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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시민이 위험하면 어디든 뛰어드는 슈퍼맨…이들이 국군 대표

지난 1일 서울 올림픽대로 차량 전복 사고 현장에서 시민들을 구한 박준영 하사와 김민성 중사.

공군 성추행 사망 사건으로 군 신뢰가 많이 추락했습니다. 뼈저리게 반성하며 군 성범죄를 근절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국방부 직할 부대 현역 장성의 성추행 구속 사건이 터지자 군인들은 무릎이 꺾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두 군인의 용감한 선행이 뒤늦게 알려져 실추된 군의 위신을 조금이나마 세워주고 있습니다. 지난 1일 대형 화물트럭과 승용차가 잇따라 전복된 올림픽대로 사고 현장으로 가장 먼저 달려가 운전자들을 구조한 해병대 2사단 선봉여단 11대대의 김민성 중사와 박준영 하사입니다.

이들만이 아닙니다. 시민들이 위험에 빠지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남이 보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뛰어가는 군인들이 대단히 많습니다. 군인 본분이 그러하니 당사자나 군이 일부러 홍보하지 않을 뿐, 시민 보호하고 국가 지키는 일에 여념 없는 군인들이 대다수입니다. 소리 없는 영웅이고, 국군의 대표입니다.

블랙박스에 찍힌 두 해병의 용감한 선행


▲ 해병대 김민성 중사와 박준영 하사가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 사고 현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지난 1일 낮 12시 반쯤 서울 강서구 김포 방면 올림픽대로에서 화물트럭이 타이어가 터지면서 1차선 쪽으로 전복됐습니다. 뒤따르던 승용차도 함께 엉켜 뒤집혔습니다.

누구도 도와줄 엄두를 못 냈습니다. 때마침 사고 현장 위쪽 일반도로로 군용 앰뷸런스가 지나가다 망설임 없이 멈췄습니다. 이어 앰뷸런스에서 뛰쳐나온 군인 2명이 약 1.7미터 높이의 축대를 가뿐히 뛰어넘어 다급히 전복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앰뷸런스 에어컨 정비를 마치고 복귀하던 해병대 2사단 선봉여단 11대대의 김민성 중사(수송정비담당)와 박준영 하사(의무지원담당)입니다.

주변 시민들에게 119 구조 요청을 해달라고 부탁하며 부상이 심하지 않은 화물트럭 운전자를 구했습니다. 뒤집힌 승용차의 안전벨트에 매달려있던 운전자는 상태가 안 좋았습니다. 안전벨트를 끊고 운전자를 내렸다가는 부상이 악화할 수 있어 우선 붕대로 지혈했습니다. 지혈 중 119 구급대가 도착해 승용차 운전자도 무사히 구조할 수 있었습니다.

사고와 구조 장면은 뒤따르던 차량 블랙박스에 고스란히 찍혔습니다. 김민성 중사와 박준영 하사는 영웅이었지만 목격자들 기억에 잠시 남았다가 잊혀질 뻔했습니다. 그런데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의 유튜브 채널 '한문철 TV'에 지난 4일 소개되면서 두 해병은 늦었지만 박수를 받게 됐습니다. 김민성 중사와 박준영 하사는 "해병대로서 시민의 생명을 지키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다", "앞으로도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가장 먼저 달려가겠다"라고 말했습니다.

국회 계단에 구른 노인에게 달려간 육군 상사

지난달 8일 국회 계단에서 굴러 크게 다친 노인을 치료하는 이도희 상사 (낮은 자세로 노인을 돌보는 검은 양복 입은 사람)

지난달 8일 낮 1시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당 야외 계단에서 지팡이를 짚고 내려가던 노인이 발을 헛디뎌 굴렀습니다. 계단 경계석 모서리에 얼굴을 부딪혀 코와 입에서 다량의 피가 흘렀습니다. 코뼈 골절, 치아 손상, 쇼크 등이 우려되는 위급 상황에서 제일 먼저 달려간 이는 육군본부 의전과의 이도희 상사(지휘활동기록 담당)입니다.

국회 출장을 마치고 육군본부로 복귀하던 길이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119에 전화해달라고 큰소리로 요청하고, 늘 휴대하는 응급구조키트를 꺼내 출혈 부위를 지혈했습니다. 코피가 기도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노인을 앉힌 채 계속 말을 걸며 안심시켰습니다. 그러는 동안 119구급대가 와서 노인을 치료했습니다.

이도희 상사는 특전사 교관 출신으로 응급처치에 능합니다. 이 상사는 "부대 밖에서 시민들을 도울 일이 생길 수 있으니 항상 응급구조키트를 갖고 다닌다", "내가 잘 하는 일을 한 것뿐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도희 상사의 선행도 조용히 묻히는 듯했지만 옆에 있던 시민들이 사진 찍어 입소문 낸 덕에 조금이나마 빛을 봤습니다. 다친 노인은 김봉호 전 국회 부의장입니다.

밖에 많이 안 알려졌을 뿐이지 육군 이도희 상사, 해병대 김민성 중사와 박준영 하사 같은 군인들이 육해공군, 해병대에 참 많습니다. 남이 몰라줘도 그만입니다. 당연한 일을 한 것이어서 군도 스스로 소개하기를 멋쩍어합니다. 요즘처럼 군이 지탄받는 시절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이들은 자기 임무 묵묵히 하면서도 시민들이 위험하면 물불 안 가리고 뛰어드는 진짜 군인입니다. 신문과 방송에는 잘 나오지 않는 소리 없는 영웅이자, 국군의 대표입니다. 신문과 방송에 떠들썩하게 나오는 성추행 사건에 연루된 소수의 군인들은 국군의 대표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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