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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어차피 안락사?" 도살장서 구조된 개들, 어떻게 될까

[취재파일] "어차피 안락사?" 도살장서 구조된 개들, 어떻게 될까

"구조해봤자 어차피 안락사일 텐데…."

그제(29일) SBS 8뉴스에서 보도해드린 [제보] 전기로 개 도살…불법 들키자 흉기 들고 "꺼져" 기사를 많은 분들이 보셨습니다.
▶ [제보] 전기로 개 도살…불법 들키자 흉기 들고 "꺼져"

경기도 고양의 한 비닐하우스에서 토치 등을 이용해 개를 도살하는 걸 시민들이 신고했고, 고양시 직영 동물보호센터에서 긴급 구조활동에 나섰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기사엔 댓글이 수백 개씩 달렸는데 반응은 제각각이었습니다. 잔인한 도살법에 공분을 터뜨리는 분들도 계셨고, 식용개 찬반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가운데, "어차피 힘들게 구조해봤자 임시 보호기간이 지나면 어차피 안락사당할 텐데"라는 댓글이 특히 많았습니다. 방송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이야기들과 시청자, 독자분들의 궁금증을 [취재파일]을 통해 풀어보겠습니다.

신정은 취재파일용

제보를 받고 찾아간 현장은 참혹했습니다. 고속도로 밑 굴다리를 지나야 나오는 개농장이었는데, 도착하자마자 생전 처음 맡는 악취가 온 천지에 진동했습니다. 마스크를 뚫고 스미는 썩은 내에 계속 헛구역질이 났습니다. 밀폐된 비닐하우스 안에는 개 사체가 그대로 남아 있었고, 핏물이 바닥에 얼룩졌습니다. 목줄, 실톱, 욕조, 가스통, 토치, 그리고 쇠꼬챙이까지. 촬영했지만 미처 내보내지 못한 게 많습니다.

신정은 취재파일용

더 충격적인 건 도살장으로 추정되는 비닐하우스 바로 옆에 개 수십여 마리가 철망에 갇혀 있었습니다. 철망은 바닥에서 1미터 남짓 높이에 설치됐는데, 배변이 그대로 바닥에 쌓이게 되는 구조였습니다. 냄새도 냄새였지만, 벌레가 정말 많았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개들은 하나같이 사람들을 경계했습니다. 도사견 믹스종들도 있어 아주 가까이 다가갈 수 없었지만, 눈곱이 가득 꼈거나 염증 탓에 성기가 뻘겋게 부풀어 오른 개들도 있었습니다. 한눈에 봐도 열악한 환경에 놓인 아픈 개들이었습니다.

신정은 취재파일용

SBS 취재진이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 시 직영 동물보호센터의 구조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수의사들과 동물보호센터 직원들은 소나기가 내려 비가 쏟아지는 중에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불법 개농장에서 구조된 개들은 현장에서 심장사상충 검사 등 간이 검사를 마친 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마취 상태로 이송됐습니다. 개들은 동물보호단체에 기증하거나 동물보호센터에서 머물며 추가로 정밀 검사를 받을 예정입니다.
 

"구조된 개들은 결국 어떻게 되나요? 머지않아 안락사되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안락사' 아닙니다. 직접 고양시 동물보호센터에 물어봤습니다. 일단 구조 현장에서 개 19마리 중 6마리는 사단법인 '세이브코리안독스'에 바로 인계됐습니다. 나머지 14마리는 협의를 거쳐 순차적으로 7월 중 기증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현재 '세이브코리안독스'는 개들을 임시 보호하며 입양 보호자를 찾는 중입니다. (세이브코리안독스  :  https://savekoreandogs.org)

신정은 취재파일용
▲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된 유기·유실동물들. 동물마다 고유한 특징까지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지자체가 유기·유실동물을 신고 받고 구조하면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가 있습니다. 보호 관리하며 보호 공고를 냅니다. 지자체 동물보호센터는 접수 즉시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관련 정보를 등록해 7일 동안 공고해야 합니다. 그제 개농장에서 구조된 개들도 곧 등록될 예정입니다. 확인해보니, 6월 30일 기준 현재 1만 2천여 마리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되어 있네요. 이곳에서 원래 보호자를 찾게 되거나 유기동물 입양 문의를 넣을 수 있습니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 :  www.animal.go.kr)

2014년 1월, 경기도에서 최초로 직영 동물보호센터를 세운 고양시는 "유기·유실동물의 안락사가 아닌 입양, 보호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고양시는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하는 것 말고도 자체 SNS와 블로그 등을 운영하며 유기·유실동물 입양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고양시 동물보호센터로 오게 되는 동물은 평균 6~7개월 정도 머문다고 합니다. 그동안 유실동물이 원래 보호자에게 반환되는 게 지난해 기준 약 27%, 새 보호자를 찾는 게 약 37%에 달한다고 합니다. 나머지는 자연사 또는 질병사하고, 전염병이 있는 등 불가피한 경우에만 농림축산식품부 지침에 따라 '안락사'를 택하게 된다고 말합니다.
 

"개들은 괜찮나요? 잘 지내고 있나요?"

저도 궁금했고, 또 많은 분들이 궁금하셨을 겁니다. 보도가 나간 이후, 동물보호센터에 다시 연락했습니다. 도사견 믹스종들은 다른 개들과 섞이기엔 위험할 수 있어서 외부 마당에서 보호 중이라고 합니다. 나머지 개들은 센터 안 견사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만 하루 만에 도살장에서 동물보호센터로, 전혀 다른 환경에서 지내게 된 개들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긴 설명 필요 없이 사진 몇 장으로 갈음하겠습니다.
 

신정은 취재파일용
신정은 취재파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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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제공 : 고양시 동물보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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