면제받았죠. 그런데 이 가운데 현재 부산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은 283명, 60%에도 못 미칩니다. 그럼 나머지는 어디 있는 걸까요? 150명은 현재 다른 지역에서 일하고 있고 56명은 퇴직했습니다. 부산에서 일하라고 특공 혜택을 줬는데 40% 넘는 사람들이 지역에 없는 겁니다. 특히 퇴사자 가운데는 2017년 입사한 지 열흘 만에 특공을 받은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석연치 않은 부분입니다. (사족이지만 이 사람이 받은 아파트의 현재 시세는 분양가보다 두 배 넘게 뛰었습니다. 만약 팔았다면 최대 4억 원 정도의 차액을 거뒀을 걸로 추정됩니다.)

심지어 다른 지역 근무자 가운데 19명은 특공을 받고 난 이후로 부산에서 근무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이 가운데 10명은 올해 말에 입주를 시작하는 아파트에 당첨됐으니 제외한다고 쳐도, 나머지 9명이 왜 부산에서 특공을 받을 수 있었는지는 여전히 의문입니다.

캠코에 이유를 물었더니 보직 순환 근무 때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전 직원이 2~3년마다 보직을 옮기기 때문에 '언젠가는' 부산 본사에서 근무할 수 있고, 그렇다면 이들도 앞서 말한 '이전 대상 업무 담당자'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다는 논리입니다. 캠코 측은 지역 본부가 있는 특수성이 있다며 규정에 어긋난 부분은 없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캠코와 똑같이 지역 본부를 두고 순환 근무를 하는 한국남부발전이나 한국동서발전 등 다른 공기업들은 모두 실제로 이전한 본사 소속 직원에게만 특공 자격을 주고, 다른 지역 지사 소속 직원들에겐 적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캠코가 제도의 빈틈을 노려 본인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결국 취재가 시작되자 캠코는 앞으로 인력 운용 상황에 따라 부산 근무 경력이 없는 사람들을 순차적으로 부산으로 발령 내겠다고 밝혔습니다.

전매 제한 끝나기만 기다렸다 곧바로 판매…'안정적 주거 지원' 취지는 어디에?

부동산 투기
캠코처럼 타 지역 직원들에게까지 특공을 주진 않았지만, 방금 언급한 두 공기업도 특공 제도를 '안정적 주거 지원'이라는 본래 취지에 맞게 운영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지난 2014년 부산으로 이전한 한국남부발전에선 2018년까지 직원 248명이 아파트 특공을 받았습니다. 이 중 판매 여부가 확인이 안 되거나 분양받은 곳이 아직 건설 중인 경우를 제외한 161명 가운데 60%가 넘는 98명은 이미 매도했습니다. 3년 전매 제한이 끝나자마자 팔아버린 셈입니다. 같은 해 울산으로 옮긴 한국동서발전에서도 직원 90명이 울산 혁신도시 곳곳에서 특공을 받았는데 지금도 같은 곳에 살고 있는 사람은 불과 34명. 2/3는 팔아버린 겁니다.

물론 이들은 규정을 어긴 게 없는데 뭐가 문제냐고 억울해할지도 모릅니다. 전매 제한 조항은 지켰고 의무 실거주 조항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특공 제도가 도입된 이유는 지방으로 이전해야 하는 공공기관 직원들에게 최소한의 주거 안정을 보장하기 위함이지, 이들에게 수억 원의 차익을 남기라고 준 건 아니었을 겁니다.

전문가들 "소유권 아닌 주거권으로 전환 필요"…국토부는 공공기관 특공 '부활' 예고

국토교통부 공무원 투기
전문가들은 특공을 받은 직원들에게 일정 기간 동안 해당 지역에서 근무하거나 해당 주택에 실거주하도록 하는 의무를 지워야 하고, 더 나아가서는 특공 제도 자체를 완전히 폐지하고 관사나 임대주택 등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중요한 건 '주거권'이지, '소유권'이 아니라는 말이죠.

이 글 앞머리에 인용했던 김부겸 국무총리의 말처럼,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의 특공 제도 악용은 많은 사람들을 분노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명백히 법에 어긋나는 부정한 방법으로 특공을 받았다는 걸 입증하지 못하면 특공을 취소하거나 이들이 얻은 이익을 환수할 방법은 없습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이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여야 합의가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교통부는 지난 2019년 말 모든 공공기관이 이전을 끝내면서 종료된 '혁신도시 이전 기관 특공'을 부활시키겠다고 예고했습니다. '혁신도시 시즌2'인 대전과 충남에 추가 공공기관 이전이 논의되고 있단 이유입니다. 규정을 악용하는 사례를 찾아내 보완하지 않으면 앞으로 이런 '도덕적 해이' 사례는 얼마든지 더 나올 수 있습니다. 어떤 대책이 마련될지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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