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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마리 개들의 지옥…그리고 처참한 '그'도 있었다

500마리 개들의 지옥…그리고 처참한 '그'도 있었다

조윤하 기자 haha@sbs.co.kr

작성 2021.07.15 20:40 수정 2021.07.15 21:5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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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취재진은 며칠 전 개 500마리를 키우는 한 농장에서 지적장애인이 착취를 당한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이 제보가 사실인지 인천 강화군 삼성리로 직접 가보겠습니다.

서울에서 한 시간 정도 걸려 도착한 이곳.

벌써 악취가 진동하고 개 짖는 소리도 꽤 크게 들립니다.

현재는 이렇게 문 앞에 검은 천으로 가려진 상태인데요, 이 농장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다 쓰러져가는 철장 수백 개가 줄지어 있고, 한 평도 안 되는 철장마다 많게는 열 마리 넘는 개가 있습니다.

바닥은 오물로 가득하고 위생 상태는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군데군데 개 사체까지 눈에 띕니다.

[동물구조119 활동가 : 얘는 태어나자마자 다 뜯기고, 눈도 못 뜨고. 아기는 탯줄도 끊자마자 그냥 하늘나라 갔고….]

개들은 사료가 아닌 갈아놓은 음식물쓰레기를 먹었는데, 건강 상태는 심각했습니다.

[임영기/동물구조119 대표 : 발가락 사이사이가 철망에 의해서 항상 부어 있거나 피가 흐르고 있죠. 죽은 개들은 불에 태우고.]

500마리 넘는 개들이 학대를 당하고 있는데, 농장 주인은 취미로 개를 길렀다고 주장합니다.

[개 농장 주인 : 이거에다 그냥 재미를 붙이고 사는 거야. (재미를 붙이셨다고요?) 취미. 취미.]

하지만 근처 주민들 얘기는 달랐습니다.

개 상인들이 수시로 드나드는 걸 목격했다는 겁니다.

[마을 주민 : 전부 도살장으로 가는 거죠. 개장수들인데, 트럭 큰 칸에다 싣고서….]

그런데 한참 취재가 이뤄지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하는 한 남성을 발견했습니다.

제대로 된 의사소통이 어려웠습니다.

[개 농장 작업자 : 돈 같은 거 안 받고 막걸리하고 담배하고 이렇게 놓고 일을 하고 있어요.]

마을 주민들은 이 60대 남성이 새벽부터 밤까지 일만 한다고 했습니다.

[마을 주민 : 노예같이 보여요. 우리가 보기에는.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일하고 받은 건 막걸리와 담배뿐이라고 했는데, 농장 주인은 "남성의 아내에게 한 달에 60만 원을 입금했다"며 "착취가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이"라고 주장합니다.

[개 농장 주인 : 60만 원씩 줬는데. 밀린 적 없고. 나는 절대로 그 아저씨를 강제로 일 시킨 적이 없어요.]

남성이 잠을 자고 생활했다는 곳으로 가봤습니다.

쓰레기와 벌레, 거미줄이 가득합니다.

밥을 먹는다는 곳에는 썩은 음식과 시커먼 때가 묻은 그릇들이 나뒹굴고 있습니다.

[개 농장 작업자 : (여기서 원래 식사하세요?) 예. 밥도 먹고 술도 먹고. 할머니가 갖다줘요.]

[마을 주민 :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은 아니었고 그냥 개 냄새만 나고….]

이 60대 남성은 어떻게 이곳에서 일하게 됐는지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이렇게 산 지가 10년이 넘었다는 것만 어렵게 기억해 냅니다.

[개 농장 작업자 : 12년 전인가 그렇죠. 사모님이 혼자 일을 하니까, 농장 운영하니깐 그 밑에서….]

하지만 지자체는 남성의 상황을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강화군청 직원 : 그전에 (조사한) 흔적들은 없고요. 전수 조사를 하기에는 저희 팀원들이 너무 적고 업무는 과중하기 때문에….]

이 남성은 어제(14일) 경찰과 장애인 지원 단체의 도움으로 이곳을 떠났습니다.

[이제 아저씨 떠나시네. 생지옥에서.]

장애인 쉼터로 옮겨진 남성은 현재 안정을 취하고 있습니다.

담당 사회복지사는 "미등록 장애인일 가능성이 있다"며 "신원 조사와 상담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이 농장에서 벌어진 여러 불법행위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고, 지자체 등의 고발이 들어오는 대로 본격 수사에 들어갈 방침입니다.

(영상취재 : 홍종수·최대웅, 영상편집 : 소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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