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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인사이트] 화이자 vs 美 보건당국 공개 충돌…막 오르는 부스터 백신 '쩐(錢)의 전쟁'

[워싱턴 인사이트] 화이자 vs 美 보건당국 공개 충돌…막 오르는 부스터 백신 '쩐(錢)의 전쟁'

김수형 기자 sean@sbs.co.kr

작성 2021.07.12 15:58 수정 2021.07.13 14:5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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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효과 떨어진다" vs 美 보건당국 "효과 괜찮다"…이상한 공개 충돌

미국 시간 8일 벌어진 화이자와 미 보건당국(FDA, CDC, NIH, HHS 연합군)의 공개 충돌은 너무나 이상했습니다. 백신의 효능을 두고 화이자는 "시간이 지나면 효과 떨어진다"고 주장한 반면, 규제 기관들은 "지금으로써는 효과가 좋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아주 단순화시켜서 말하면 물건 파는 사람은 효과가 별로라고 말하는데, 허가 내준 사람이 오히려 효과 좋다고 말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 상황입니다. 게다가 화이자가 보도자료를 낸 뒤 3시간 만에 미국 보건기관이 총망라된 연합군이 반박문을 내는 사상초유의 일이 벌어졌습니다. CDC(질병통제예방센터)와 FDA(식품의약국)가 펜을 잡고 반박문을 쓰고, NIH(국립보건원)는 이름을 빌려줬고 그걸 HHS(보건복지부) 웹사이트에 공지했습니다. 이런 기민하고 범정부적인 대응은 본 기억이 없습니다.

화이자가 발표한 자료는 델타 변이를 고려한 추가 접종계획 발표라고 돼 있습니다(Pfizer and BioNTech Provide Update on Booster Program in Light of the Delta-Variant). 이스라엘에서 실제 접종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인용하며 "6개월이 지나면 증세 발현과 감염을 막는 효과가 줄어든다"고 적시해놨습니다. 이스라엘 정부는 델타 변이에 화이자 백신의 예방 효과가 64% 수준으로 줄어든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물론 중증 발현을 막아줄 확률은 90% 이상으로 아주 우수하다고 집계돼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델타 변이가 지배종인 국가입니다. 그래서 2회 접종을 완료하고 6개월이 지난 뒤 한 번 더 맞으면 항체를 최대 10배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며 관련 자료를 규제 기관에 내고 논문으로도 발표할 거라고 언급했습니다. 이런 추가 접종이 델타 변이를 포함한 변이에 가장 잘 대응할 수 있게 해줄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미 보건당국 연합군의 반박문은 딱 두 단락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근데 이상하게도 반박 대상인 '화이자'를 직접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목도 그냥 추가 접종에 대한 CDC, FDA의 공동성명(Joint CDC and FDA Statement on Vaccine Boosters)이라고 돼 있습니다. 첫 단락은 지금 나와 있는 백신의 효능이 매우 좋아서 접종을 완료하면 델타 변이를 포함한 변이 바이러스에 잘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백신을 꼭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두 번째 단락에서 이렇게 접종을 다 마친 사람들은 부스터 접종이 현재로써는 필요 없다고 밝혔습니다. 보건당국이 추가 접종이 필요한지 엄정하게 심사하고 있으며, 그런 결정은 제약사 자료로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보건당국은 과학적인 연구 결과가 축적되면 부스터 접종을 할지, 언제 할지 판단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해놨습니다.

CDC

아무리 애써도 접종 늘지 않는 미국…보건당국이 긴급 대응한 이유는?

보건당국이 이렇게 긴급 대응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백신의 효능에 대한 회의론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백신 접종은 미국 정부가 아무리 용을 써도 좀처럼 늘지 않는 상황입니다. 7월 4일에 한 번이라도 맞은 성인이 진작 70%에 도달했어야 하는데, 일주일 정도 시간이 지난 지금도 아직 67.4%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제는 소수점 아래 숫자 하나 올리는 데도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드는 한계 상황에 다다른 것입니다. 지역사회에서 존경받는 인물들이(목사, 의사, 교사)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백신을 맞으라고 대면 설득을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래도 안 맞겠다는 사람들의 마음을 돌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 백신 거부론자들은 접종을 회피할 핑계가 생기면 더 마음이 돌아설 수밖에 없습니다. 가까스로 설득해 한두 명 더 접종하려고 하는데 느닷없이 '3차 접종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나오면 '그런 거 나 안 맞아'하고 드러누울 가능성이 매우 커집니다.

미국 정부는 지금까지 mRNA 백신의 효능이 뛰어나다는 것을 계속 강조해왔는데, 지금 갑자기 당신들이 맞은 백신이 6개월 뒤에 효능이 떨어진다고 인정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설사 그런 일이 벌어지더라도 아직 미국인의 대다수가 접종한 지 6개월이 안되기 때문에 더 뒤에 그런 얘기는 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지금은 안티백신에 가까운 사람들을 최대한 많이 설득해 소매를 걷게 하는 것이 지상과제입니다. 미국 보건 당국이 백신 접종을 유도하기 위한 메시지 관리에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는지 이런 발 빠른 대응을 보면서 알 수 있었습니다. 지금 미국에서 병원에 입원하는 거의 100%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백신만 맞으면 피할 수 있는 일이어서 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요즘 백신 접종 예약을 하면 자동으로 우버 예약도 해주고 현금카드도 주고, 심지어 복권에 당첨될 수도 있는데 그래도 안 맞는 사람들은 버티는 중입니다.

화이자 백신 접종 시작

때 되면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아이폰처럼…제약사들의 속내는?

백신을 만들어 낸 제약사들이 돈벌이에만 혈안이 돼 있다거나, 필요 없는 백신을 억지로 접종하려고 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이들의 적극적인 대응 때문에 코로나 팬데믹을 극복해가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숨 가쁘게 변이를 생산해내는 코로나바이러스는 맞춤형 대응을 해서 최대한 감염되지 않게 관리할 수 있다면 그것이 최우선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절감하고 있지만 백신의 공급 불균형은 심각한 문제입니다. 필요성이 당장 떨어지는 부스터샷이 최우선 순위 과제로 떠오르면 지금도 가뜩이나 부족한 백신을 선진국들이 더욱 빨아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백신 접종을 상당히 빨리 시작했던 영국은 9월부터 70세 이상 인구와 의료진 등을 대상으로 하는 부스터샷 접종 계획을 발표한 상태입니다. 영국보다 훨씬 덩치가 큰 미국마저 부스터 접종을 하겠다고 공식 발표하는 순간 또 한동안 전 세계 백신 공급 일정은 제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커집니다.

제약사들은 코로나 백신을 아이폰처럼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닐까 생각이 돌기도 합니다. 시간이 되면 업그레이드해서 최신형을 사야 하는 휴대전화처럼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백신을 계속 접종하는 게 제약사 입장에서는 이윤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입니다. 특히 mRNA 백신은 쉽게 재설계를 할 수 있기 때문에 변이 바이러스에 맞춤형 대응을 할 수 있습니다. 한미정상회담 기간 인터뷰  했던 스테판 방셀 모더나 CEO도 변이에 대응하기 위한 모더나 2.0을 만들고 있다고 직접 말한 바 있습니다. 화이자도 이스라엘에서 효과가 떨어진다고 발표를 한 것을 계기 삼아서 부스터샷 계획을 발표한 것을 보면 이걸 사업적인 기회로 생각하고 있다는 걸 완전히 부인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이스라엘에서 나온 결과와 달리, 일부 다른 연구 결과들은 화이자의 델타 변이에 대한 예방 효과도 훨씬 뛰어나고 지속 효과도 몇 년에 달한다는 것도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최대 42조 5천억 원 시장…부스터 접종 이면의 '쩐의 전쟁'

워싱턴포스트는 블룸버그 분석 보고서를 인용해 부스터 접종 시장이 해마다 전 세계적으로 110억 달러에서 37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최대 42조 5천억 원에 달하는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는 의미입니다. 지금 화이자가 말하는 것은 기존 백신을 3차 접종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만약 지금 백신을 우회하는 변이가 나와서 새로 백신을 설계해야 한다면 시장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화이자는 2021년에 벌어들인 매출은 26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1회 접종에 19.5달러를 매겼는데, 이건 임시적인 것이고 사실 150에서 175달러가 적절한 가격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전했습니다. 지금보다 8~9배 가격을 올려야 정상이라는 건데, 사실 이렇게 진짜 올린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한 내용입니다.

다양한 코로나 백신이 경쟁하는 구도가 점점 무너지는 것도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효능이 비슷한 백신이 치열하게 경쟁해야 소비자 혜택도 늘겠지만, 화이자가 무섭게 원톱으로 올라서는 게 불안한 면도 있는 게 사실입니다. 화이자 CEO 불라는 스가 총리가 워싱턴에 왔을 때 장관과는 상대를 하지 않아 총리가 직접 면담할 수밖에 없었다는 게 기사화된 바 있습니다. G7 정상회의에도 불라 CEO가 초청받아 참석했을 정도니 코로나 백신 제약사의 영향력이 얼마나 막강해졌는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백신으로 코로나 이후 세계질서의 재편을 꿈꾸고 있는 바이든 정부의 외교 구상까지 맞물리면서, 백신 불확실성은 어느 때보다 커진 게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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