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층에서 많은 지지를 받아서 진보와 보수 양쪽으로 세를 확장해야 하기 때문에 입당을 섣불리 결정하기는 어렵다. 중도층의 생각을 좀 더 들어봐야 해서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최근 주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5월 말 국민의힘 의원들과 연쇄 접촉하며 입당을 기정사실화 하는 듯했지만, 최근 국민의힘 입당에 선을 긋고 있는 이유에 대한 열쇠 말이다. 현재 윤석열 전 총장 캠프 관계자들은 국민의힘 입당은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윤 전 총장 측 사정에 밝은 정치권 인사는 애초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이후 국민의힘 조기 입당을 구상했다고 전한다. 그런데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경선 진행 과정에서 전략이 바뀌었다고 한다. 중도층 공략 후 국민의힘 입당 혹은 국민의힘 측 후보와의 단일화로 노선이 변경됐다는 것이다. 최근 윤 전 총장 측에서 언급한 것처럼 '압도적 정권 교체'를 이루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노선 변경의 이유는 분명치 않다. 다만, 그 시점은 이준석 대세론이 일면서 국민의힘 당 대표가 누가 될지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던 때로 전해진다. 시기로만 보면, 이준석 대표 체제의 국민의힘과 어떤 식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노선 변경으로 이어진 걸로 보인다. 고민의 이유는 불문명하지만, 목표는 분명하다. '중도층 공략', 이 목표 달성은 성공적으로 진행 중일까.
'중도층 공략'이라는 목표 달성은 성공했을까
4월 12일과 19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중도층에서 최대 43.6%의 지지를 받았다. 진보층 지지율은 소폭 하락(14.3% → 12.6%)했는데, 전체 지지율 상승(36.3% → 38.4%)의 상당 부분은 중도층의 지지 확대(37.6% → 43.6%)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후 윤 전 총장의 전체 지지율은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고,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전체 지지율은 소폭 반등했지만, 중도층의 지지율은 계속해서 하락세다(5월 24일 36.9% → 6월 21일 36.1% → 7월 5일 33.2%). 반면, 보수층 지지율은 전체 지지율과 동조 현상을 보이고 있다. 출마 선언 이후 소폭 반등한 지지율은 보수층 지지 확대(6월 21일 49.4% → 56.6%) 때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안정적 중도층 지지율…윤 전 총장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정치 행보의 첫인상이 보수층에 대한 호소로 비치면서, 차별화를 위한 문재인 정부 비판도 보수층을 향한 메시지로 읽히고 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지금은 중원을 포기한 사람처럼 보인다"고 윤 전 총장의 행보를 평가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인사는 "정치 행보의 첫 수를 제대로 두지 못 한 결과"라며, "X파일 등으로 타격을 받자 보수층에 기대려는 것 아닐까"라고 추정했다.
그런데 중도층 공략이라는 측면에서 눈여겨볼 부분이 있다. 윤 전 총장에 대한 중도층 지지율에는 못 미치지만, 중도층의 국민의힘 지지율이 윤 전 총장에 대한 중도층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중도층의 국민의힘 지지율 : 5월 23일 28.2% → 6월 20일 28.2% → 7월 4일 28.6%). 이런 지지율은 국민의힘 당 지지율의 전반적 상승과도 궤를 같이하는데,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중도 외연 확장이라는 목표를 위해서라도 윤 전 총장이 빨리 입당하는 게 낫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압도적 정권 교체'와 국민의힘에 다가갈수록 하락하는 호남 지지율
광주 정치권 사정에 밝은 한 정치권 인사는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호남 인사들 중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층이 상당히 있다고 말한다. "윤 전 총장이 서울대 재학 당시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진압과 관련해 전두환 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던 일화(최근 윤 전 총장은 재판장 역할로 전두환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밝힘) 등이 알려지면서 윤 전 총장에 대해 호감을 가진 인사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인사는 윤 전 총장이 출마 선언 당일 국민의힘 의원 20여 명과 만난 것과 이후 행보에서 보수적 가치를 강조하는 것으로 비치면서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이후에도 윤 전 총장에 지지가 이어질 것 같냐는 물음엔 부정적 답변을 내놨다.
"국민의힘 입당 시기는 윤 전 총장 스스로도 모를 것"
반면, 지지율 하락세가 도드라질수록 국민의힘 입당 시기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지율 하락세가 가파를수록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의 매력적인 카드가 되기는 힘들다. 현재는 윤 전 총장이 주도권을 갖고 있는 형국이지만, 지지율 변동에 따라 주도권은 국민의힘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다분하다.
'압도적 정권 교체'라는 목표가 계속 유효하다면,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여부와 시기는 민주당 내부 사정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윤 전 총장 측 인사는 "윤 전 총장이 이른바 '탈진보' 흡수까지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 내부 사정의 변화로 일부 민주당 인사들의 지지를 윤 전 총장이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국민의힘 입당 시기는 더 늦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지지율과 외부 환경이 관건인 셈인데, "국민의힘 입당 여부와 시기는 윤 전 총장 스스로도 모를 것"이라는 정치권의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