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월드리포트] 붉은 물결 속 삼엄 통제…'중국 공산당 100년', 시진핑 메시지는?

"공산당이 없으면 신중국도 없다(沒有共産黨, 沒有新中國)."

7월 1일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하루 앞둔 중국 전역은 붉은 물결로 휩싸였습니다. 거리 곳곳에는 붉은 오성홍기와 함께 100주년을 경축하고 공산당을 찬양하는 문구가 붙었습니다. 관영매체들은 중국 공산당의 업적과 공산당 통치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고, 공산당 혁명 유적지는 사람들로 북적거립니다. 베이징의 한 시민에게 소감을 물어보니 "공산당 창당 100주년은 중국인으로서 당연히 기쁜 일이다. 공산당의 영도는 당연한 것이다. 이번 기회에 당의 역사에 대해 배울 수 있어 더욱 좋다"고 답했습니다.

송욱 취파용

공산당 100주년 행사에 '올인'…"무결점 행사 만들어라"

100주년 행사는 내일(1일) 현지 시간 오전 8시 베이징의 톈안먼광장에서 열립니다. 하지만 이번 행사에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요한 연설을 하고, 열병식이 없다는 것 외에 구체적인 행사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행사 시간도 하루 반 전에야 공지됐습니다. 예행 연습에서 목격된 에어쇼에 스텔스 전투기도 등장할 것이고 톈안먼광장 행사에 수만~수십만 명이 동원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행사를 앞둔 베이징은 삼엄한 경비와 통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내 주요 도로와 건물에는 무장경찰이 배치됐고 검문검색도 강화됐습니다. 앞서 중국 SNS에는 무장 군인을 태운 수많은 대형 버스가 진입하는 영상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또 지하철과 버스 노선도 일시적으로 조정됐습니다. 열병식이 열렸던 지난 2019년 건국 70주년이나 3월에 열리는 양회 때보다도 경비는 훨씬 삼엄한 분위기입니다.

방역도 최고 수준입니다. 톈안먼 행사는 코로나19 백신 접종한 사람들만 참석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취재진도 마찬가지로 지난 15일까지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한 사람들만 행사 참석 신청이 가능하도록 제한했습니다. 여기에 하루 전부터 지정한 호텔에 격리를 하도록 했는데, 호텔에 격리되기 전 48시간 이내에 음성으로 나온 핵산 검사 증명서를 제출하고, 호텔에 도착해 다시 한번 핵산 검사를 받도록 했습니다.

외신 기자들이 호텔 격리장소에서 핵산 검사를 받고 있다.

중국 당국은 행사 당일 외신이 현장에 생방송 장비를 가지고 가는 것도 불허했습니다. 행사 진행에 방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행사에서 만에 하나 사고가 발생할 경우 중국이 통제할 수 없는 외신으로 방송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다 등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베이징의 전문가들은 "시진핑 주석의 3연임 작업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현 중국 지도부는 이번 100주년 행사와 내년 베이징올림픽을 가능한 가장 성대하고 무결점으로 치르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시진핑이 던질 새로운 100년의 메시지는?

내일 100주년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시진핑 주석의 연설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9일 우수 당원 훈장 수여식에서 "중국공산당은 중국 발전과 인류 진보 역사에서 위대한 한 페이지를 기록했다"고 강조했던 시 주석은 공산당의 업적 강조와 함께 새로운 100년을 위한 키워드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중국 공산당은 창당 100년과 신중국 건국 100년이라는 '두 개의 100년'을 목표로 제시해왔습니다. 창당 100주년인 2021년까지 의식주 걱정 없이 풍족한 삶을 누리는 '샤오캉(小康)' 사회를 건설하고 신중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건설한다는 내용입니다. 중국 정부는 지난 4월 '인류 빈곤 감소의 중국 실천' 백서를 내면서 개혁·개방 이후 7억 7천만 명이 빈곤에서 벗어났다며 사실상 샤오캉 사회 달성을 발표했지만, 지도부의 공식 선언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시 주석은 또 미중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내부 결집과 3연임을 위해 중화민족의 부흥과 공산당 통치의 당위성, 내부 결집을 강조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당원 53명에서 9,514만 명으로…쫓기던 대장정에서 G2로

중국 공산당은 1921년 7월 첫 회의 당시 대표 13명, 당원은 53명에 불과했습니다. 공산당은 1934년 국민당의 탄압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대장정에 나서야 했고, 1949년 신중국 설립 이후에는 엄청난 희생자를 낸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 톈안먼 사태 등의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5일 기준으로 중국 공산당 당원은 무려 9천514만 8천 명에 이릅니다. 지난해 중국 인구 14억 1천178만 명을 감안하면 전체 인구의 6.7%가 당원인 셈입니다.

공산당의 산하조직은 모두 486만 4천 개로 2019년보다 3.9% 증가했고, 직업별로 보면 노동자와 농민 등은 3천229만 8천 명, 관리직·정부 기관 근무자 등이 3천346만 명으로 집계돼 화이트칼라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중국 공산당은 노동자·농민의 정당을 표방했지만 개혁·개방 이후 자본가까지 적극적으로 끌어안으면서 지역과 사회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입니다.

중국 공산당원이 9천514만명을 넘었다. (사진=신화사)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정책 도입 이후에는 '세계의 공장'을 자처하며 급속도로 경제 성장을 이뤄냈습니다. 높은 경제 성장은 공산당이 장기 집권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했습니다.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 WTO에 가입할 때만 해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는 미국의 12.7%였지만 이제는 G2를 넘어오는 2035년까지 경제 총량에서 미국을 추월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갈수록 힘을 얻고 있습니다. 경제의 질적 성장도 무시 못할 수준인데, 2020년 말 기준 디지털 경제 규모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8.6%에 달하고 있습니다.
 

사라진 비판과 애국주의, 그리고 고립과 빈부 격차

2012년 시진핑 주석 집권 이후 중국은 내부적으로는 그동안 공산당의 최대 약점 중의 하나로 꼽히던 부패 문제에 칼을 뽑았습니다. 2012년 11월 공산당 제18차 당 대회 이후 지금까지 부패 혐의로 처분받은 관료는 무려 374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부유해질 수 있는 사람부터 부유해지라'는 '선부론'과 '흑묘백묘론'이 나온 개혁·개방 이후 심각해진 관료사회 부패를 막아 민심을 잡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시진핑 주석의 정적들을 제거해 자신의 집권 기반을 탄탄히 하는 데도 사용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현 지도부에 대한 내부 비판의 목소리는 갈수록 작아지고 있습니다. 공산당에 비판적인 교수나 인권운동가들은 사회 혼란을 야기했다는 이유로 감옥에 갇히거나 가택 연금 중입니다.

힘을 기를 때까지 이빨을 드러내지 않는 '도광양회'의 단계가 이미 지났다고 판단한 현 지도부는 중화민족의 부흥을 전 세계에 외치며 외부의 비판에 대해 날카롭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외교관들이 늑대처럼 힘을 과시하는 '전랑 외교'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또 내부 결속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경제, 군사면에서 G2로 성장한 국력을 최대한 드러내고, 애국 사상 교육을 철저하게 실시하고 있습니다. 현 지도부의 업적을 강조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한데, 이로 인해 중국인들의 애국주의 성향은 1840년 아편전쟁 이후 최고조로 치닫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의 지나친 외교적 자신감은 자만감으로 변해 오히려 중국의 고립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14개국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호주·영국·미국 등 9개국에서 중국에 대한 부정 평가가 역대 최고였는데 대부분 나라에서는 4명 가운데 3명 이상이 중국에 부정적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한 '우산 혁명 시위'와 '송환법 반대 시위'를 한 홍콩을 국가보안법으로 통제하면서 '일국양제'를 무너뜨렸다는 비판과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인권 문제 논란 등과 관련해 국제사회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내부에서는 계층 상승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젊은이들이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의 '탕핑'이란 말이 유행한 정도로 심각한 빈부 격차와 부의 대물림(중국은 상속세가 없다) 등은 큰 사회 불안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일부에선 마오쩌둥 급으로 올라서려는 시진핑 주석의 1인 체제가 독이 될 수도 있단 관측도 나오는 가운데, 중국 공산당이 앞으로 어떤 길을 갈지 세계의 눈이 쏠리고 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