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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중국 백신 논란…"물백신" vs "효과 인정" [월드리포트]

우리 정부가 7월 1일부터 중국산 백신을 포함한 해외 백신 접종자에 대해 격리 면제 조치에 들어간 가운데, 중국산 백신의 효능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중국 제약사 시노백이 개발한 백신입니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1일 중국 시노팜 백신에 이어 시노백 백신에 대해서도 긴급 사용을 승인했습니다. 당시 WHO는 "시노백 백신의 예방 효과가 51%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WHO의 백신 사용 승인 기준은 '예방 효과 50%'입니다.

중국 제약사 시노백이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인도네시아 시노백 접종 의료진 100여 명 사망…태국 교차접종 승인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9일 시노백 백신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지금까지 9억4천3백만 도스 이상이 전 세계에 공급됐고, 올해 말까지 29억 도스의 중국산 백신이 생산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 백신 중에서도 시노백 백신에 대한 효능 논란이 인도네시아에서 표면화됐다고 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이후 인도네시아에서 130명이 넘는 보건의료인이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했습니다. 이 중 58명은 이번 달에 숨졌습니다. 사망자 중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시노백 백신의 임상시험을 총괄하던 노빌리아 박사도 포함돼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보건의료인의 95%가 백신 접종을 완료했는데, 이들 대부분이 시노백 백신을 맞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한 여성이 시노백 백신을 맞고 있다.(출처=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시노백 백신 논란은 태국과 싱가포르, 남미 국가들에서도 불거졌습니다. 지난 2월 말부터 백신 접종을 시작한 태국에서는 의료진이 처음 백신을 맞았고, 이들 대부분이 시노백 백신을 접종했습니다. 하지만 백신을 맞은 의료진 수백 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고, 이 중 일부는 중증이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급기야 태국 당국은 의료진에게 화이자 백신의 추가 접종(부스터샷)을 승인했습니다. 시노백 백신을 접종 완료한 의료진에게 백신 효능을 보강하기 위해 추가로 화이자 백신을 맞도록 한 것입니다. 태국 당국에 따르면 태국에 공급됐거나 공급될 예정인 백신 가운데 델타 변이 예방에 효과적인 것은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시노백 순입니다.

싱가포르는 시노백 백신 접종자를 사전 검사 면제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싱가포르 당국은 대규모 모임 등 각종 행사에 참여할 때 코로나19 사전 검사를 받도록 했지만, 백신 접종 완료자에 대해선 검사를 면제해 줬습니다. 그런데, 이 대상에서 시노백 백신 접종자는 제외한 것입니다. 때문에 싱가포르에서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을 맞은 사람은 사전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되지만, 시노백 백신 접종자는 백신을 맞았어도 사전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브라질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시노백 백신이 코로나 예방에 거의 효과가 없다"고 주장했고, 칠레는 7일까지 인구의 58%가 백신 접종을 2차까지 완료했지만, 6일과 7일 각각 1천8백여 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는 등 좀처럼 확산세가 꺾이지 않고 있습니다. 칠레 백신 접종자의 80%가 시노백 백신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 "칠레에서 시노백 효과 인정…중국 백신, 델타 변이에도 효과적"

중국은 적극 방어에 나섰습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9일 "시노백 백신이 칠레에서 높은 효과를 보였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매체는 7일 발표된 학술보고서를 인용해 칠레에서 시노백 백신의 예방 효과는 65.9%로 나타났다고 전했습니다. 입원 예방 효과는 87.5%, 사망 예방 효과는 86.3%였다고 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1,020만 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는데, 칠레는 남미에서 가장 높은 코로나 검사율, 보편적인 의료 접근성, 표준화된 통계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연구 결과가 매우 가치가 있다고 글로벌타임스는 부연했습니다. 나아가 브라질과 인도네시아에서도 시노백 백신의 입원 예방 효과는 90%가 넘어, 의료시스템의 붕괴를 막는 데 기여했다고 했습니다. 이 매체는 그러나 이번 연구가 어느 시점에 이뤄졌는지, 델타 변이가 확산하기 전인지 후인지 등에 대해선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와 관련해 류페이청 시노백 대변인은 글로벌타임스에 "시노백 백신이 델타 변이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연구 중"이라며 "향후 결과를 학술지에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델타 변이에 대한 효능이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읽힙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의 9일자 보도. "시노백 백신이 칠레에서 높은 효과를 보였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중국 최고의 호흡기 질병 권위자인 중난산 중국공정원 원사는 지난 3일 "중국산 백신이 델타 변이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고 했습니다. 또, 익명을 요구한 한 면역학자는 글로벌타임스에 "중국산 백신과 같은 비활성화 백신은 이론적으로 바이러스의 모든 항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변이에 대한 효능이 더 우수하다"고 했습니다. 실제 델타 변이에 대한 연구 결과가 있는지, 아니면 이론적으로만 효과가 있다는 것인지 헷갈리는 대목입니다. 인도네시아 노빌리아 박사의 사망에 대해서도 글로벌타임스는 "아직 사인이 확인되지 않았다", "백신 접종 여부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시노백 백신과의 연관성을 부인했습니다. 중국은 3~17세를 대상으로까지 시노백 백신의 긴급 사용을 승인한 상태입니다.
 

WHO "긴급 사용 승인한 모든 백신, 동등하게 대우해야"

시노백 백신에 대한 논란이 커지면서 WHO의 입장도 난처하게 됐습니다. 앞서 중국 외교부 왕원빈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WHO가 이미 중국 백신을 긴급 사용 승인 목록에 올렸다"며 "중국 백신 기술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충분히 증명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논란의 공을 WHO에 넘긴 셈입니다.

WHO는 긴급 사용을 승인한 모든 백신에 대해 각국이 동등한 대우를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WHO가 주도하는 백신 공동 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는 성명을 통해 "WHO가 승인한 백신 중 일부 접종자에 대해서만 여행 재개 등 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은 이중으로 시스템을 만들어 백신 분열을 확대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유럽의약품청은 중국산 백신에 대해 긴급 승인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의 입국 시 격리 면제 조치는 WHO의 이런 판단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물론, 최근 확산하는 델타 변이에 100% 효과적인 백신은 아직 없습니다. WHO가 긴급 사용을 승인한 데에는 나름 과학적·의학적 판단과 기준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시노백 백신을 둘러싼 논란이 다른 백신들보다 유난한 것도 사실입니다. 자칫 시노백 백신 접종자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불신을 풀어야 할 책임은 시노백에, 중국에, 나아가 WHO에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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