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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윤석열, '국민의힘 입당 시기' 스스로도 모를 것"

[취재파일] "윤석열, '국민의힘 입당 시기' 스스로도 모를 것"

박원경 기자 seagull@sbs.co.kr

작성 2021.07.14 10:00 수정 2021.07.14 17:0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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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층에서 많은 지지를 받아서 진보와 보수 양쪽으로 세를 확장해야 하기 때문에 입당을 섣불리 결정하기는 어렵다. 중도층의 생각을 좀 더 들어봐야 해서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최근 주변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5월 말 국민의힘 의원들과 연쇄 접촉하며 입당을 기정사실화 하는 듯했지만, 최근 국민의힘 입당에 선을 긋고 있는 이유에 대한 열쇠 말이다. 현재 윤석열 전 총장 캠프 관계자들은 국민의힘 입당은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윤 전 총장 측 사정에 밝은 정치권 인사는 애초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이후 국민의힘 조기 입당을 구상했다고 전한다. 그런데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경선 진행 과정에서 전략이 바뀌었다고 한다. 중도층 공략 후 국민의힘 입당 혹은 국민의힘 측 후보와의 단일화로 노선이 변경됐다는 것이다. 최근 윤 전 총장 측에서 언급한 것처럼 '압도적 정권 교체'를 이루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인사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국민의힘 이준석 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노선 변경의 이유는 분명치 않다. 다만, 그 시점은 이준석 대세론이 일면서 국민의힘 당 대표가 누가 될지에 대한 예측 가능성이 높아지던 때로 전해진다. 시기로만 보면, 이준석 대표 체제의 국민의힘과 어떤 식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노선 변경으로 이어진 걸로 보인다. 고민의 이유는 불문명하지만, 목표는 분명하다. '중도층 공략', 이 목표 달성은 성공적으로 진행 중일까.
 

'중도층 공략'이라는 목표 달성은 성공했을까

JTBC와 리얼미터는 지난 4월부터 매달 1번꼴로 대선 주자들에 대한 선호도(지지율)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무선 100%, ARS로 진행되는 여론조사다. 여론조사의 불문율처럼, 숫자가 아닌 추세를 중심으로 윤 전 총장의 중도 공략 전략이 성공하고 있는지 살펴보자(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4월 12일과 19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중도층에서 최대 43.6%의 지지를 받았다. 진보층 지지율은 소폭 하락(14.3% → 12.6%)했는데, 전체 지지율 상승(36.3% → 38.4%)의 상당 부분은 중도층의 지지 확대(37.6% → 43.6%) 때문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후 윤 전 총장의 전체 지지율은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고,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전체 지지율은 소폭 반등했지만, 중도층의 지지율은 계속해서 하락세다(5월 24일 36.9% → 6월 21일 36.1% → 7월 5일 33.2%). 반면, 보수층 지지율은 전체 지지율과 동조 현상을 보이고 있다. 출마 선언 이후 소폭 반등한 지지율은 보수층 지지 확대(6월 21일 49.4% → 56.6%) 때문으로 보인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국민의힘

국민의힘의 안정적 중도층 지지율…윤 전 총장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이런 여론조사 결과는 중도층 공략을 통한 외연 확장이라는 윤 전 총장 측 전략이 먹히지 않고 있음을 방증한다. 이유는 윤 전 총장의 행보에서 찾을 수 있다. 대선 출마 선언 이후, 윤 전 총장의 말과 행동은 중도 공략 우선이라는 목표와는 달리 보수층에 베이스캠프를 친 것처럼 보인다.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집중적 강조, 그리고 이재명 경기지사의 '미 점령군' 발언에 대한 비판 메시지 등이 그런 사례다.

정치 행보의 첫인상이 보수층에 대한 호소로 비치면서, 차별화를 위한 문재인 정부 비판도 보수층을 향한 메시지로 읽히고 있다.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지금은 중원을 포기한 사람처럼 보인다"고 윤 전 총장의 행보를 평가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한 정치권 인사는 "정치 행보의 첫 수를 제대로 두지 못 한 결과"라며, "X파일 등으로 타격을 받자 보수층에 기대려는 것 아닐까"라고 추정했다.

그런데 중도층 공략이라는 측면에서 눈여겨볼 부분이 있다. 윤 전 총장에 대한 중도층 지지율에는 못 미치지만, 중도층의 국민의힘 지지율이 윤 전 총장에 대한 중도층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이다(중도층의 국민의힘 지지율 : 5월 23일 28.2% → 6월 20일 28.2% → 7월 4일 28.6%). 이런 지지율은 국민의힘 당 지지율의 전반적 상승과도 궤를 같이하는데,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중도 외연 확장이라는 목표를 위해서라도 윤 전 총장이 빨리 입당하는 게 낫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압도적 정권 교체'와 국민의힘에 다가갈수록 하락하는 호남 지지율

하지만 윤 전 총장 측은 당분간 민심 행보를 통한 중도층 공략을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현 시점에서의 입당이 크게 유리할 것이 없다는 계산이다.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압도적 정권 교체' 혹은 '확실한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한다면 진보·보수·중도라는 정치적 이념을 넘어 지역적으로 비교적 고른 지지가 필요하다. 그런데 호남에서의 지지율은 국민의힘과 가까워지는 것으로 비칠수록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호남 지지율 : 5월 24일 12% → 6월 21일 23% → 7월 5일 10.5%).

광주 정치권 사정에 밝은 한 정치권 인사는 문재인 정부에 실망한 호남 인사들 중 윤 전 총장을 지지하는 층이 상당히 있다고 말한다. "윤 전 총장이 서울대 재학 당시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진압과 관련해 전두환 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던 일화(최근 윤 전 총장은 재판장 역할로 전두환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밝힘) 등이 알려지면서 윤 전 총장에 대해 호감을 가진 인사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인사는 윤 전 총장이 출마 선언 당일 국민의힘 의원 20여 명과 만난 것과 이후 행보에서 보수적 가치를 강조하는 것으로 비치면서 우려를 표하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덧붙였다.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이후에도 윤 전 총장에 지지가 이어질 것 같냐는 물음엔 부정적 답변을 내놨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국민의힘 입당 시기는 윤 전 총장 스스로도 모를 것"

하지만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입당을 마냥 미루기는 힘들다. 후보 단일화를 한다고 하더라도 당 조직과 자금 등을 고려할 때 2번을 달고 대선에 나오는 걸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그럼 그 시점은 언제가 될까. 역시 관건은 지지율이다. 특히, 중도층 지지율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다면,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말처럼 입당이 아닌 국민의힘 측 후보와의 단일화가 이뤄질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입당 시점은 11월 정도로 넘어간다.

반면, 지지율 하락세가 도드라질수록 국민의힘 입당 시기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지율 하락세가 가파를수록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의 매력적인 카드가 되기는 힘들다. 현재는 윤 전 총장이 주도권을 갖고 있는 형국이지만, 지지율 변동에 따라 주도권은 국민의힘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다분하다.

'압도적 정권 교체'라는 목표가 계속 유효하다면, 윤 전 총장의 국민의힘 입당 여부와 시기는 민주당 내부 사정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윤 전 총장 측 인사는 "윤 전 총장이 이른바 '탈진보' 흡수까지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 내부 사정의 변화로 일부 민주당 인사들의 지지를 윤 전 총장이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국민의힘 입당 시기는 더 늦춰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지지율과 외부 환경이 관건인 셈인데, "국민의힘 입당 여부와 시기는 윤 전 총장 스스로도 모를 것"이라는 정치권의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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