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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푸라기 심정으로 '유전자 등록'…62년 만에 만난 가족

<앵커>

오래전 4살 때 길을 잃어 실종된 뒤 간절히 가족을 찾던 60대 여성이 62년 만에 친오빠들과 재회했습니다.

경찰에 얼마 전 유전자 정보를 등록해두면서 가족이 다시 만날 수 있었다는데, 하정연 기자가 사연을 전해드립니다.

<기자>

[정형곤/진명숙 씨 큰오빠 : 어렸을 때 모습 그대로네, 내가 생각했던 대로.]

[진명숙 : 오빠 저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오빠.]

66살 진명숙 씨는 4살 때인 1959년, 인천 배다리 시장 인근에서 오빠의 손을 놓쳤습니다.

이후 62년을 가족에 대한 그리움 속에 살았습니다.

보육원을 거쳐 수녀님에게 입양됐고, 성도 수녀님 성을 따랐습니다.

캐나다에 사는 작은 오빠는 믿기지 않는 듯 여동생 얼굴만 뚫어지게 바라봅니다.

[진명숙 : 저게 캐나다 오빠예요? 오빠! 왜 머리가 여기 하나도 없어요.]

[정형곤/진명숙 씨 큰오빠 : 이제 잃어버리지 말고 손에 손잡고 꼭 오래 살아야지.]

[진명숙 : 그때 저 허리에다가 끈 매달아 놓고 다니면 안 잃어버렸을 거 아니에요. 오빠 손 흔들어요, 사랑해요.]

진 씨는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2년 전 경찰에 유전자 등록을 했습니다.

다행히 작은 오빠가 언젠가는 여동생을 찾겠다는 희망을 갖고 캐나다 이민 전에 유전자 등록을 해 놨던 겁니다.

그리고 지난 3월, 이들이 가족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정확한 판명을 위해 추가 분석이 필요했는데 밴쿠버 총영사관을 통해 오빠의 유전자가 한국으로 보내졌고, 친남매로 확인되며 극적인 상봉이 이뤄졌습니다.

[진명숙 : 저한테 경찰관님이 오빠 찾았다고 그래서요. 오빠가 두 분 계시다고 만나서 '아 그럼 나한테 오빠도 있구나…']

[임희진/경찰청 아동청소년과 계장 : 사실은 30~40년 지나버리면 얼굴이 다 변하기 때문에 결국 유전자로 찾을 수밖에 없어요. 마지막으로 기대볼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널리 알렸으면 좋겠고….]

경찰은 2004년부터 유전자 분석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이 덕분에 지금까지 700명 넘는 실종자들이 가족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영상취재 : 양현철, 영상편집 : 정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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