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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국방부 검찰단의 '영장 기각' 수모…목표 · 결론 정해놓은 수사인가

[취재파일] 국방부 검찰단의 '영장 기각' 수모…목표 · 결론 정해놓은 수사인가
공군 성추행 피해 부사관 사망 사건 수사를 사실상 전담하고 있는 국방부 검찰단이 정작 사망 사건 수사는 지난달 23일 착수했습니다. 이번 사건은 사망 사건인데, 이 모 중사가 숨진 채 발견된 지 한 달 하고도 하루가 더 지나서 사망 사건 수사를 시작한 것입니다. 그것도 언론 지적 이후에야 마지못해 손을 댄 모양새입니다.

국방부 검찰단은 부인하겠지만, 결론 정해놓고 수사한다는 비판이 아니 나올 수 없습니다. 국방부 검찰단이 사망 사건 자체에 눈길을 안 줬던 것은 분명한 팩트입니다. 따라서 그동안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사망의 원인을 추적한 것이 아니라, 추행과 2차 가해로 극단적 선택에 이르게 됐다는 손쉬운 결론을 정해놓고 연루자들의 혐의를 끼워 맞춘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이 뒤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국방부 검찰단이 결론 정해놓고 수사하는 것 아닌지 우려되는 정황은 또 있습니다. 검찰단이 "사건의 몸통은 장성급 고위직"이라는 잠정적 결론을 세워놓고 '장군 잡기'에 헛심 쓰는 듯 한 모습입니다. 지난 13일 국방부 검찰단의 군사법원 직원 구속영장 청구와 이틀 뒤 기각이 바로 그 방증입니다. 전익수 공군본부 법무실장을 잡으려고 무리하다 넘어진 꼴입니다. 이성용 전 공군 참모총장을 엮으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혐의가 있으면 당연히 엄정 처벌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수사의 전리품을 얻기 위해 억지 혐의를 만들어 군을 흠집 내려는 시도라면 당장 멈춰야 할 것입니다.

'엄중한 사안'이라는 B 씨 구속영장 청구의 전말


국방부는 지난 13일 "고등군사법원 직원의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를 발견하여 추가 수사를 진행했고, 사안의 엄중함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언론에 공포했습니다. "군사법원 직원 B 씨가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에게 문자 메시지로 수사 상황을 전달했다"고 국방부 관계자들은 귀띔했습니다. 공군 성추행 사망 사건 부실 수사의 정점으로 지목되는 전익수 실장에게 수사 비밀이 몰래 넘어갔으니 사안이 중대하고, 그래서 B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는 것입니다.

SBS 취재를 종합하면 전익수 실장에게 전달된 문자 메시지 내용은 가해자 장 모 중사 측 변호인이 영장실질심사 때 펼친 대강의 주장입니다. 혐의 일부는 인정하고, 일부는 술 취해서 기억이 안 난다는 류의 변론이었습니다. 보도된 적도 있습니다.

여기서 이상한 점 하나. 군사법원 직원 B 씨는 장 중사 영장실질심사에 들어간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즉 B 씨도 장 중사 영장실질심사 법정에 있었던 누군가로부터 장 중사 측 주장을 전해 들은 것입니다. 장 중사 측의 주장을 B 씨에게 알려준 것은 군사법원의 다른 직원 A 씨입니다.

정리하면 군사법원 직원 A 씨가 장 중사 영장실질심사에 들어가서 들은 내용을 군사법원 직원 B 씨에게 문자메시지로 보냈고, B 씨는 이를 또 전익수 실장에게 요약해 전달한 것입니다. 전익수 실장은 "A 씨나 B 씨에게 그와 같은 정보를 요청한 적 없다"고 말합니다. 문자메시지 내용이 공무상 비밀이라면 혐의가 무거운 것은 B 씨도, 전익수 실장도 아닙니다. 최초에 장 중사 측 주장을 영장실질심사 법정 외부로 유출한 A 씨입니다.

그러나 국방부 검찰단은 A 씨는 제쳐두고 B 씨와 전익수 실장을 노렸습니다. A 씨는 영장청구는커녕 입건됐다는 소식조차 들리지 않습니다. 공무상 비밀 누설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보다는 노골적으로 전익수 실장을 잡겠다는 의지가 읽혔습니다.

공군 성추행 사망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박재민 국방부 차관과 최광혁 국방부 검찰단장(사진 속 왼쪽)

구속영장 기각…"범죄 구성요건 안 된다"


문제의 문자 메시지 내용은 언론에도 대충 보도됐고, 변호사들도 밖에서 공개했던 것들입니다. 흥미로울지 몰라도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 정보가 아닙니다. 공무상 비밀로 판단하기에 많이 부족해 보였습니다.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국방부 관계자들은 "엄중한 사안"이란 말을 반복하며 B 씨의 구속을 당연시했습니다.

반전 아닌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국방부의 관측을 뒤집고 군사법원은 지난 15일 B 씨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기각 사유는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가 없고, 또 국방부 검찰단의 범죄 소명이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범죄 소명의 부족, 즉 범죄 구성요건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범죄가 안 된다", "국방부 검찰단이 범죄도 아닌 것을 범죄로 몰았다"는 선언입니다.

공무상 비밀 누설이었다면 국방부 검찰단은 장 중사 측의 영장실질심사 중 주장을 제일 먼저 외부로 유출한 A 씨 먼저 수사해 조치했어야 했습니다. 비밀 누설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한 당연한 절차인데 국방부 검찰단은 따르지 않았습니다. 대신 수사의 전리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전익수 공군 법무실장과의 고리에만 집중했습니다. 사건의 실체보다 전리품이 중요한가 봅니다.

국방부 검찰단은 심지어 공무상 비밀 누설 범죄의 소명에도 실패했습니다. 죄를 지었다고 단정할 수 없는데도 구속영장 청구하고 언론에 공포했습니다. 고위직을 치겠다는 목표와 결론을 정해놓고 무리하게 수사했다는 비판이 뒤따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방부 검찰단은 전익수 법무실장을 넘어 이성용 전 참모총장도 겨냥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방부 검찰단과 접촉하는 법조인들로부터 "공군 성추행 사망 사건의 몸통으로 이성용 전 총장을 염두에 두고 수사가 진행 중"이라는 증언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혐의가 있어서 수사하고 처벌하는 것이라면 적극 권장해야겠지만 보여주기용 전리품을 취하기 위한 의도라면 자제를 부탁합니다. 국방부 검찰단의 성과를 키우려다 군의 신뢰와 사기가 과도하게 훼손될까 걱정됩니다. 군의 신뢰와 사기는 국방부 검찰단의 성과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소중한 가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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