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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인사이트] "일할 사람이 없다"…미국 최악의 구인난, 글로벌 경제 위기 전조인가

[워싱턴 인사이트] "일할 사람이 없다"…미국 최악의 구인난, 글로벌 경제 위기 전조인가

김수형 기자 sean@sbs.co.kr

작성 2021.07.13 13:3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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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니 굶는 사람들의 구호소였던 술집 다시 가보니

우리나라에서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되는 장면을 보면서 지난해 초 미국 사회가 받았던 코로나 락다운(Lockdown)의 충격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코로나는 별 것 아니라고 무시하며 버티던 트럼프 대통령이 결국 연방 차원의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던 게 지난해 3월 13일이었습니다. 당시 사재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식료품점 진열대가 텅텅 비고, 학교에도 휴교령이 내려지면서 아이들의 등교가 전면 중단됐습니다. 불안심리가 치솟으면서 총기와 탄환 사재기까지 극성을 부리던 미국 사회의 광기를 똑똑히 목격했었습니다. 야간 통행금지가 내려지면서 경찰들이 돌아다니는 사람을 단속하기 시작하기도 했습니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악몽 같은 일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경제적 충격을 받았던 사람들은 음식점, 호텔 종사자들이었습니다. 갑자기 문을 닫으라니 말 그대로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습니다. 그 당시 이들을 취재하기 위해 나갔던 곳이 워싱턴DC의 후크홀(Hook Hall)이라는 대형 술집이었습니다. 이곳 주인은 졸지에 실업자가 된 호텔과 음식점 종사자들을 위해 공짜 식사를 나눠주는 일을 했었습니다. 근처 상인들과 연합해 음식 기부를 받아 구호소를 운영했었는데, 실업자들이 어찌나 많이 오던지 준비한 도시락 식사 수 백 개가 금방 동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 그 술집 주인도 장사를 할 수 없으니 직원들을 내보낼 수밖에 없어서 너무 고통스럽다고 인터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본인이 너무 힘든 상황이었지만,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구호소를 운영한다는 것도 인상적이었고, 외국인 기자에게도 친절하게 취재에 응해줘서 정말 고마웠습니다.

김수형 취재파일 캡쳐 이미지
1년 4개월이 지난 지금, 미국의 고용 시장은 당시와는 180도 달라져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 언론들도 대공황에 빗대 대구인난(Great Labor Shortage)라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진 상황입니다. 지난해 구호소로 운영됐던 후크홀 사장에게 연락을 해봤더니 역시 이곳도 사람을 못 구해서 난리라고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현장 상황을 보기 위해 실제 가봤는데 술집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깜짝 놀랐습니다. 대형 약국 자리를 개조해 만든 술집이어서 공간이 매우 큰 곳이었는데, 이곳에 거의 매일 대관 행사가 열리는 중이었고, 주차장이었던 곳은 멋진 야외 테이블이 들어서 손님들이 자리마다 가득 차 있었습니다. 주문은 밀려드는데 일손이 부족해서 직원들은 정신이 하나도 없어 보였습니다. 애나 발레로 사장은 작년에 내보냈던 직원들은 거의 대부분 다른 곳에서 직장을 잡았다고 말해줬습니다. 생계가 급했던 사람들은 아마존 배달 기사 같은 일을 잡아서 쭉 돈을 벌고 있어서 이제 다시 부를 수도 없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서버로, 주방요원으로 일을 잘하는 경험 있는 직원들이 필요한데, 정작 그런 사람이 당장은 없어서 대형 행사를 할 때 힘든 경우가 많다고 하소연했습니다 .
 

가게마다 구인 광고가 곳곳에…전문직까지 '구직자 절대 우위' 시장

요즘 워싱턴DC 시내 음식점을 돌아다녀보면 실제 사람 구한다는 구인 광고를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피자가게, 커피숍 등 거의 전 업종에서 사람이 필요하다는 점주들의 아우성이 들리는 상황입니다. 피자가게 배달원으로 손들면 보너스로 500달러씩 주겠다는 곳도 있고, 음식점 서버로 6개월 일하면 1000달러 주겠다는 광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인터넷 검색하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곳이 많이 있습니다.)

신우진 미국 로펌 파트너 변호사
문제는 이런 현상이 인력 이동이 활발한 요식업 같은 서비스업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는 것입니다. 전문직까지 이런 사람 부족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 로펌 Nelson Mullins Riley & Scarborough에서 파트너로 근무하고 있는 신우진 변호사는 "변호사 빼가기까지 극성을 부리고 있어, 1년 차 변호사의 연봉이 20만 달러가 넘어가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역과 상황에 따라 다르기는 했지만, 초임 변호사 연봉은 대체로 17만 달러에서 19만 달러 사이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제 막 나온 변호사 몸값이 20만 달러가 넘어가는 건 대단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해에도 법률 자문, 소송 등으로 법조계는 호황이었고 특히 주식 시장이 활황이어서 관련 법률 수요는 아주 많았습니다. 그런 추세가 계속되다 보니 사람이 더 필요해지고, 그러다 보니 웃돈을 줘야 하는 변호사 모셔오기 경쟁이 붙은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런 상황은 수치로도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5월 신규 채용 공고는 920만 건으로 사상 최고 수준인데, 실제 고용은 590만 건에 불과합니다. 심각한 불균형 상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거의 전 영역에서 구직자 절대 우위 시장이 열린 것은 분명합니다.

김수형 취재파일 캡쳐 이미지

인플레이션 자극하는 구인난…위기 경고음에 한국이 주목해야 하는 이유

코로나 충격으로 실업자가 쏟아지던 미국에서 느닷없이 최악의 구인난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를 한두 가지 이유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경기 침체를 막기 위해 미국 정부가 천문학적인 지원금을 푼 것이 1차적인 원인이 된 것은 분명합니다. 미국 정부가 위기 극복을 위해 가계에 직접 지원한 긴급지원금이 세 차례에 걸쳐 1인당 3200달러에 달합니다. 이건 가구당 지원이 아니라 인당 지원이기 때문에 식구가 많을수록 지원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실업자가 됐다고 신고하면 1주일에 주정부에서 평균 320달러, 연방 정부에서 300달러를 지원합니다. 일단 현금으로 일주일에 620달러, 70만 원 넘는 돈이 그냥 들어오는 셈이기 때문에 단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나가서 돈을 버는 게 의미가 없어집니다.(단기 아르바이트생 자리는 기록이 안 남는 현금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아졌다고 업주들이 하소연하기도 했습니다.) 일단 여유가 생기니 구직 활동은 중단하고 천천히 일자리를 알아보는 사람이 늘어난 것도 사실입니다. 게다가 애들이 코로나 때문에 학교를 못 나가니 집에서 차라리 실업급여받으면서 아이를 돌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사람들도 많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나랏돈을 퍼줘서 이런 구인난이 벌어졌다고 볼 수도 없습니다. 사우스캐롤라이나 같은 보수 성향이 강한 주에서는 자발적으로 실업급여 지급을 중단했지만 효과가 크지 않았다고 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6월 외국인의 취업비자인 H1-B 비자를 중단시키면서, 이민 노동자의 유입이 끊어진 것도 인력풀을 말라버리게 한 데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바이든 정부 들어 이 제도를 부활시키기는 했지만, 코로나 팬데믹 때문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입국하는 게 여간 어려워진 게 아닙니다. 코로나 자체도 인력시장을 뒤흔들어놨습니다. 미국에서만 코로나로 60만 명 넘게 숨진 데다 근무 행태 자체가 온라인 원격 근무로 상당수 대체됐습니다. 이 모든 게 노동 시장의 구조를 뒤흔드는 큰 변화를 일으키는 중입니다.

김성재 미국 가드너웹대 교수
미국 경제 동향을 면밀하게 관찰하면서 한국과 관련한 통찰력 있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 김성재 미국 가드너웹대 교수는 "미국의 구인난은 좋은 자리를 찾아 움직이는 마찰적 실업과,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클린 이코노미 등으로 산업 구조를 변화하면서 만들어진 구조적 실업이 결합된 양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김 교수는 "임금 상승이 인플레이션에 가장 강력하게 작용한다"며, "물가가 임금을 밀어 올리고 상승한 임금이 정부의 재정 지출 증가와 맞물려 총수요를 더욱 자극하면서 또다시 물가가 상승하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어떤 방식으로든 끊기는 해야 하는데, 김 교수는 "금리 인상 카드가 동원될 때 코로나로 발생한 엄청난 버블이 터지면서 금융 안정성도 상당한 위협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발 버블 붕괴가 한국 경제에도 거대한 쓰나미로 다가올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미국 인플레이션은 실제 살면서도 피부로 느낄 수 있습니다. 최근 자동차를 사려는 사람들은 딜러가 부르는 값에서 협상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부르는 게 값이라 '당신 말고도 살 사람 많으니 싫음 말고' 수준입니다. 당장 코스트코같은 대형 매장에서 장을 볼 때도 고기값이 하루가 다르게 오른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입니다.

지금은 코로나 대응에 정신이 없는 우리나라지만, 정부는 코로나 이후에 경제 전반에 밀어닥칠지 모르는 위기 징후를 감지하고 사전에 대비해야 합니다. 거리두기 강화로 발생하고 있는 시민들의 피해를 최대한 보상하면서도,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미국발 경제적 위기도 사전에 준비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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