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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빛 산' 이게 무슨 일? 지리산 침엽수 떼죽음

제가 지금 등산하고 있는 곳은 지리산국립공원입니다.

저희 영상 기자를 비롯해서 저희 차량 팀이 팀원들과 함께 2시간째 장비를 메고 올라가고 있는데요,

저희가 가보려고 하는 곳은 해발 1,600m에서 1,900m 사이에 있는 야고산대 침엽수림 집단 서식지인데요.

이 일대에 최근 몇 년 새에 집단 고사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방송국 취재진들이 한 번도 와서 촬영한 적이 없다고 하는데 저희 SBS 취재진이 처음으로 가서 직접 눈으로 한번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생과 사의 갈림길에 선 지리산 침엽수 서식지입니다.

푸른빛깔의 산 경사면에 회색빛이 물들어 있습니다.

모두 죽거나 죽어가고 있는 침엽수입니다.

20여 년 전 사진과 비교하면 산 빛깔 차이가 극명합니다.

[손향숙/등산객 : 작년 다르고, 계속 해마다 올 때마다 계속 늘어나고 해서 너무 마음이 아파 죽겠어요.]

기후 변화가 최근 집단 고사 현상의 중요 요인으로 꼽힙니다.

국내 아고산대는 대개 해발 1,500m 이상 침엽수 군락지로 저온 지대인데, 평균 기온 상승과 겨울철 적설량 감소로 침엽수 생장에 악영향을 끼치는 겁니다.

[박홍철/국립공원연구원 박사 (산림생태) : 봄철에 이 나무는 4월에서 5월 초 사이에 생육을 시작하는데요. 그 시기에 수분이 충분치 않았을 때 생리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지리산 침엽수 고사목은 5만 4천 그루로 추정되는데, 심한 곳은 고사 비율이 절반을 넘기도 합니다.

특히, 취재진이 답사한 천왕봉 일대 고사목은 10년 새 5배 넘게 증가했습니다.

아고산대 침엽수 종 중의 하나인 가문비나무입니다.

제 옆으로 보이는 이 나무가 고산지 5년에서 10년 정도 된 것으로 추정되는데요,

이 아고산대 침엽수는 고사하게 되면 이파리가 갈색으로 변한 다음에 떨어지고 나무껍질이 갈라진 다음에야 회색빛의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게 됩니다.

풀어야 할 과제는 남은 침엽수를 보전하는 일입니다.

국내 토종인 구상나무는 이미 국제사회에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는데 국내에서는 아직 개체 수가 많다는 이유로 멸종위기종이 아닙니다.

[서재철/녹색연합 전문위원 : 정밀한 모니터는 물론이고, 다음 생태계가 어떻게 변화해갈지에 대한 시뮬레이션, 예측까지도 많은 연구 인력과 기관들이 필요합니다.]

산은 10년 앞서 관리하면 앞으로 100년을 지켜낼 수 있습니다.

(영상취재 : 이승환, 영상편집 : 황지영·김종태, CG : 한정우·이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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