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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정은 다이어트설'에 대한 어떤 단상

[취재파일] '김정은 다이어트설'에 대한 어떤 단상
때때로 자괴감이 들 때가 있다. 아무리 북한 최고지도자라고는 하나 그의 체중 변화를 유심히 살펴보아야 할 때, 그리고 그 기사가 온라인상에서 나름 '잘 팔리는 것'을 확인할 때 그렇다.

우스갯소리를 좀 더한다면, 김정은 체중 변화를 살펴보는 것도 일종의 '눈 바디'라고 할 수 있다. 다이어트 고수라면 (혹은 고수가 아니어도) 이 용어가 어떤 말인지 알 거다. '눈 바디'는 '눈(eye)'과 체성분 분석기 브랜드 '인바디'를 합친 말이다. 체중을 측정하는 것이 아니라 거울을 통해 직접 눈으로 신체 변화를 확인하는 행위를 뜻한다. (용례는 '체중 변화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눈바디를 살펴보세요.')

최고지도자가 체제의 전부나 마찬가지인 북한의 특성상 김정은 총비서와 관련된 것들은 여러모로 관심의 대상이 된다. 이를테면 그가 어느 브랜드의 시계를 했는지, 그게 얼마짜리인지부터, 또 한 달간 공개 석상에 몇 번 나왔는지, 이번 회의에서 손짓은 어떻게 했는지, 또 발언은 몇 분간 이어갔는지 등….

그러니 체중 역시 '핫'한 소재다. 정보당국은 이번 감량 전 김정은 총비서 몸무게를 140킬로그램 안팎으로 추정했다. 키가 170cm 정도니까 우리 기준으로 고도 비만이기는 하다. 이 숫자를 가진 누구라도 병원에 가면 '살 빼라'는 이야기부터 듣지 않을까. 그의 체중에 더 관심이 가는 것은 집권 초기에 비해서도 체중이 수십 킬로그램 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주목받을 자리에 있는 인물인데, 갑자기 체중이 확 불어나니 '통치 스트레스' 등 이런저런 분석들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서, 최근 김정은 총비서의 '눈 바디'가 바뀌었다. 일부 댓글에서 이것이 빠진 것이냐는 조롱성 반응이 있기는 하나, 올 2월과 6월 열린 전원회의 영상과 비교해 보면 좀 달라진 것은 맞다. '눈 바디'로도 어렵지 않게 드러나니 체중이 빠지긴 빠진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심지어 이번에는 조선중앙TV가 총비서의 '수척하신 모습'에 마음 아파했다는 주민 인터뷰까지 나왔다.

김정은 수척해졌다고 인터뷰한 북한 주민

한미 정보당국 판단도 다르지 않다. 정보당국이니 다른 정보 역시 수집하겠으나, 이런 '눈 바디' 분석이 빠질 수는 없다. 정보당국은 김정은 총비서의 체중이 상당히 빠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건강 이상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김 총비서가 의도적으로 살을 뺀 것인지, 혹은 살이 자연스럽게(?) 빠진 것인지, 혹은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는 어떻게 파악할까? 여기서부터는 사실 좀 어려워진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건강 상태는 '극비' 중의 '극비'이기 때문에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는 것은 기자에게도, 정보당국에도 최고 난이도나 다름없다. 따라서 '눈 바디' 이후의 내용은 '정보'의 영역일 수도, '분석'의 영역일 수도 있고, '추정'의 영역일 수도 있다.

연예인 외에 이렇게 누군가의 체중 변화에 주목하는 상황이 있을까? (물론 연예인 체중에 대한 관심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외 정치인들을 특별히 논외로 하는 것은 아니나, 김 총비서처럼 주목받는 경우는 보지 못한 것 같다. 물론 현실적인 이유는 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건강이상설이 가지는 파급력은 이미 경험하기도 했지 않나. 북한은 1994년 김일성 사망과 2011년 김정일 사망 당시 이를 1-2일 늦게 발표하기도 했다. 최고지도자의 건강 상태는 (붕괴를 논하지 않더라도) 북한 체제 안정과 직결되는 문제이고, 북한 정보는 매우 제한적이다. 이런 배경 속에서 외부 세계는 '눈 바디' 단서를 통해 북한 최고지도자의 건강 이상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이다.

결국 '김정은 체중' 이슈는 북한 체제의 특성과 외부 세계의 우려가 맞물리면서 생겨난 어떤 결과물인 셈이다. 북한 기사를 쓰는 한 계속해서 그의 체중 변화를 살펴볼 것이고, 살펴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단순 '가십' 수준은 아닌 게 맞다. 그러나, 총비서의 '눈 바디'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런저런 상황이 그저 때때로는 '웃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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