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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같은 하늘 아래 같은 곰인데…운명은 천차만별

[취재파일] 같은 하늘 아래 같은 곰인데…운명은 천차만별

박찬범 기자 cbcb@sbs.co.kr

작성 2021.07.13 09:46 수정 2021.07.13 16:0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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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 곰 398마리의 존재를 아시나요?

우리나라에서 곰 하면 무엇이 떠오르시나요? 반달가슴곰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을 것 같습니다. 지리산 일대 반달가슴곰은 국립공원공단이 관리합니다. 가끔 반달가슴곰이 새끼를 낳거나 활동하는 모습이 국립공원공단 CCTV에 포착돼 언론에 공개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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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이러한 반달가슴곰과 별도로 '사육 곰'이라 불리는 곰이 있습니다. 환경부가 지난 3월 기준 개체수를 파악해봤습니다. 전국 농가 27곳에 398마리가 존재합니다. 이들 사육 곰은 사유 재산으로 각 농장주들이 관리합니다. 지리산 반달가슴곰처럼 국립공원 일대에서 활동하는 게 아닙니다. 대부분 사육시설에 갇혀 삽니다. 같은 하늘 아래 같은 곰이지만, 이들의 운명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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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육 곰의 역사는?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

그렇다면 이들 사육 곰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대부분 수입된 곰입니다. 정부가 장려했습니다. 정부는 사육 곰이 돈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농장주가 곰을 사육한 뒤 재수출해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한 겁니다. 이때 곰이 동남아 등 각지에서 들어오게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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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곰 수입이 얼마 안 돼 중단됐습니다. 일단 1985년에 수입이 중단됐습니다. 곰이 국제적 멸종위기에 처하면서 상황이 급변한 것입니다. 세계적으로 곰을 수익사업에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형성됐습니다. 이러면서 이미 국내로 들여온 곰을 다시 되팔거나 할 길이 막혔습니다.
 

수입된 곰, 결국엔 국내에서 거래…열악한 환경 속에 웅담 거래

지난 6일, 용인의 한 농장에서 곰 2마리가 탈출했습니다. 이들 곰 주인도 지난 1980년대 초에 곰을 동남아에서 수입했다고 합니다. 당시 곰 한 마리에 800만 원 정도에 들여왔다고 합니다. 농장주 말로는 서울 잠실 아파트 한 채 값이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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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장주는 수입한 곰을 해외에 되팔지 못하니까, 국내에서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냈습니다. 특히 웅담에 대한 수요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웅담을 채취한다며 산 채로 쓸개를 빼내어 학대 논란도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또 열악한 사육시설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습니다. 농장주는 사육 곰 관리 비용을 아끼기 위해 좁은 공간에 사육 곰 여러 마리를 가두어놓기도 했습니다.
 

10년 된 곰은 도축도 가능…웅담 활용도 가능

현행법상 죽은 곰에서 웅담을 채취하는 게 가능합니다. 야생생물법 시행규칙 22조에 관련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별표5에는 더 자세히 곰 처리 기준이 나와 있습니다. 1985년 이전에 수입된 곰으로부터 증식된 곰은 10년 이상이면 가공품의 재료로 활용가능하다고 나와 있습니다. 한마디로 도축할 수 있고, 웅담으로 써도 된다는 의미입니다. 이 때문에 일부 농장주는 사육 곰을 가지고 여전히 수익사업을 하고 있는 겁니다. 사육 곰 시설이나 먹이 등 관련 비용은 최소화해서 최대 이익을 내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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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사육 곰 중성화 실시…불법 증식은 여전

사육 곰은 농장주의 개인 재산입니다. 더군다나 정부가 장려해서 수입한 곰입니다. 그래서 환경부는 지난 2014년, 사육 곰 중성화를 실시합니다. 사육 곰 번식을 엄격히 제한하고, 남은 사육 곰 개체 수를 자연스럽게 줄이기로 결정했습니다. 사육 곰 농장주에게는 중성화 대가로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모든 사육 곰이 중성화된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환경부는 이때 예외 조항으로 전시‧관람용 목적의 곰을 중성화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습니다. 쉽게 말해 동물원에 있는 곰은 번식을 허용한 겁니다. 그런데 일부 농장주가 전시‧관람용으로 쓰겠다고 하고, 몰래 불법 증식을 시켜 문제가 됐습니다. 환경부는 이번에 용인에서 탈출한 곰도 불법 증식된 사례로 추정합니다.
 

지난 5월, 관련법 처벌 강화

개정된 야생생물보호법이 지난 5월 시행됐습니다. 68조 벌칙 조항이 강화됐습니다. 3년 이하 징역, 3천만 원 이하 벌금으로 바뀌었습니다. 전에는 1년 이하 징역, 1천만 원 이하 벌금이었습니다. 또 조항이 새로 생겨 곰 같은 국제종 멸종위기종을 허가 없이 불법 증식하면 처벌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조금이나마 사육 곰과 관련된 위법 사항을 보다 강력히 처벌할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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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구례군, 국내 최초 곰 보호시설 생긴다

사육 곰은 앞서 언급했듯이 398마리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대부분 3.3㎡ 남짓한 조그만 공간에 갇혀 살고 있습니다. 문제는 농장주가 야생생물보호법을 위반해도 이들의 곰을 몰수하기가 곤란했습니다. 국가가 몰수해도 사육 곰을 키울 시설이 마땅히 없었기 때문입니다. 농장주를 처벌한다 해도, 사육 곰은 여전히 농장에 남아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도 전남 구례군에 국내 최초 곰 보호시설을 건립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빠르면 2024년에 준공됩니다. 수용 규모는 75마리 정도입니다. 환경부와 구례군이 절반씩 비용을 부담했습니다. 사육 곰 일부가 이곳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게 됐습니다.
 

용인 탈출 곰 1마리 행방은 어디에?

지난 6일 용인 농장에서 탈출한 곰은 2마리로 알려졌습니다. 1마리는 당일에 발견돼 사살됐습니다. 죽은 곰의 사체 사진이 언론을 통해 소개되면서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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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1마리의 행방은 묘연합니다. 주변 야산을 뒤져도 발자국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환경부와 용인시는 잠시 수색을 중단했다가, 12일부터 수색을 재개했습니다. 이번에는 동물단체의 건의로 사살 대신 생포하는 방향으로 계획을 세웠다고 합니다.
 

"다 같은 곰이고, 같은 생명 아닌가요?"

사육 곰이나 지리산국립공원에 있는 곰이나 다 같은 곰입니다. 하지만 용인에서 탈출한 사육 곰은 사육장을 탈출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살됐거나 쫓기고 있습니다. 이를 보며 녹색연합 박은정 녹색생명팀장은 "결국 다 같은 곰이고, 같은 생명 아닌가요?"라고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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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한 곰은 몸무게 60kg 정도의 3살짜리라고 합니다. 어찌 보면 탈출한 곰이 인간을 해하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잡히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잡히면 다시 소유주인 농장주 사육시설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다시 좁은 사육장에 갇힐지도 모릅니다. 구례군에 곰 보호시설이 생기는 2024년까지는 잘 숨어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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