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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브스夜] '그것이 알고싶다' 하나의 사건, 두 개의 결론…석란정 화재 미스터리 '진실 추적'

[스브스夜] '그것이 알고싶다' 하나의 사건, 두 개의 결론…석란정 화재 미스터리 '진실 추적'
하나의 사건, 두 개의 결론 그 안의 진실은?

3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꺼지지 않은 의혹의 불씨 - 석란정 화재 미스터리'라는 부제로 석란정 화재의 진실을 추적했다.

지난 2017년 9월 16일 강릉 경포호수의 한 정자, 석란정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다행히 바로 불길이 잡혔지만 6시간 만에 다시 불씨가 살아났고 이에 진화 작업을 벌이던 소방관 두 명이 목숨을 잃었다.

정년을 1년 앞둔 베테랑 소방관 이영욱 씨는 아들처럼 보살폈다는 새내기 소방관 이호현 씨와 함께 다시 살아난 불길을 잡기 위해 석란정으로 들어갔고, 이때 정자가 완전히 무너지며 두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것. 당시 현장에서 동료들은 두 명의 소방관을 살리기 위해 끝까지 안간힘을 썼지만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사건에 대해 유가족들과 동료들은 화재의 원인은 어느 누구도 알려주지 않는다며 답답해했다. 당시 소방은 방화를 의심했다. 소방은 인화성 물질이 나왔다며 방화를 의심했지만 국과수는 화재 이유를 알 수 없다며 '일반 화재'로 사건을 종결시켰다.

하나의 사건에 다른 결론, 과연 무엇이 진실인 걸까? 그리고 왜 두 기관의 결론은 왜 이렇게 극명하게 다른 걸까?

제작진은 수사 결과를 알고 싶어 미리 취재를 요청하고 담당 기관을 찾았다. 하지만 관계자는 취재에 응하지 말라는 것이 지침이라며 입을 다물었다. 이에 제작진은 취재가 끝날 때까지 경찰청에 답변을 요구했지만 끝까지 어떤 응답도 없었다.

당시 경찰청은 방화로 볼 근거나 증거가 없으며 자연 발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일반 화재라고 결론지었다. 그렇다면 당시 자연 발화를 일으킬 만한 것이 있었을까? 이에 소방본부 화재 조사관은 "자연 발화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지만 내부를 둘러본 바 자연 발화의 가능성은 없었다고 본다"라고 설명했다.

출입이 통제됐던 석란정 안에는 다양한 물건이 존재했다. 이 물건들의 주인은 석란정 관리인. 하지만 전문가는 그의 물건 중 자연 발화를 일으킬 것은 없다고 했다.

자연 발화가 아니라면 전기적인 문제로 일어난 화재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소방뿐만 아니라 국과수도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곳에 전기적인 문제로 화재 가능성은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렇다 할 이유도 없는데 큰 불이 났던 석란정, 이에 방화를 의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방화가 맞다면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전문가는 "일종의 표현 범죄로 억울함이나 분노를 호소하기 위한 방화가 있고, 불을 질러 훼손을 시켜 얻을 수 있는 이득을 노린 방화가 있을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취재 중 제작진은 인근 상인에게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 당시 석란정 옆에서는 호텔 신축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그런데 석란정이 위치한 곳은 원래 나라 땅이었는데 기업에 팔리며 석란정은 호텔 땅 위를 무단 점거한 불청객 신세로 전락했다는 것. 그리고 주민들은 석란정 화재로 이득을 본 것은 해당 호텔뿐이라며 "심증은 있을 뿐이다"라고 했다.

또한 취재 중 호텔 측과 관리인 간의 갈등이 있었음을 확인했다. 당시 경찰은 호텔 공사로 훼손이 심해지는 석란정과 관련해 여러 차례 항의했던 관리인을 방화 용의자로 의심했었다. 그러나 전문가는 관리인이 여러모로 무고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당시 경찰은 호텔 측이 화재와 무관한 것으로 봤다. 큰돈을 들여 석란정을 다른 장소로 옮겨주려고 후손들과 논의한 점이 참작된 것이었다. 계원 후손 또한 같은 생각이었다. 그리고 호텔 측은 화재 당시 석란정을 다시 지어주겠다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석란정 화재 즈음 일을 관뒀다는 당시 호텔 관계자는 묘한 말을 남겼다. 그는 "그거 해결 안 나면 준공 허가 안 났다. 아무리 전국에 불이 많이 난다 그래도 넘어갈 게 따로 있고 안 넘어갈 게 따로 있지. 그놈의 올림픽이 뭔지"라며 탄식했다.

당시 소방 화재 조사관은 현장 분석 결과 석란정 바닥에서 방화의 흔적을 찾았다고 했다. 바닥에 쏟아진 인화성 물질이 불에 타 남는 포어 패턴이라 부르는데 액체가 쏟아져 흐른 형태로 흔적이 남아 주변과 확실히 구분되는 이 것을 석란정 내부 세 군데에서 발견했다는 것. 이에 전문가는 누군가가 일부러 낸 불이 아니라면 발화점이 한 군데 여야 하는데 석란정에는 최소 세 군데 발화점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사고 당시 구조대원은 시너 냄새와 비슷한데 특이하고 역한 냄새가 났다는 증언을 한 바 있다. 이에 소방은 포어 패턴을 중심으로 잔해를 모아 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시너의 원료로 추측되는 성분이 발견됐다. 이에 소방청은 대원의 기억과 현장의 흔적을 바탕으로 방화를 확신했다고 했다.

하지만 경찰은 어떠한 이유로 화재가 발생한 뒤 보관되어 있던 인화 물질로 불이 옮겨 붙어 우연히 포어 패턴이 만들어지는 상황을 배재할 수 없다는 것. 이에 전문가는 "무조건 포어 패턴이라면 문제가 있다. 하지만 방마다 포어 패턴이 존재한다는 것은 우연히 일어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당시 화재 원인을 알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던 국과수. 이에 대해 남정우 연구관은 "8군데를 채취했는데 인화성 물질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것이 포어 패턴이다 라고 얘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소방이 찾아낸 시너의 원료가 되는 성분에 대해서는 시너뿐 아니라 석유를 재료로 한 제품에서도 검출된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다른 이유로 만들어진 흔적을 포어 패턴으로 오해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는 "고체가 떨어져서 연소가 된 형태면 연속적이고 균일하지 않다"라며 사건 현장의 형태는 인화성 액체들이 흐른 흔적이라 분석했다.

이에 제작진은 석란정의 당시 화재 현장을 재현해 실험을 진행했다. 우선 인화성 물질 없이도 포어 패턴과 비슷한 형태가 만들어질 수 있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석란정의 것과 꽤 닮은 흔적을 확인했다. 그러나 경계가 흐린 석란정의 것과 달리 실험에서는 경계에 갈수록 더욱 뚜렷해졌다.

이번에는 소방의 주장을 검증할 차례. 소방은 시너뿐만 아니라 페인트 따위를 섞어 사용했을 것이라 주장했다. 이에 방송은 소방의 주장대로 불을 질러 어떤 흔적을 내는지 확인했다. 액체가 넓은 면에 고르게 흐른 흔적이 꽤 석란정의 것과 유사했다.

그런데 왜 소방이 채취한 자료에서만 인화 물질이 검출된 것일까? 이는 소방이 시료를 채취한 지점과 국과수가 서로 다른 것을 지적했다. 주로 포어 패턴에서 잔해를 채취했던 소방, 그러나 국과수는 문양들 주변에서 시료를 채취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리고 방송은 액체는 높은 곳에서 낮은 쪽으로 흐르는 점에 주목했다. 석란정은 호텔 공사 직후부터 급격하게 기울어지고 있었던 것. 이에 석란정은 지지대가 위치한 방향으로 건물이 기울었다. 그리고 바닥의 흔적이 포어 패턴이라면 인화물질은 국과수가 시료를 채취한 곳이 아닌 반대 방향으로 흘렀을 것이다. 이에 전문가는 "훨씬 유의미한 자료는 소방의 채취 자료라고 생각한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당시 2차 화재를 목격했던 이들은 혹시 몰라 당시 사진을 찍어뒀다고 했다. 발화가 추정되는 위치는 바닥이었던 것. 이에 신고자는 "화염이 마룻방 아래, 땅에서 올라오고 있었다"라고 방화를 의심했다.

신고 당시 출동했던 구조대원은 이 사진을 보고 크게 놀랐다. 그는 "나무고 불이고 물기를 머금고 있었는데 인위적이 아니고는 이렇게 불이 날 수 없다"라며 "20톤 가까이의 물을 뿌렸는데 살짝 연기가 올라오는 것은 가능하지만 이렇게 큰 불이 난다는 것은 납득되지 않는다"라고 했다.

2차 화재에 대해 전문가는 "1차 화재 당시 범인이 석란정 내부에 인화 물질을 뿌렸는데 바닥이 마루이다 보니 틈새로 인화 물질이 흘러나왔고 그것이 흙바닥에 고여있다가 내부의 불씨를 만나 2차 화재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 가설이 맞다면 1차 화재는 방화일 가능성이 더욱 높을 것으로 추측했다.

2차 화재는 1차 화재가 방화라는 근거 일지 확인하기 위해 또다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화재 진압 후 현장의 바닥에 있던 솔잎에서 재발화가 일어난 것을 확인했다. 솔잎 안에 인화물질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었던 것.

이에 소방본부 화재조사관은 "재발화됐다는 것은 누군가 인위적으로 인화성 액체를 뿌렸다는 하나의 자료가 될 수 있다. 이 또한 하나의 방화 흔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당시 소방이 제출했던 결과들은 경찰에 단 한 줄도 인정되지 못했을까? 이에 당시 수사 관계자는 "당시 소방관 두 분이 돌아가셔서 그건 본인들 민감한 사안이라 언론 플레이를 하고 했는데 우리는 소방의 의견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국과수의 감정 그 부분이 중요하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방화 범죄 해결률이 90% 이상인 경찰, 이에 전문가는 "왜냐면 방화라는 결론을 잘 내지 않기 때문이다. 방화로 의심되는 사건 중 사건화 되는 비율이 어느 정도냐 하면 선진국보다 낮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다른 전문가는 "정황은 있어 수사를 했는데 방화범을 못 잡아서 방화 사건으로 처리를 하지 않으면 결국 방화범이 우리 사회에 돌아다니는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는 강호순 사건을 언급했다. 전문가는 "그전에 두 번의 방화 사건을 더 했었다고 얘기하잖냐. 그런데 그전에 소방이 방화라고 했는데 경찰은 방화가 아니라고 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마지막으로 방송은 소명을 잊지 않고 사명을 다 했던 소방관들을 위해서 남겨진 가족들에게 진정한 설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방송은 두 기관의 견해 차이 사이에서 어쩌면 생각보다 많은 죽음이 답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며 소방관과 그의 가족, 그리고 국민들이 의지할 대상은 경찰과 소방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 달라 당부했다.

(SBS연예뉴스 김효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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