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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쉽] 매드몬스터, 이 남다른 아이돌의 컴백을 주목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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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돌 (천년에 한번 나와야지, 더 자주 나오면 안된다는 뜻), 어디에 내놔도 부끄러운 오빠들, K-POP 최초로 얼굴이 두근거리는 아이돌… 수식어도 남다른 남성2인조 아이돌 ‘매드몬스터’가 새로운 노래로 컴백했다. 제목은 <다시만난 누난 예뻐 (줄여서 ‘다만누예’)> 
'다시 만난 누난 예뻐' MV 유튜브 캡쳐

▶ ‘다시 만난 누난 예뻐’ MV 유튜브 캡처
 

[그게 뭔데?] ‘천년돌’ 매드몬스터, 그들은 신인인가 아닌가

주목받는 월클돌(?) 답게 한복 착장으로 컴백한 매드몬스터는 방탄소년단(BTS) 컴백(7월9일)에 이틀 앞서 컴백곡을 내고 활동을 재개하는 패기를 보였다. 글로벌 팬덤 플랫폼 위버스에도 당당히 진출해 내로라 하는 K-POP아티스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이번주 이들의 활동은 종횡무진. 여느 유명 아이돌 그룹을 찜쪄먹을 기세다. 곡 발매 다음날(8일) 오후 2시에는 SBS-FM 컬투쇼에 출연했다. 지난번 활동곡 ‘내 루돌프’ 때 엠넷 '엠카(M카운트다운)'에 등장해 화제가 됐던 데 이어, 지상파 TV 음악프로에도 진출한다.  (토요일 MBC 쇼! 음악중심)
 
이들의 팬클럽 포켓몬스터 (줄여서 ‘포몬’)들은 열광(?)한다. 포몬은 스스로를 ‘세계 60억 포몬’이라 칭한다. 일부 현역 연예인들도 포몬임을 커밍아웃 한 바 있다. 최근 10기 멤버 모집도 있었다. 잠깐. 나는 매드몬스터를 최근에야 처음 들었는데 팬클럽 회원이 그렇게나 많다고? 그렇다. 이들은 이미 2017년에 데뷔한 5년차 중견 아이돌이고, 올해 상반기 히트곡인 ‘내 루돌프’는 3집 수록곡이었는데 재발매한 거라고 (주장)한다. 적어도 ‘매드몬스터 세계관’ 안에서는 그렇다. 매드몬스터 세계관에 따르면 역주행의 신화는 브레이브걸스만 쓴 게 아닌 셈이다.
매드몬스터 인스타그램 캡처


▶ 매드몬스터 인스타그램 캡처

매드몬스터 영상 댓글에는 수년전 일본공연 얘기가 나오는가 하면, 심지어 3년전 뉴욕공연 - 코로나 이전, 아이돌그룹의 해외투어를 보러 뉴욕에 갈 수 있었던 그 시절 기록이라는 영상이 나온다.
매드몬스터 뉴욕


현재 조회수가 88만 회에 육박하는 이 영상에 따르면 공연 날짜는 2019년 5월 13일. 무대는 희뿌연 조명 속에 멀찍이서 잡혀 매드몬스터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지만, 뉴요커들은 매드몬스터의 노래에 맞춰 환호하며 리듬을 탄다. 코로나 이전, 좋아하는 아이돌의 해외공연을 보러 뉴욕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던 그 아름다운 시절을 추억하는 댓글들이 이어진다. (실제로는 다른 밴드의 공연 영상에 CG를 입힌 것이다. 매드몬스터는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이쯤되면 정상적인(?) 시청자는 슬그머니 의심을 품게 된다. “진짜 라이브 아니죠?” “아이돌 아니고 유튜버죠?” “저사람들 필터 쓴거죠?” “뭔가 세상이 짜고 나를 속이는 것 같은데… 트루먼쇼 같아.”
유튜브 댓글 캡쳐

▶ 유튜브 댓글 캡처

그러면 다른 댓글러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말한다. 우리 오빠들 아이돌 맞다고. 이 댓글러들은 세계관을 지키는 전사들처럼 열심이다. 마치,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는 진짜로 있다고 아이에게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엄마 아빠처럼. 
유튜버 댓글 캡쳐












 

뮤직비디오 ‘악귀/ 악령’ 논란… 드러나는 그들의 실체

매드몬스터가 실제로는 개그맨들이며 중견 개그맨들을 스노우 영상필터로 찍은 것이라는 의혹 제기에 대해, 열성 포몬들은 촬영중 잠시 악령이 씌운 것이라고 반응했다. 뽀얗고 눈 크고 턱 뾰족한 얼굴 사이사이로 몇 프레임씩 스치는 '안 뽀얗고 덜 갸름한' 얼굴은 필터가 살짝 벗겨진 영상원본이 아니라, 악령이 찍힌 것이라는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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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 논란은 아직도 사그러들지 않았다. 이번 ‘다만누예’ 뮤비에서도 같은 악령이 보인다는 것이다. 7일 네이버 NOW 온라인방송에 출연한 매드몬스터는 "'다시 만난 누난 예뻐' 뮤직비디오에서 악귀가 보인다"는 일부 팬 반응에 "(소속사인) 매드엔터에서 큰 자금을 투자해서 (우리의 건강을 관리해주는) 수면팀, 한의사팀에 이어 굿팀을 만들었다. 처녀보살, 무속인들을 초청했다"고 밝혔다. 매드엔터 대표 대디(정영준)는 "나홍진 감독님을 통해서 섭외를 받아서 '곡성'에 참여한 분들로 구성했다. 한국 굿판에서 신빙성 있는 분들로 초청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사실, 악령 논란의 실체는 이미 드러난 바 있다. 매드몬스터 세계관에서는 이 논란도 K-POP산업의 문법 그대로 다뤄졌다. 팬들이 아우성을 치니까, 5월22일 소속사인 매드엔터테인먼트 대표 (a.k.a. ‘대디’)가 진상파악 및 엄정대처 영상을 올린다. ‘대디’는 ‘필터 설’에 대해, “2017년 매드몬스터 데뷔 당시부터 따라다니는 루머”라며, 사내 법무팀을 통해 강경 대응하고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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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디는 이 영상에서, 뮤직비디오 중간중간 나이든 두명의 사내 얼굴이 나오는 데 따른 ‘악귀설’도 해명한다. 사내 디지털 수사팀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무명 개그맨 이모 씨, 곽모 씨가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장난을 친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 영상 속 대디의 얼굴형도 '맫몬' 멤버 탄이와 제이호와 같은 방식으로 변형되어 있는 것은 우연일까.
 
그로부터 1주일 뒤, ‘악령 소동’의 주범으로 지목된 두 개그맨이 모든 혐의를 시인하며 사과회견 영상을 올린다.
 
두 명의 ‘나이 든 개그맨’은 매드몬스터를 너무 좋아한 나머지  자신들의 얼굴을 삽입하는 장난을 쳤다, 정말 죄송하다며 울먹이지만, 고개를 숙이고 있을 때 보면 어딘가 킥킥 웃는 것 같은 표정도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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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그맨 곽범, 이창호가 매드몬스터에게 사과하는 영상 (유튜브 캡처) 

‘어? 사과영상의 두 사람, 매몬의 두 멤버와 실제로 닮았는데?’ 라고 생각하신다면, 맞다. 매드몬스터는 이들의 부캐다.
 

’부캐’ 플레이의 신기원 -유재석의 부캐와 이창호의 부캐가 다른 점.

이 두 개그맨- 곽범과 이창호는 개그콘서트 출신이다. 지금은 유튜버로 맹활약 중이다.
이들을 아이돌의 모습으로 변신시켜 주는 것은 스노우 필터. 스노우 앱에 실제로 ‘매드몬스터’ 필터가 등장해, 다른 연예인들이 매드몬스터처럼 찍은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즐거워할 정도로 이 자체가 인기다. 가상이 실제 현실을 덮어쓴 것이라 하겠다.
 
이 개그맨들은 빵송국, 샌박의 부장들 등등 다양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이창호(매드몬스터 제이 호)는 한사랑산악회의 이택조 부회장, 김갑생할머니김 회사를 운영하는 재벌3세 이호창 본부장 등으로도 맹활약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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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석이 꽃피운 ‘부캐’ 플레이를, 이창호는 현란하도록 새로운 경지로 끌고 갔다. 이창호가 가장 유리했던 지점은 유재석과 달리 본캐가 유명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재석이 연기하는 어떤 캐릭터든 사람들은 안다. 유재석이 예능하는 것이라고. 일부 부캐는 희화화된 요소도 강했다.
 
그런데 이창호라는 비유명 개그맨이 제이호나 이호창 본부장, 이택조 아저씨로 나타났을 때, 사람들은 이호창이나 이택조를 진짜 인물로 믿거나 또는 혼란스러워한다. 실제 기업인이나 동네 상인 아재라고 해도 믿을만큼 현실감이 강한 탓이다. 묘사가 사실적이기도 하거니와, 그 인물들 자체가 이창호라는 연기자의 내면을 표현한 것일 수 있어서 더욱 그렇다. 
 
 이창호는 보그코리아 유튜브 인터뷰에서, “이호창 이택조 제이호 중 누가 제일 본인과 비슷한 것 같나요?”라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대답했다.
 
“제이호는 내가 그렇게 살아왔으면 좋겠다 싶고, 이호창은 지금 그렇게 살고 싶은 모습이고, 이택조는 내가 앞으로 그렇게 되지 않을까... 그런데 저는 그냥 저로 살고 싶습니다.”
 
(이호창은 재벌3세 기업인으로, 이택조는 인테리어업을 하다 코로나로 망하고 지금은 택시를 운전하는 이창호의 삼촌으로 설정된 가상의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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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루돌프” 뮤직비디오에 대한 에스콰이어 인터뷰에서, 이창호는 이렇게 말한 바도 있다.

“ 우리 안에 몇 명이 들어있는지 (우리 자신도) 모르는 것 같아요. 어떨때는 기괴스러운 모습도 있고, 어쩔때는 정말 아름다운 모습도 있고, 귀엽고 깜찍한 모습도 있지만, 사람의 두 가지 양면성을 저희가 담고 싶었어요.”
 

[WHY?] 가상 세계관과 부캐에 진심인 사람들

그런데, 요즘은 왜 부캐 예능이 잘 되는걸까? 시대상의 변화가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사람들의 삶은 어떤 면에서는 생활 자체가 역할 놀이이고 캐릭터 플레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특정 시간대나 장소에서는 A라는 역할을 수행하고, 다른 시간 장소에서는 B라는 역할로 전환하는 삶이 체화되어 있다. 한 집단에 소속되면 뼛속까지 그 집단의 구성원으로 빙의되고, 집단에서 방출된 뒤에도 자신의 본모습을 찾지 못해 방황하던 구세대와는 다르다.
 
이를테면, ㄱ주식회사의 직원이라는 역할은 1주일에 52시간만 작동하는 부캐다. 그 외의 시간 장소에서는 다른 부캐 또는 본캐로 산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도 계정을 여러 개 만들어놓고, 계정마다 다른 네트워크를 만들며 다른 세상을 보는 데에 익숙하다. 
 
재미있는 건, 남의 부캐에 열광하는 것 자체도 내 부캐가 즐기는 놀이라는 것.
 

남의 부캐를 즐기는 방식 : 나도 부캐로

 유튜브에 등장하는 열성 댓글들을 보자. 그 사람들이 매드몬스터를 진짜 K-pop 아이돌 오빠들로 믿어서 그러는가? 아니다. 그들도 노는 것이다.  아이돌 덕질하는 팬이라는 부캐로 잠시 변신하는 것이다. 그 자체가 거대한 부캐 놀이판이다.
 
이걸 즐길 줄 아는 젊은 세대는 ‘연결된 세계관’에도 익숙하다. 어릴때부터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마블 유니버스, 스타워즈의 세계를 경험한 덕에 가상의 세계관, 그러한 세계관들의 연결, 시퀄과 프리퀄로의 확장에 익숙하다. 모르던 세계관도 빠르게 파악하고 받아들이고, 즐긴다.
 
이창호는 자신만의 부캐 유니버스를 성공적으로 창조했다.  매드몬스터 (제이호)와 한사랑산악회(이택조)의 연결고리는 한사랑산악회 이택조 부회장이다. 택조 아저씨의 딸 선옥이가 좋아하는 가수가 바로 매드몬스터다. 택조 아저씨(로 분장한 개그맨 이창호)가 실제 라디오 방송(두시의 데이트 뮤지, 안영미입니다)에 출연해서 밝힌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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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중에서 딸과 대화를 시도중인 이택조 씨 (개그맨 이창호의 또다른 부캐). 유튜브 캡처.

 세계관은 가상이라 해도 그럴 듯 해야 유지된다. 애초에 노래가 엉터리였다면 매드몬스터 세계관은 유지될 수 없다.  ‘국힙’의 거물, AOMG의 수장 박재범이 “노래가 왜 좋게 들리지? 아 짜증나 ㅋㅋ”하고 댓글을 단다. 노래가 좋아서 ‘킹받는다’는 댓글도 많이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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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드몬스터 ‘내 루돌프’ MV 댓글 캡처 (유튜브 ‘빵송국’ 채널)

“한사랑산악회”도 마찬가지다. 핫한 영상이라고 주변의 50-60대들에게 한사랑산악회를 보여주면 의외로 반응이 시큰둥한 경우가 많다. “이게 뭐가 그렇게 웃겨?”  그들에게 한사랑산악회는 극히 평범하고 사실적인 모습일 뿐이기 때문이다.
 

변화를 빨리 파악하는 자, 기회를 얻으리라 - 현실로 진화하는 가상

 
사회의 변화, 그리고 그것을 반영하는 대중문화의 트렌드에 가장 빠르게 반응하는 건 광고다.
재미있는 가상세계관을 받아들이고 즐기기로 마음먹은 대중은 그 세계관 안에 포함된 광고에도 긍정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광고주 또는 광고회사에게는 매우 매력적인 대상이 될 수 있다.
 
전작 ‘내 루돌프’ 뮤비에서는 카스 맥주가 본격 등장한다. 이번 ‘다만누예’는 대놓고 랑콤 화장품으로 시작해, 많은 상품이 노골적 PPL로 등장한다. 심지어, 이창호가 연기하는 다른 부캐인 이호창 본부장네 회사의 상품 ‘김갑생할머니 김’까지도 나온다. 이런 코드까지 알아보는 팬들에게 깨알같은 재미요소를 선사하는 것이다.  
 
 전현무가 막춤을 추는 TV CF를 한참 방영했던 오로나민C는 매드몬스터와 함께 콜라보 영상광고를 찍고, 아예 굿즈까지 내놨다. ‘악령 논란’을 즐겁게 소비했던 대중을 위해 ‘악귀 쫒는  부적’까지 포함한 세트다.

커피음료제품 바리스타 룰스는 이전 모델이 트롯스타 임영웅이었다. 중장년에서 노년층까지 인지도를 높이려는 포석이었다. 그랬던 매일유업이 김갑생할머니 김의 재벌3세 이호창을 공장에 초청해 제조시설을 시찰시켜주고 협업프로젝트를 PT하는 영상을 올린다. 임영웅 팬층보다 더 젊은 세대들을 겨냥하는 마케팅이다.  이호창 본부장이라는 인기 캐릭터의 힘이 아니었다면, 1백만 명 넘는 사람들이 8분 가까운 긴 시간동안 이 음료의 공법이 어떻고 재료가 어떻고 구구절절한 설명을 시청하지 않았을 것이다. 

뒷광고 논란이 일면 그토록 매섭게 비판하는 대중이, 이런 식의 노골적인 앞광고는 즐겁게 받아들인다. 좋아하는 대상, 진정성을 인정한 대상이 만든 세계관에 도움되는 일이라면 그깟 광고쯤 얼마든지 봐 주겠다는 후원의 마음이 작동한다. 양질의 재미를 주는 광고라면 재미있는 콘텐츠로서 소비해주는 측면도 있다.  

매드몬스터와 한사랑산악회의 정체를 알게 된 사람들은 말한다. 개콘이 왜 망했는지 알겠다고. 이들의 창의력을 담기에, 개콘(으로 상징되는 지상파 방송)은 너무 작고 고루한 틀이었다고.
 
 이들의 영상에는 영어, 스페인어로도 적지 않은 댓글이 달린다. 처음에는 진짜 K-POP 아이돌인 줄 아는 댓글들도 있어서 우리나라 댓글러들이 당황했는데, 해외의 K-POP 전문 유튜버들이 해설영상을 만들어 설명한 뒤에는 이게 뭐하는 놀이인지 대충 알고 온다고 한다. 한사랑산악회 멤버 두 사람이 저스틴 비버의 인기곡 Peaches를 부른 영상은 거물 래퍼 스눕독이 소셜미디어에서 언급한 뒤로 세계적인 인기영상이 되었다. 혹자는 말한다.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처음엔 우리끼리 낄낄거리며 즐기는 콘텐츠로 시작한거지 세계인이 열광하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고.  곽범과 이창호, 아니 탄이와 제이호, 그리고 한사랑산악회 아재들의 건투를 빈다.
   
(구성 : 이현식 선임기자, 장선이 기자, 김휘란 에디터 / 디자이너 : 명하은, 이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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