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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무엇이든 될 수 있다면, 당신은 뭐가 되고 싶은가요?

"메타버스 프리덤"


  무엇이든 마음대로 될 수 있다면 당신은 무엇이 되고 싶은가요? 여성? 남성? 로봇? 개? 고양이? 돌멩이? 다음 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바로 요즘 핫하다는 가상현실 세계인 ‘메타버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코로나 확진자가 다시 급등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됐는데요. 지난해부터도 다른 사람과의 물리적 거리두기가 불가피해지면서 디지털 세계애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오늘은, 게임에 익숙한 10대에게는 이미 낯설지 않다는 '가상세계' 체험이, 어른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 지 한번 들여다 보려 합니다.
VR학회 참여 아바타
  <지난해 3월 메타버스 내에서 열린 IEEE VR(가상현실)학회 모습 @안선주 교수 제공>
 
 * 이 기사는 매주 수요일 아침 발송되는 뉴스레터,' 'SDF 다이어리'에 소개됐습니다. SDF 다이어리는 SBS D포럼을 준비하는 SBS 보도본부 미래팀원들이 작성합니다. 우리 사회가 관심 가져야 할 화두를 앞서 들여다 보고, 의미 있는 새로운 관점이나 시도를 전합니다. ▶ SDF 다이어리 구독하러 가기   

<두렵지만 매력적인> 가상세계, 그것이 알고 싶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상대적으로 거리가 가깝다보니 '페이스북' 같은 IT기업들과 2014년부터도 프로젝트를 같이 해오면서 '가상세계'를 인문,사회학적으로 현실 세계에 어떻게 접목하면 좋을지를 끊임없이 실험하고 연구해온 곳이 있습니다. 바로 미국 스탠퍼드 대학 가상인간상호작용연구소입니다.  

  제러미 베일렌슨 스탠퍼드 대학 가상인간상호작용 연구소 소장은 이미 2018년, 그동안 가상현실(VR)이 열어준 인지와 체험의 인문학적 상상력의 산물을 모아 <Experience on Demand (한국어 번역: '두렵지만 매력적인' -동아시아 출판-)이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최근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제러미 베일렌슨 교수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그랬더니 자기보다 더 적합한 사람이 있다면서 동료 학자이자 자신의 제자인 안선주 교수를 추천했습니다.  

'가상 현실' 연구계의 떠오르는 신예 학자, 안선주 교수를 만나다!

   안선주 교수는 지난 2019년, 40세 미만의 커뮤니케이션 학자 중 교육, 연구 및 공공 서비스 공헌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인 한 명에게 매년 미국 저널리즘 및 매스커뮤니케이션 교육 학회에서 주는 '크리그바움언더40상(KrieghbaumUnder 40)'을 수상했습니다. 한국인으로는 최초입니다.

  안교수는 현재 조지아 대학 게임과 가상환경 랩 (Games and Virtual Environments Lab) 소장이며 저널리즘과 매스미디어 대학 (Grady College of Journalism & Mass Communication) 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마침 한국에 다니러 온 안선주[1] 조지아 대학 교수를 지난 2일 SBS 본사에서 만났습니다.  안교수 손에는 얼마 전에 랩에서 보내왔다는 최신의 가상현실 기기가 들려 있었습니다. 
안선주 교수 인터뷰 사진
<안선주 미국 조지아 대학 교수 SBS에서 인터뷰 하는 모습> 
[1] 안선주 교수는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에서 학사를 취득했으며,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메타버스' 열풍 왜 지금?

  5~6년 전쯤 SBS의 연중 지식나눔 포럼인 SDF에서도 VR(가상현실), AR(증강현실)에 대한 얘기들이 한참 관심을 끌었던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헤드셋만 끼면 놀이동산의 놀이기구를 타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다든지, 어디 유명한 음악당의 공연에 직접 가 있는 것 같은 체험을 한다든지 하는 '개인의 경험 확장'이 큰 관심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이후 조금 사그러들었던 것처럼 보였던 '가상현실'에 대한 관심이 코로나 시대를 맞으면서 지난해말부터 '메타버스'라는 용어와 함께 다시 부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몇 년 전 가상현실 담론과 가장 다른 점은 '메타버스'는 개인의 경험 확장보다는 타인을 만나고 같이 대화하고 네트워킹하는 '관계'에 더 초점을 두고 있는 '소셜 VR'이라는 점입니다.  
소셜VR 설명
안선주 교수 VR시연
 <안선주 교수 조지아 대학 게임과 가상환경 랩에서 VR시연 중>
(사진제공: 사라 이. 프리먼 Sarah E. Freeman)>

 
Q. 지난해 말 올해 초부터 불고 있는 ‘메타버스’ 열풍,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해요.

  제가 맨 처음 VR(가상현실)을 공부했던 2006년에는 가상현실 헤드셋이 5천만 원대였는데, 지금 제가 오늘 가지고 온 헤드셋 같은 경우에는 250불까지 가격대가 내려갔기 때문에 타이밍으로 봤을 때는 굉장히 화제가 될 만한 시기인 것 같아요. 사실 " 코로나의 수혜를 가장 많이 본 분야"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요즘 화상회의를 많이 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있지 않은 부분에 대한 제한을 많이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쉽게 얘기해서 물건을 건네줄 수도 없고 서로의 온기를 느낄 수도 없고요.

   그런데 이제 메타버스 상에서 아바타를 통해서 (타인과) 상호 작용을 하게 되면, 훨씬 더 많은 비언어적인 큐를 읽어낼 수가 있고, 서로 활동을 할 수 있는 범위 자체가 넓어지면서 공간을 공유하다 보니까 저희가 할 수 있는 상호 작용의 넓이가, 범위가 훨씬 더 넓어지는 것 같아요.
 
 Q. 아바타로 접속할 때 같이 있다는 '심리적 현존감'이 더 커진다는 말씀이시죠? 

   저희가 영화관을 가는 이유는 집에서 보는 영화도 재미있지만, 뭔가 사람들이 모여서 그 영화를 시청했을 때의 느낌은 분명히 다르거든요? 저희가 지난해 3월 말 메타버스에서 한 2천 명 정도 규모가 되는 VR(가상현실)학회를 열어봤었는데, 그 많은 참가자들이 하는 이야기가 하다못해 슬라이드의 강의를 같이 보고 있어도, 내 옆에 누군가 아바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위안이 됐다, 누군가 같이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런 얘기를 굉장히 많이 해서 저도 사실 의외라는 생각을 좀 했었어요.
IEEE VR학회 모습 이미지
<지난해 3월 메타버스 내에서 열린 IEEE VR(가상현실)학회 모습 @안선주 교수 제공>

    왜냐하면, 강의를 집에서 각자 인터넷으로 볼 수 있었을 텐데도 불구하고, 옆에 아바타가 같이 나와 뭔가를 공유하는 경험이 있었다는 게, 많은 참가자들한테 좀 공감이 가는 부분이 있지 않았나? 코로나 기간 동안 재택을 하면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았거든요? 그런데 이게 어떻게 보면 좀 만화 캐릭터 같지만, 심지어 졸라맨 같이 전혀 리얼리즘이 없는 상황에서도 인간의 뇌는 그걸 충분히 의인화해 이해하거든요. 이렇게 아바타를 통해 다른 사람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한 공간에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외로움이 훨씬 더 감소 되는 것을 저희가 직접 보고 굉장히 놀랐습니다.  

Q. 게임에서 캐릭터를 정할 때는 나는 여성이니까 여자 캐릭터 이렇게 고민없이 골랐는데, 메타버스에서는 아바타가 ‘멀티페르소나’라고도 하니까 쉽게 고르지를 못하겠더라고요. 

   저희가 학회를 열었는데, 바닥에 돌멩이가 있는 거예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 그 돌멩이가 그 사람의 아바타 였어요. 그래서 반드시 이게 로봇이나 뭐, 사람이나 동물이나, 이게 아니고, 나는 바닥에 돌멩이가 되고 싶다, 하하. 그래서 (돌멩이가 되어) 사람들의 이야기도 좀 듣고, 이렇게 하고 싶다. 이런 분들도 계시고, 나는 사실 사회적인 나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의 외압과, 하하. 뭐, 외모적인 기준이라든지, 이런 것들에 부합을 할 수밖에 없는데, 사실 메타버스상에서는 아직까지는, 이게 미래에 들어서면 또 이제 여러 유저들이 생기면서 바뀔 수 있지만, 현재까지는 굉장히 자유롭거든요? 
IEEE VR학회 아바타 이미지
<지난해 3월 메타버스 내에서 열린 IEEE VR(가상현실)학회 모습 @안선주 교수 제공>

     오늘의 나가 내일의 나와 똑같이 생길 필요도 없고, 음, 내가 반드시 사람이어야 할 이유도 없고, 표현을 하고 싶은 대로 나를 표현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다면, 과연 나는 어떻게 생기고 싶냐. 이게 음, 생각보다 어려운 질문이에요.

   제가 이제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아바타를 만드는 것을 첫 과제로 많이 내줘요. 네가 표현하고 싶은, 여러분이 되고 싶은 메타버스 내에서 그게 무엇이든 좋으니까 만들어보라고 하면, 사실 많은 학생들이 고민, 고민을 하다가 결국에 현실의 나와 거의 유사한 아바타를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

   자유로워 본 적이 없는 거죠. 왠지, 나는 그래도 여자가 되어야 할 것만 같고, 왠지 나는 사람이어야 할 것 같고, 내 외모를 벗어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게 굉장히 생각 외로 어려운 과제이더라고요. 그래서 이  무한한 자유가 주어졌을 때,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누구를 만날 것인가? 어떤 집에 살 것인가? 어떤 세상을 갖고 싶은가? 이런 질문들은 진짜 굉장히 철학적이고, 하하. 깊고, 어려운 그런 좀 뭐랄까, 내 스스로를 돌이켜보는 그런 것을 많이 요구하는 것 같아요.  
IEEE VR학회 아바타
<지난해 3월 메타버스 내에서 열린 IEEE VR(가상현실)학회 모습 @안선주 교수 제공>

Q. 생각이 바뀌거나 행동이 바뀔 수 있다고 하셨는데 예를 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가령 이제 ‘ 프로테우스 효과’라고 하는데, 저희가 아바타를 선택을 했을 때, 그 아바타에 관련된 컨셉과 내가 나 자신에 대해서 이해하고 있는 자아에 대한 개념이 좀 겹치게 되는 것 같아요. 특히 아바타와 좀 오래 이 활동을 했을 때, 혹은 내가 이 아바타를 가지고 다른 사람들과 상호 작용을 했을 때, 그 아바타로서의 나와 현실의 나의 개념이 서로 합쳐지게 되는 순간이 와요. 그래서 내가 가상 현실을 떠나고 현실 세계로 다시 진입을 하더라도 그 아바타로서의 나에 대한 개념이 같이 따라오게 됩니다. 
프로테우스 효과
          * ** 프로테우스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이용자가 자기 아바타를 반드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 연구에서는 '가상의 거울'을 활용한 방식으로 가상세계에서나 자신의 아바타를 볼 수 있게 함으로써 효과를 이끈다. 

     예를 들어, 내가 아바타로서 굉장히 키가 컸다면, 현실 세계에 나와서도 마치 내가 아직도 키가 큰 사람처럼 활동을 하게 되고, 물론 이게 전체적으로 영구적인 변화는 아니더라도 단기간의 변화는 분명히 있고요. 자기가 현실 세계에서 할 수 없었던, 혹은 하지 못하리라고 믿었던 부분들을 본인의 아바타가 해나가는 것을 보면서 그런 자신감을 훨씬 더 극복해나가는 그런 모습들을 볼 수도 있습니다.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포스터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2018년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포스터, 워너 브라더스>
: 2045년 미국 오하이오주의 빈민가에 사는 젊은이들이 가상현실 세상인 ‘오아시스’의 창시자 제임스 할리데이가 숨겨둔 3개의 미션을 아바타로 도전해 가상현실 세계가 악인에게 넘어가게 되는 위험에서 가상현실 세상을 구하는 내용의 SF영화. 새턴 어워즈(최우수 SF영화상) 수상. 이 영화에서도 주인공이 아바타 상의 영웅이 되면서 현실세계에서도 리더로 부상한다. 

Q. 아바타로 타인에 대한 공감도 키울 수 있나요?

   요새 굉장히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연구가 이제 VR을 활용하면, 다른 사람들, 타인들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그런 부분에 대해서 굉장히 관심을 많이 가지고, 이제 많은 연구자들이 이 연구를 진행을 하고 있는데, 사실  “VR이 무조건 공감을 늘린다” 라고 이야기하기는 좀 어려워요. 타인을 이해를 한다는 것은 그 경험만 공유를 하는 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살아 나가는 굉장히 많은 부분들을 알고 있어야 되는데, 사실 VR로 저희가 전달을 할 수 있는 경험들은 굉장히 몇 가지 부분들로 국한되어 있거든요? 사실 경험을 공유했다고 해서 그 사람을 이해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내가 해보니까 사실 별거 아니던데? 이렇게 넘어갈 수도 있는 거거든요, 그래서 그 VR 경험 하나만으로 공감을 얘기하는 것은 다소 위험할 수도 있는 상황인 것 같아요. 

  하지만 예를 들어서, 다른 사람들의 타인에 대한 경험, 그 사람이 하고 있는 경험을 내가 공유를 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는 분명 다른 기존에 있던 매스컴 툴보다는 훨씬 더 효과적인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안선주 교수 VR시연
<안선주 교수 조지아 대학 게임과 가상환경 랩에서 VR시연 중>
(사진제공: 사라 이. 프리먼 Sarah E. Freeman)

'메타버스' 내 다양성 이슈는 어떤가요?

Q. ’메타버스’라는 말이 1990년대의 미국 SF 소설에서 처음 나왔잖아요. 대개 서구의 백인 남성들 시각이 많은데요. 미국에서 활동하시는 한국 여성학자로서 ‘다양성’ 관련해서는 어떤 관심을 갖고 계신지 궁금해요.

   네, 사실 저희가 요즘 들어서, 이제 미국의 인종 차별 문제가 굉장히 심화 되면서, 아무래도 이런 고민들을 많이 할 수 밖에 없는데, 이 테크놀로지 쪽에서는 AI도 그렇고, 뭐, 메타버스도 그렇고, 많은 개발자분들이, 그리고 이걸 이끌어 나가는 이 개념들, 개념화하는 그런 활동 자체가 백인 남성 위주로 이게 이어지다 보니까 이제 과학적인 논제라고 이해를 하고, 그런 것을 기반으로 한 여러 가지 그런 정책들을 펼쳐 나가게 되는데 그러면 이건 사실 저희의 생각은 반영이 안 된 부분이 너무 많은 거예요.

   그래서 메타버스를 디자인하고, 그 메타버스라는 게 사실 현실이 아닌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건데, 그렇다면, 헤게모니는 누가 쥐고 있으며, 그 세계의 구조는 누가 만들고, 디자인은 어떤 식으로 형성이 되느냐를 좀 생각을 해볼 시기가 온 것 같아요. 이 세상은 미국에 살고 있는 백인 남성만으로 이루어진 게 아닌데 그 사람들이 이미 만들어 놓은 메타버스에 들어가게 되면, 세계관이 거기에서 정립이 되는 것 같거든요? 세계관이라든지, 가치관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아무래도 영향을 많이 미치는데, 그렇다면 저희 다음 후속 세대에 지금 이렇게 크고 있는 아이들은 결국에는 그 미국 백인 남성들이 만들어 나간 메타버스 내에서만 활동을 하게 되는 건가. 사실 그건 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을 요새 자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아무래도 좀 더 빨리 많이 활발히 연구 활동을 하고, 이런 대화가 이루어지는 자리가 있으면, 많은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이 반영이 되어야 될 것 같습니다.
안선주 교수 VR시연 영상
<안선주 교수 조지아 대학 게임과 가상환경 랩에서 VR시연 중>
(사진제공: 사라 이. 프리먼 Sarah E. Freeman)>

 
Q. 메타버스가 '현실 회피'는 아닐까요? 

   현실 회피를 걱정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은데요. 사실 사람은 원래 정복욕이라는 게 있죠. 미지를 탐험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굉장히 크거든요? 내가 모르는 다른 세계를 알아나가고 싶은 욕구가 굉장히 큰데, 그건 사실 현실 적응, 부적응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내가 모르고 있는 세상을 알아나가고 싶기 때문에 여행도 그렇게 하는 거고, 사실 우주를 가시는 분들이 현실이 싫어서 가시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모르고 있는 그 다른 세계, 미지의 세계를 알아나가고 싶다는 그런 욕구가 본능적으로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은데, 가상 현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우리가 좀 더 확장해서 더 세상을 넓혀서 살아갈 수 있는 건가? 그래서 가상 현실과 우리가 살아나가고 있는 현실은 공존하게 되겠지, 이게 서로가 서로를 뭔가 대체를 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Q. 가상현실과 관련해서 현재 관심을 가지고 있는 연구 분야는 어떤 것인가요?

   지난 10년은 가상현실을 개인이 활용했을 때 어떻게 행동양식을 변화시키고 뭔가 새로운 경험들을 제공할 수 있을까 등을 연구했는데,  향후 10년은 아무래도 메타버스에 집중해서 많은 유저들이 동시에 상호작용을 시작할 때 어떤 룰이 어떻게 바뀔 지에 관심이 집중될 거 같아요. 왜냐하면 아바타가 되면, 예를 들어 사람의 첫 인상이라든지, 이런 부분들이 완전히 없어지거든요.

   저희가 이제 누군가를 새로 만났을 때 그 외모 관련한 첫 인상, 그와 연관된 편견들이 굉장히 많은데 아바타로 만나다 보니까 그 판단 기준 자체가 완전히 변할 수 밖에 없어요.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고, 어떤 인종인지도 모르겠고, 사실 목소리도 변조를 많이 하기 때문에 여자인지, 남자인지 어떤 사람들인 그 사람의 백그라운드를 알기가 완전히 어려운 상태에서 우리는 관계는 어떻게 맺을 것이고 남녀가 첫 데이트를 할 때 여러가지 판단기준이 있을텐데 그게 완전히 없어지는 거예요.

  그렇다면 이제 이야기를 나누는 콘텐츠 기반으로 해서 이 사람을 점점 파악해야 하는데 그런 관계 맺음은 어떤 식으로 시작하고, 가상현실에서 새로 정립할 가치관들은 어떤 식으로 변할 것인지 그리고 그 사회에서 다양성은 어떤 식으로 저희가 이끌어올 수 있을지 이런 것들을 아무래도 향후 10년 정도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게 될 것 같습니다. 
 

메타버스에서 찾은 자유!!!


  백문이 불여일견!
  안교수는 직접 체험해볼 것은 제안하면서 최신 가상현실 헤드셋을 머리에 씌워줬습니다.
가상세계 체험하는 이정애 기자
  인터뷰 룸이 한순간 바닷속이 되는가 하더니 야자수가 울창한 그랜드캐니언이 펼쳐집니다. 저 멀리 하늘에는 터키에서 많이 탄다는 열기구들도 보입니다. 바람에 흔들의자가 살랑살랑 흔들립니다.
이정애 기자 VR시연 이미지
  조이스틱을 이용하니 눈 앞에 나타난 테이블 위 블럭을 옮기거나 탁구를 칠 수도 있고, 20대 때 오락실에서 하던 총쏘기 게임도 바로 펼쳐집니다. 심지어 귀여운 아바타 친구가 춤을 청해 오기도 합니다. 
  
  20분 정도의 튜토리얼을 경험해본 것뿐인데, 최근 해본 그 어떤 경험보다 즐거웠습니다. 과거 가상현실 헤드셋을 쓰면 느꼈던 어지러움이나 그래픽의 조악함도 거의 느껴지지 않고, 순간 팀장이라는, 기자라는, 엄마라는, 아내라는, 며느리라는, 딸이라는 세상에서 부르는 모든 이름들은 잊힌 채 정말 오랜만에 나만을 위한 시간이 열렸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며 보내는 진정한 의미의 메타버스 경험까지 하지는 못했지만, 이 가상현실 세상, 자꾸 생각납니다.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경험이 현실 세상에서도 긍정적인 기억으로 남아 자꾸 입가의 미소를 띄게 합니다. 내가 있는 바로 이 자리에서, 어디 가지 않고도 잠시나마 이렇게 자유와 위안을 느끼게 해준다면, 저는 가상세계 또 가고 싶을 것 같습니다.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다면 여러분은 가상세계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고 싶으십니까?
   
 * 이 기사는 매주 수요일 아침 발송되는 뉴스레터,' 'SDF 다이어리'에 소개됐습니다. SDF 다이어리는 SBS D포럼을 준비하는 SBS 보도본부 미래팀원들이 작성합니다. 우리 사회가 관심 가져야 할 화두를 앞서 들여다 보고, 의미 있는 새로운 관점이나 시도를 전합니다. ▶ SDF 다이어리 구독하러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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