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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겁쟁이가 아닌 영웅"…라미 현 작가가 전한 용사의 눈빛

"총성은 멈췄지만, 여전히 그들은 전쟁 중"…참전용사 1천500여명 영웅으로 기록

"나는 겁쟁이가 아닌 영웅"…라미 현 작가가 전한 용사의 눈빛
"이렇게 사진을 찍은 내 모습을 보니 이제 비로소 나 자신이 영웅이라고 느껴집니다."

6·25 전쟁에 참전했던 미국 메릴랜드주 윌리엄 웨버 대령이 세계 각국의 한국전쟁 참전용사를 기록하고 있는 라미 현 사진작가에게 자신을 찍은 사진을 전달받고는 한 말이다.

라미 현 작가는 현재까지 세계 68개 도시를 찾아 1천500여명의 한국전 참전용사를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6·25 전쟁 71주년을 맞아 연합뉴스는 라미 현(본명 현효제·43) 사진작가의 한국전쟁 참전용사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유엔평화기념관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라미 현 작가는 본인의 '프로젝트 솔저' 첫 번째 기획인 대한민국 육군 군복 전시회에서 자부심이 가득한 한 참전용사와 우연히 마주쳤고 그 계기로 UN 참전용사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현 작가는 직접 만난 참전용사에 대해 "총성은 멈췄지만, 그들은 여전히 전쟁 중이었다"고 표현했다.

현 작가가 만난 멕스바우저(미국 오하이주)씨는 여전히 휴대전화 벨소리나 종소리를 들으면 깜짝 놀란다.

멕스바우저씨는 "그 휘슬 소리가 들리고 나면 언제나 포격이 시작되는 것이었다"며 "70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그 휘슬 소리가 들리면 떤다. 절대로 잊을 수 없고 깰 수 없는 악몽 같은 것"이라고 한국전쟁의 기억을 현 작가에게 전했다.

현 작가가 만난 참전용사들은 대부분 자부심 가득한 눈빛이었지만 전쟁 중에 살리지 못한 아이, 동료를 기억하며 자신이 살아 돌아온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는 용사도 있었다.

현 작가와 밥을 먹다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리는 참전용사도 있었고 맥스바우저씨처럼 전쟁의 아픔과 후유증을 간직한 분도 많았다.

그런 모습을 보았을 때 현 작가는 더욱더 그들을 영웅으로 기록한 사진을 선물하고 싶어졌다.

그는 참전용사들이 평생 간직해온 모습 그대로를 담담하게 사진으로 담아냈다.

그는 "사진은 겉모습을 찍는 것이지만 그 내면까지 담는다고 생각한다"며 "참전용사에게 자부심 가득한 자신이 나온 사진을 액자에 담아 선물하면 비로소 자신이 겁쟁이가 아니고 영웅이었다고 말하는 분이 많은데 그럴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때문이지 현 작가가 사진으로 기록한 참전용사는 항상 늠름하고 자부심 가득한 눈빛을 가진 노병의 모습이다.

전시회장 한가운데 참전용사 여러 명이 확대 인화된 사진은 그들을 영웅으로 표현한 것이다.

라미 현 작가는 그동안 수많은 참전용사를 만나며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한 책 '69년 전에 이미 지불하셨습니다'를 출간하기도 했다.

전쟁 당시 도움을 준 카투사 전우를 찾기 위해 20년 후 한국을 다시 찾아 신문광고를 낸 미군 용사, 한국전쟁으로 헤어진 첫사랑을 40년 만에 다시 만난 영국군 용사 등의 사연을 비롯해 백선엽 장군 등 그동안 촬영한 한국군과의 만남도 소개한다.

부산 남구 유엔평화기념관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사진전은 10월 29일까지 계속된다.

현 작가는 "많은 분이 전시회에 와서 참전용사들의 눈빛을 통해 많은 것을 느꼈으면 한다"며 "잊힌 전쟁의 참전용사가 아니라 모두에게 영웅으로 기억되는 그 날까지 참전용사의 자부심을 기록해 역사로 만들어 다음 세대에 전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사진=라미 현 작가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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