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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계하려는 감찰 아니다"라더니…'한명숙 수사팀' 징계 시도한 대검 [취재파일]

"징계하려는 감찰 아니다"라더니…'한명숙 수사팀' 징계 시도한 대검 [취재파일]
"누구를 벌주고 징계하려는 합동감찰이 아니었습니다."

어제(14일) 한명숙 전 총리 사건 수사과정에 대한 법무부-대검 합동감찰 결과를 직접 브리핑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유튜브로 생중계되는 와중에 기자들 앞에서 한 말입니다. 한명숙 전 총리가 사업가로부터 부정한 돈을 받은 사건에 대해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이 내려졌고, 이 사건 수사과정에서 검사들이 한명숙 전 총리를 음해하기 위해 재소자들에게 위증을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음에도, 법무부와 대검이 합동감찰을 통해 '한명숙 살리기'에 나섰다는 비판을 의식한 발언으로 보였습니다. 합동감찰은 과거 관행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제도적 대안을 마련해 "새로운 미래 검찰로 나아가는 계기"를 만든 것일 뿐, 한명숙 사건 수사팀 검사들을 "벌주고 징계하려는" 것이 아니었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벌주고 징계하려는 감찰 아니다"라더니…징계 시도한 대검

그러나 박범계 장관의 말과 달리 대검 감찰부는 한명숙 사건 수사팀 검사들에 대해 징계를 시도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당시 수사팀에 참여했던 A검사와 B검사가 재소자들을 검사실로 불러서 초밥 등을 먹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재소자들에게 외부인과 전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조치해 준 점 등을 제시하며 '검찰총장 경고'를 해달라고 대검 감찰위원회에 요구한 것입니다. 10년 전 일이라서 징계시효는 지났지만 '검찰총장 경고'의 경우에는 징계시효와 관계없이 할 수 있는 처분이라는 취지로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를 위해 외부인사 등이 참여하는 대검 감찰위원회가 지난주까지 여러 차례 열렸지만, 결국 감찰위원회에서는 A 검사에 대해서는 혐의가 인정되지 않고 B 검사에 대해서는 불문에 부치자는 쪽으로 결론이 내려졌다고 합니다.

결국, 대검은 한명숙 수사팀 검사들에게 징계를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징계를 하려다가 실패한 셈입니다. 어제 합동감찰 관련 브리핑에서 박범계 장관이 시작하자마자 한 말인 "누구를 벌주고 징계하려는 합동감찰이 아니었습니다."라는 말이 거짓말이라는 논란이 제기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누군가를 벌주거나 징계'하려다가 실패한 후에 "벌주고 징계하려는 것이 아니었다"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런 식이라면 형사처벌을 요구하며 누군가를 기소한 검사가 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은 이후 "제가 피고인을 벌주려고 했던 건 아니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요? 어처구니없는 주장입니다.

징계 안 한 것이 아니라 못 한 것…박범계 "이율배반 아니다"

박범계 장관은 자신의 발언이 "이율배반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실 어제 ≪SBS 8뉴스≫ 보도 이전에 법무부 측에 한명숙 수사팀 징계 시도에 대한 입장을 여러 차례 요구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아침 과천 법무부 청사에 출근하는 박범계 장관에게 '한명숙 수사팀 검사들 징계를 시도했으면서 징계하려고 한 합동감찰이 아니라고 이야기한 건 모순이 아니냐'라고 질문했더니 박 장관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사진=연합뉴스)

"(징계 요구) 그건 대검에서 자체적으로 하는 프로세스라 결론에 대해 말 못 하고. 징계시효 감안한 조치가 대검 자체적으로 이뤄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제가 거기에 대해 결론에 대해 동의한다고 했잖아요. 제가 합동감찰한 것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라고 한 거랑 크게 이율배반이 아닙니다."

박범계 장관의 말은 한명숙 수사팀 검사들에 대한 징계 요구는 법무부가 아니라 대검이 자체적으로 한 것이고, 징계시효를 감안한 조치가 대검 자체적으로 내려진 것이며 자신은 결론에 동의했기 때문에, 자신이 징계를 시도한 것이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요컨대, 대검 감찰부가 자체적으로 시도했다가 징계에 실패한 것이고 법무부는 '징계 실패'라는 결과를 수용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인 자신이 "벌주거나 징계"하려고 한 적은 없다는 주장인 셈입니다.

그러나 박범계 장관이 어제 발표한 내용은 법무부 감찰관실과 대검 감찰부가 함께 진행한 '합동감찰' 결과였습니다. 법무부와 대검이 함께 감찰을 진행하다가, 감찰 결과를 가지고 합동감찰의 주체 중 한 곳인 대검이 징계를 시도했는데, 합동감찰을 직접 챙겼다는 박범계 장관이 "그건 대검에서 자체적으로 하는 프로세스"라고 책임을 피해 갈 수 있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박범계 장관은 "벌주거나 징계를 하려"는 의도가 없었는데, 박범계 장관의 지시로 법무부와 함께 합동감찰을 하던 대검이 박 장관의 뜻과 달리 자체적으로 징계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것이란 뜻일까요? 대검 감찰부가 이 사건에 대해 직접 브리핑까지 할 정도로 열정을 가지고 있는 법무부 장관의 뜻을 거슬러가면서 자체적으로 징계를 시도했다는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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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수사 관행의 인권침해적 요소에 대해 반성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하필이면 한명숙 사건, 현직 대통령이 "역사의 법정에서 무죄"라고 말한 적이 있는 사건이자 대법원 확정 판결 이후에도 집권여당 실력자 여러 명이 조작됐다고 주장하고 있는 사건, 그리고 법무부 장관이 이례적으로 수사지휘권을 행사해 수사팀 검사들의 위증 교사 의혹을 조사하라고 지시했음에도 결국 무혐의가 난 사건에 대해 감찰하는 것을 "검찰의 미래"를 위한 대안 제시를 위한 작업이라고 순수하게 받아들이긴 쉽지 않습니다.

특히 법무부와 대검찰청이 합동감찰한 결과 등을 토대로 대검이 한명숙 수사팀 검사들의 징계를 시도했음에도, "누군가를 벌주거나 징계하려는 합동감찰이 아니었다."라고 법무부 장관이 말하는 것은 진정한 목적을 호도하려는 기만에 가까워 보입니다. 이번 합동감찰에 참여한 실무자 중에서는 검찰의 직접수사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열심히 일한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이율배반이 아니다."라고 강변하는 박범계 장관의 주장이 이들의 노력까지 훼손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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