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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시진핑 사상' 연구센터만 18개…정점 향해 가는 1인 권력

"위대한 시대에는 위대한 사상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지난해 7월, 중국 외교부에서 열린 '시진핑 외교 사상 연구센터' 설립 행사에서 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부장이 한 말입니다. 왕 부장은 "시진핑 주석은 위대한 전략가의 탁월한 식견으로 국제 정세의 흐름과 중국이 처한 역사적 방향을 판단해 중국 특색과 시대정신을 구현했다"고 극찬했습니다. 이어 "신중국 외교 이론 건설에서 획기적이고 중대한 성과인 시진핑 외교 사상을 깊이 있게 학습해 전면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 외교부는 이 센터가 시진핑 외교 사상에 대한 연구와 해석, 홍보를 전담하며 이론과 실천, 정책, 전파까지 맡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시진핑 외교 사상 연구센터 설립식

지난달(6월) 26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가 시진핑 주석의 사상을 연구하는 7개의 연구센터 추가 설립을 허가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설치된 곳을 자세히 보면 경제 계획 수립 총괄 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와 생태환경부, 중국법학회, 장쑤성, 저장성, 푸젠성, 산둥성 등입니다. 이미 지난 5일과 7일 발개위와 생태환경부는 각각 '시진핑 경제 사상 연구센터'와 '시진핑 생태 문명 사상 연구 센터' 창립식을 개최했습니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푸젠성과 저장성에 연구센터가 세워진 것은 시 주석이 과거 해당 지역에서 근무했기 때문이며, 산둥은 유교의 탄생지이기 때문에 선택됐다"고도 설명했습니다.

앞서 중국은 지난 2017년 베이징대와 칭화대, 중국사회과학원, 중앙당교 등 주요 교육기관과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등 지방정부에 소속된 총 10개의 시진핑 사상 연구센터를 설립했습니다. 지난해 설립한 외교 사상 연구센터까지 포함하면 현재 센터는 무려 18곳이나 됩니다. 신화통신은 "연구센터들이 중국 공산당의 혁신적인 이론에 대한 연구를 더욱 활성화시키고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으로 당을 더 잘 무장시키고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모든 면에서 위대한 생각을 가진 지도자로 보여야"

시진핑 사상 연구센터가 우후죽순처럼 등장한 건 2017년 10월 시진핑 주석의 집권 2기 출범을 알렸던 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직후입니다. 중국 공산당은 당 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의 통치 이념인 '치국이정(治國理政)'을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 사상'이란 명칭으로 당장에 올렸습니다. 중국 공산당 당장에 마르크스레닌주의,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 3개 대표론, 과학발전관에 이어 '시진핑 사상'이 당의 지도 사상으로 실린 것입니다. 특히 중국 공산당이 이념을 명기할 때 그 급에 따라 주의, 사상, 이론, 관 순으로 표시하는 것으로 미뤄 시진핑 주석이 마오쩌둥급의 지도자가 됐다는 관측이 나왔습니다.

19차 당 대회가 끝난 다음날 중국 베이징의 인민대학교는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사상 연구센터'를 연다고 밝혔습니다. 인민대학은 "연구센터는 시진핑 주석의 국정운용 방침이 깃든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사상'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술 기구"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다른 유명 대학들도 너도나도 관련 연구센터 설립을 선언했습니다.

송욱 취파

18개에 달하는 사상 연구센터 설립, 특히 분야별로 나눠 연구센터를 만든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입니다. '시진핑 외교 사상 외교 센터'의 경우 중국이 지도자의 외교 정책과 어록 등을 정리해 책이나 관영 매체를 통해 발표한 적은 있지만 지도자의 이름을 딴 외교 연구센터를 만든 것은 처음입니다.

SCMP는 시진핑 주석 사상 연구센터가 그의 이념을 홍보하고 권력 장악을 공고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학부의 알프레드 우 교수는 SCMP와의 인터뷰에서 "과거에는 경제 정책 같은 것은 총리 관할이었다"며 "하지만 현재 시 주석은 거의 모든 분야를 장악하고 있고 자신이 모든 면에서 위대한 생각을 가진 지도자임을 보여줘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우 교수는 이어 "위대한 지도자는 위대한 사상가이어야 하는 것이 중국의 전통"이라며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공산주의와 유교의 결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신격화' 마오쩌둥의 반열로…

19차 당 대회 이후 시진핑 주석에 대한 마오쩌둥 전 주석 시절의 개인 숭배를 연상케 하는 현상도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에는 시진핑 주석의 흉상이 등장했고, 일부 군(軍)에서는 '시진핑 주석 어록' 소책자를 만들어 일선 장교와 병사의 학습자료로 활용했습니다. 2018년에는 '시진핑 사상 열차'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2018년 7월 중국 지린성의 성도인 창춘시 정부는 중국 공산당 창당 97주년을 맞아 지하철 객실 전체를 붉은색으로 장식하고 곳곳에 시 주석의 어록과 정치적 구호로 장식했습니다. 창춘시 정부는 이 열차에 대해 "시진핑 사상을 집약해 놓은 정신적 매뉴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018년 창춘시에 등장한 '시진핑 사상 열차'

시 주석을 마오쩌둥 급의 지도자로 격상하는 선전 작업은 코로나19 사태 초기 주춤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도시 봉쇄라는 초강수와 코로나19 사태 비판의 목소리를 검열과 통제로 막으면서 분위기를 반전시켰습니다. 미국과의 갈등도 '중화민족 부흥을 막으려는 외세 압박에 대항한다'는 프레임으로 애국주의를 자극해 내부 단결과 공산당, 특히 현 지도부 영도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수단으로 활용됐습니다.

그리고 지난 1일, 시진핑 주석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을 역대 창당 행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개최했습니다. 내년 10월 20차 당 대회에서 확정될 3연임에 한 걸음 더 다가갔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판공실은 모든 지역과 부처에서 시 주석 기념식 연설의 중요한 정신과 내용을 진지하게 연구하고 실천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송욱 취파

시진핑 사상 연구센터 수가 18개에서 그칠지는 미지수입니다. 앞서 중국은 지난 3월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14차 5개년 계획 및 2035년 장기 목표'를 발표했는데 '중국 특색 철학과 사회과학 발전 목표'를 설명하는 부분에는 '시진핑 특색 사회주의 사상 연구센터(원)', '중국 특색 사회주의 이론 체계 연구센터' 등의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시진핑 주석의 1인 권력과 장기집권 기반을 만드는 데 있어 '애국주의'와 '사상 교육'이 큰 역할을 했던 만큼 그 강도는 연임까지, 그리고 연임 확정 후에도 쉽게 낮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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