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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살해한 동생 부모 "죽은 놈도 죽인 놈도 모두 제 자식"

누나 살해한 동생 부모 "죽은 놈도 죽인 놈도 모두 제 자식"
"오전에는 구치소에서 아들을 면회하고, 오후에는 (장사시설인) 가족공원에 가서 딸을 만나는 생활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검은색 펜으로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쓴 호소문을 법정에서 읽는 피고인 아버지의 어깨는 연신 들썩였습니다.

방청석에 앉은 그의 아내도 같이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친누나를 살해한 뒤 시신을 농수로에 유기한 혐의(살인 및 사체유기)로 구속 기소된 A(27)씨의 결심 공판이 열린 오늘(13일) 오전.

인천지법 410호 법정에는 살해된 딸과 살해한 아들의 부모가 나와 재판을 지켜봤습니다.

"피해자와 피고인의 부모에게도 의견을 밝힐 기회를 주겠다"는 재판장 말에 A씨의 아버지가 법정 내 증인석에 앉았습니다.

미리 써온 호소문을 호주머니에서 꺼낸 그는 "지금은 저희 곁에 아무도 없는 두 남매의 부모"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딸은 저 멀리 하늘나라에, 아들은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사건 발생 후) 미치고 죽을 것만 같아 세상을 등지려고 마음먹었다"며 "저 못난 아들놈을 건사할 사람도 없고, 가족공원에 혼자 외롭게 있는 딸을 생각하면 눈물이 나 그러질 못했다"고 울먹였습니다.

A씨의 아버지는 "딸은 부모를 잘못 만나 고생만 하다가 꿈도 제대로 펼쳐 보지 못하고 동생에 의해 하늘나라로 갔다"며 "제가 살면서 자식을 위해 향을 피울지는 몰랐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착하고 성실해 말을 잘 듣던 아들이 어떻게 그런 큰일을 저질렀는지 생각하면 너무 괘씸하다"며 "사회에 물의를 일으켜 (아들을 대신해)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한순간에 피해자의 가족인 동시에 가해자의 가족이 된 A씨의 부모는 눈물로 아들의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A씨 아버지는 "죽은 놈도 자식이고 죽인 놈도 모두 제 자식"이라며 "물론 죗값을 치러야겠지만 딸에게 용서를 구하고 하나 남은 아들이 제품에 돌아올 수 있게 선처를 부탁한다"고 재판장에게 고개를 숙였습니다.

A씨도 최후진술을 통해 "부모님과 주변 사람에게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드렸다. 천번 만번 고개를 숙여 사죄해도 부족하지만, 꼭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검찰은 오늘 "동생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 생활 태도를 지적한 누나를 살해하고도 책임을 피해자에게 돌리는 피고인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했습니다.

A씨는 지난해 12월 19일 오전 2시 50분쯤 인천시 남동구 한 아파트에서 30대인 누나를 흉기로 30차례가량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그는 누나의 시신을 여행 가방에 담아 열흘간 아파트 옥상 창고에 방치하다가 렌터카를 이용해 인천시 강화군 삼산면 석모도에 있는 농수로에 버렸습니다.

A씨는 범행 당일 누나로부터 가출과 과소비 등 행실 문제를 지적받자 언쟁을 벌이다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A씨는 올해 2월 14일 부모가 경찰에 누나의 가출 신고를 하자 조작한 카카오톡 메시지를 경찰 수사관들에게 보내 속였습니다.

그는 누나의 휴대전화 유심(가입자 식별 모듈·USIM)을 다른 기기에 끼운 뒤 메시지를 혼자서 주고받아 마치 누나가 살아있는 것처럼 꾸몄습니다.

또 같은 방식으로 부모마저 속여 올해 4월 1일 경찰에 접수된 누나의 가출 신고를 취소하게 했습니다.

A씨는 모바일 뱅킹을 이용해 누나 명의의 은행 계좌에서 자신의 계좌로 600만 원을 이체한 뒤 식비 등 생활비로 썼고 누나의 휴대전화로 360만 원가량을 소액결제해 게임 아이템 등을 사기도 했습니다.

누나 시신은 농수로에 버려진 지 4개월 만인 올해 4월 21일 발견됐고, A씨는 같은 달 29일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A씨는 앞선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우발적인 범행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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