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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청와대 청년비서관 자격 논란, 온당한가

[취재파일] 청와대 청년비서관 자격 논란, 온당한가

강청완 기자 blue@sbs.co.kr

작성 2021.06.28 09:26 수정 2021.06.28 09:4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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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씨를 처음 알게 된 건 지난해 뉴스를 통해서였다. 여당 최고위원인데, 96년생이라고 했다. 솔직히 기성 정당이 청년 당원에 으레 하나 던져주다시피 하는, 이른바 선심성 '청년 쿼터' 겠거니 생각했다. 비단 민주당뿐 아니라 우리 정치권이 이런 구색 맞추기용 이벤트를 해온 게 처음은 아니라서다.

그러다 우연히 만날 기회가 있었다. 꽤 길게 이야기를 나눴다. 눈빛은 생기가 있었고 목소리엔 힘이 있었다. 현안마다 자기 의견이 분명했고 무엇보다 평범한 20‧30대의 정서와 현실을 꽤 제대로 이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정치권 주변에 젊은 사람들이 의외로 많지만 특히 신선하다는 인상을 받은 게 사실이다.

극히 주관적인 인상비평만으로 그가 좋은 사람이라거나 청와대 1급 비서관 자격이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러나 25살이라는 나이와 대학생이라는 사실만이 유난히 부각되는 최근의 논란 가운데는 분명 무언가 놓치고 있거나 과도한 지점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과연 박성민 청와대 청년비서관에 대한 사회적 논란과 지탄은 온당하다고만 할 수 있을까?

임기 1년 될까 말까 '어공'이 공시족 비교 대상?

박성민 전 민주당 최고위원
논란의 도화선이 된 건 청와대 청년비서관이 1급 고위직이라는 점과 박 씨가 아직 25살 대학생이라는 사실이다. 분명 파격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청년비서관은 청년의 목소리를 듣고 국가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지난 2019년 신설된 정무직이다. 그동안 그럴싸한 스펙을 가진 30대 중후반의 남성 정치인들이 이 자리를 거쳐 갔지만 이렇다 할 변화를 보이지 못 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평가다. 그렇다고 40대나 50대를 청년 비서관에 임명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젊은 목소리를 반영하자는 게 청년비서관의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어공', 즉 정무직 공무원은 임명권자의 임기와 함께 간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내년 5월 9일까지니까 박 비서관의 임기 또한 1년도 채 남지 않은 셈이다. (이후로는 다시 일반인으로 돌아간다.) 임기가 1년이 채 되지 않는 정무직 공무원을 다른 일반 공무원과 비교해 "장관이 5급 사무관으로 들어와 1급까지 가는 데 28년이 걸렸다"며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잠깐 거쳐 간다고 공무원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요샛말로 테크트리 자체가 다르다. 야구 30년 한 선수가 "왜 나는 EPL* 못 가냐"고 말하진 않는다. (*EPL: 프리미어리그, 영국 잉글랜드 프로 축구 리그)

물론 박 비서관 개인에게 청와대 청년비서관 경험은 큰 경력이 될 것이다.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 젊은이들의 입장에선 충분히 박탈감을 느낄 수 있는 지점이다. 그러나 박 비서관 역시 스스로 선택해 입문한 정글 같은 정치판에서 나름의 시험과 검증을 거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금도 혹독한 검증대 위에 올라있음은 물론이다.

홀로 "NO"라고 할 줄 알았다

박성민-추미애
박 비서관이 여론의 주목을 받은 건 지난해 여러 국면에서 잇따른 '소신 발언'을 내놓으면서부터다. 지난해 9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아들의 카투사 군 복무 시절 특혜 휴가 의혹이 불거지자 민주당에선 '안중근 의사의 위국헌신'까지 운운하며 필사 방어에 나섰지만, 박 비서관은 다른 말을 꺼냈다. 당시 청년 최고위원이던 박 비서관은 "청년들 입장에선 이번 사태에 대한 첫 인상이 굉장히 불편했을 것"이라며 "당이 청년의 시각을 놓치는 부분이 있는지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민주당 안에서 비슷한 말을 했던 건 현역이자 재선 의원인 박용진 의원 정도였다. 박 비서관이 또래 카투사 출신 친구들을 취재해 당 최고위에 여론을 전달했다는 후문도 있었다.

추 전 장관이 지난해 11월, 한동훈 검사장을 겨냥해 휴대전화 잠금해제를 강제토록 하는 이른바 '한동훈 금지법' 검토를 지시했을 때도 박 비서관은 "조금 과한 측면이 있다"며 민주당 지도부에서 홀로 다른 목소리를 냈다. 추 전 장관과 여권이 이른바 검찰개혁에 한창 열을 올릴 때였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다들 무리수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추 전 장관이 마치 검찰개혁의 선봉장으로 여겨져 서슬이 퍼럴 때라 의원들도 쉽사리 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 했다"고 떠올렸다. 박 비서관에겐 문자 폭탄이 쏟아졌다고 한다.

박 비서관과 함께 청년대변인을 지낸 한 관계자는 지난 연말 변창흠 전 국토부 장관 청문회 국면을 인상 깊은 기억으로 꼽았다. 당시 변 전 장관이 SH 사장 시절 구의역 김 군 사태와 관련해 "사실 아무것도 아닌데 걔(김 군)만 조금만 신경 썼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는데 이만큼 된 것이지 않나"라고 한 발언이 언론 보도로 알려져 비판 여론이 높아졌을 때다.

변창흠 전 국토부 장관
박 비서관은 그때도 라디오에 나가 "굉장히 부적절한 발언이고 좀 심각하다"고 질타했다. 이어 "과연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 철학과 맞는 가치의 발언이었는가 생각하게 됐다"며 "어떤 분들은 국토부 장관으로서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수행능력에 좀 더 초점을 맞춰서 봐야 된다고 말하는데, 공직자로서 국민을 위해서 봉사하시는 분인데, 이 이전의 인식에 대해서는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당시 당내에서 일고 있던 변창흠 옹호론을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당시 대통령이 대규모 주택 공급 정책을 준비하고 있었고 변 전 장관이 이를 수행할 적임자로 내정된 상황이라 당에선 변 전 장관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었다"며 "변 전 장관을 비판하기 쉽지 않은 게 당내 분위기였다"고 회상했다. 본인만 해도 "그럴 분이 아닌데"하고 생각했기에 박 비서관의 이른바 '소신 발언'에 놀랐다고 털어놨다. 다들 YES라고 할 때, 적어도 NO라고 할 줄 알았다는 뜻이다.

지금 청와대에 필요한 건 '다른 목소리'

2016년 당시 민주당 청년 최고위원에 선출된 김병관 전 의원 (왼쪽)
시계를 잠깐 2016년으로 돌려보자. 당시 민주당은 정말 오랜만의 총선 승리 후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와 청년을 비롯한 분야별 최고위원을 뽑았다. 30대 초중반이던 경쟁자(지금은 현역 국회의원이 된 장경태 의원, 이동학 現 청년최고위원)들을 누르고 청년 최고위원에 선출된 사람이 당시 44세의 벤처기업인 출신 김병관 전 의원이었다. 네이버와 NHN게임즈 대표, 웹젠 이사회장을 거친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로 재산 신고액만 2,367억 원, 역대 최고액을 기록해 화제였다. 그러나 이른바 '헬조선'의 고된 현재와 불안한 미래를 사는 20대와 30대의 삶을 이해하기에 김 전 의원은 지나치게 성공한 인물이었다. 자기 분야에서 확실한, 그것도 대단한 성공을 거둔 인물인 건 확실하지만 능력과 성품을 떠나, 청년층을 대변하는 인물이라고 하기에는 분명 거리가 있었다.

김 전 의원의 책임이라곤 할 수 없지만 이후 정권을 탈환하고 연이은 선거 승리 등 승승가도를 걸어온 민주당의 이른바 '청년 정책'은 다들 익히 아는 바와 같다. 집권 세력이 된 이들은 "영끌하는 30대가 안타깝다"거나 "역사의식이 부족하다"는 말들로 젊은 가슴에 불을 질렀고 그들만의 자녀 스펙 품앗이 등 온갖 내로남불 행태로 박탈감을 안겼다. 서울 집값은 몇 년 만에 2~3배 뛰었고 '해방 이후 부모보다 못 사는 첫 세대'라는 메타포는 기정사실로 굳어가고 있다. 많은 2030세대가 느끼는 심정은 차라리 절망에 가깝다. 그렇게 돌아선 민심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게 지난 4.7재보선이다.

임기를 1년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25살 청년비서관 임명은 어떻게든 젊은 민심을 반영해보겠다는 몸부림이자 고육지책에 가깝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평가다. 그렇다면 적어도 이전과는 달라야 한다는 게 청와대의 판단이고 동시에 사회적인 당위이기도 하다. 강제 주입 수준으로라도 다른 목소리를 들을 필요가 있다. 다른 말 좀 하는 게 무슨 대수냐 할 수 있지만 현 시점에서 청와대와 여당에는 꼭 필요한 부분이다.

지켜보고 비판해도 늦지 않다.

(사진=연합뉴스)
이번 논란의 기저에 20대 여성, 대학생이라는 단어에 쏟아지는 편견과 선입견이 내재돼 있다는 불편한 사실도 부인할 순 없다. 박 비서관이 고려대에 편입학했다는 사실까지 입길에 올랐다. 엄연히 법적으로 보장되고 치열한 경쟁이 수반되는 입학제도인데도 그렇다. 오세훈 서울시장을 비롯해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둔 유명 인사들의 편입학 사실은 이럴 땐 잘 소환되지 않는다. 주로 약자에게 쏟아지는 돌팔매다.

이런 논란을 부른 데는 기성 정치권의 오랜 책임도 있다. 다양한 계층과 세대가 참여하는 게 민주주의의 본령임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엘리트만이 정치를 할 수 있다는 뿌리 깊은 고정관념을 오랜 기간 양산해 온 탓이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는 젊은 정치인들이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지금 정치하지 말고 밖에서 성공해서 정치를 하면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는 말이라고 이야기했다. 정치권 안에 들어와 실력을 기르는 것보다 밖에서 그럴듯한 경력과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마치 승진하듯 정치를 시작하는 패턴이 어느새 당연하게 여겨지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런 구조에서 탄생할 수 있는 젊은 정치인은 딱 두 부류다. 부모 잘 만난 금수저나 전문직 초엘리트(둘 다 가졌거나). 시민의 삶과 동떨어진 그들만의 정치는 이런 구조에서도 어느 정도 기인한다.

물론 대중의 분노와 박탈감에는 항상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이를 몰라서 그런다거나 오해라고만 치부할 순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우리 사회 공정에 대한 요구와 불만은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누적돼 왔다. 우리 편, 우리 쪽 사람에 유독 관대하고 특혜를 몰아줬던 이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지금의 분노는 하루아침에 쌓인 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 청년비서관에 몰리는 분노와 비판은 과도한 부분이 분명 있다는 게 기자의 의견이다. 그동안 한국 정치는 기성세대가 독점해왔다. 우리나라 청년 인구는 전체의 20%에 육박하지만 지난해 총선에 출마한 청년 정치인은 전체 4%에 불과했다. 젊은 층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건 당연한 귀결이었다. 젊은 세대의 의견을 더 반영하고 입지를 넓혀갈 필요가 있다.

그 일을 박성민 청년비서관이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보여주기식 카드일지, 후반 막판에 투입된 조커일지는 박 비서관 스스로 증명할 일이다. 그러니 지켜보고 비판해도, 늦지 않다. 그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다양성과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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