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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인사이트] 임박한 델타 변이 공습…돈 줘도 백신 거부하는 美 젊은 성인

[워싱턴 인사이트] 임박한 델타 변이 공습…돈 줘도 백신 거부하는 美 젊은 성인

김수형 기자 sean@sbs.co.kr

작성 2021.06.25 10:0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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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쓰면 백신 안 맞은 사람?…점점 느슨해지는 마스크 착용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엄청난 일을 겪으면서 억지로 마스크 착용에 익숙해졌던 미국인들이 조금씩 원래 'NO 마스크' 상태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워싱턴DC 시내 레스토랑도 수용 인원의 100%를 다 채운 지 꽤 오래됐는데, 어깨가 닿을 정도로 가까운 테이블에 앉아 마스크 없이 앉아서 식사를 할 수 있습니다. 일부 쇼핑몰에는 '백신 접종을 안 했으면 마스크를 써 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는데, 이런 장소에서 마스크를 쓰게 되면 백신을 안 맞았다고 표시하는 것 같아 좀 고민이 되기도 합니다. 그만큼 마스크를 안 쓰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아직까지 미국에서 마스크를 가장 철저히 쓰는 곳은 CDC가 규정을 완화해주지 않은 공항 말고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과감한 행동이 가능해진 건 실제 미국 내 코로나19 관련 수치가 눈에 띄게 좋아졌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하루 코로나 감염자가 1만 명 초반, 사망자는 3백 명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습니다. 한참 심할 때 확진자 25만 명, 사망자는 3천 명 정도였으니, 천지개벽 수준으로 호전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난 주말 워싱턴DC와 메릴랜드에서 코로나 사망자가 0명이었다고 합니다, 신문 지역 면에 이런 소식이 크게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코로나 자택 대피 명령이 막 시작됐을 때는 야간 통행금지까지 걸리고 필수 인력 말고 돌아다니는 차량을 경찰이 단속을 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 살벌한 광경이 사라지고 이제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돌아온 것을 보면서 백신의 힘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문제는 마스크를 벗고 다니는 사람들이 실제 백신을 맞은 사람이냐는 것입니다. 마스크 착용 규정이 있는 실내에 들어갈 때 '백신 접종했으니 마스크 벗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가끔 볼 수 있는데, 사실 이렇게 말해도 증명할 방법은 없습니다. 미국은 정부 기관의 정보 집중에 체질적인 거부감이 있는데, 백악관도 일찌감치 백신 여권 같은 건 안 한다고 선언한 바 있습니다. 그냥 대충 백신 맞았다고 하면 맞았나 보다 하면서 모두 마스크를 벗기는 하는데, 사실 가만히 보면 성인의 30% 정도는 백신을 한 번도 안 맞은 상황입니다.(18세 이상 기준으로 오늘 현재 1회 접종 66%, 접종 완료는 56%로 집계됩니다.) 그래도 감염자 숫자가 늘지 않으니 이제 정상이 돼가나 보다 하면서 점점 긴장이 풀어지는 게 현재 미국 상황입니다.

김수형 취재파일

커지는 델타 변이 경고음…문제는 백신 안 맞는 '젊은 성인'

델타 변이에 대한 공포감은 미국도 예외가 아닙니다. 예전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코로나 감염을 통제하고는 있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백신 접종률이 높지 않은 주를 중심으로 국지적인 감염 확산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미주리 주의 경우 델타 변이가 본격 확산하면서 일부 병원에서는 입원환자가 5, 6배씩 늘어난 곳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파우치 백악관 수석 의료 보좌관은 코로나 브리핑에서 델타 변이를 최대의 위협으로 규정하고, 감염 환자가 2주마다 2배씩 늘어나고 있다고 현황을 설명했습니다. 델타 변이의 본격적인 공습이 임박했다는 것은 전문가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백악관 코로나 브리핑에서 가장 강조된 내용은 백신을 맞으면 델타 변이에도 안전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파우치 박사는 델타 변이 감염 예방률은 2차 접종까지 하면 화이자 88%, 아스트라제네카는 60%였다는 기존 연구결과를 특히 강조했습니다. 특히 병원 입원을 막아줄 확률은 화이자 백신은 96%,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92%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일단 백신을 맞으면 델타 변이에 감염돼도 입원할 정도로 아프지는 않다는 의미입니다.

백신 접종만 끝내면 델타 변이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지만, 미국 내에서 접종률이 도무지 오르지 않는 주들이 상당수라는 게 문제입니다. 특히 미시시피, 루이지애나, 와이오밍, 앨라배마는 1회 접종자 비율이 50%도 안 되는 상황입니다. 접종 꼴찌인 미시시피는 2회 접종까지 완료한 경우는 성인 전체의 38%에 불과합니다. 접종률이 높지 않은 주 대다수는 공화당 강세 지역인 것도 뚜렷한 특징입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대선에서 이긴 주는 대체적으로 백신 접종 실적이 저조하다는 건 눈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특히 세대별로 보면 젊은 성인들의 접종률이 높지 않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이 젊은 세대들이 소매를 걷지 않으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7월 4일 독립기념일까지 성인 70%가 최소 1회 접종하겠다고 내걸었던 목표는 달성하기 어렵게 됐다고 백악관이 시인했습니다. 쉬운 목표를 정하고 그걸 달성하는 걸 성과로 내세우곤 했던 바이든 대통령이었던 만큼 이번 발표는 '미국도 도저히 방법이 없나 보다'고 생각하게 만듭니다. 연령별로 접종률을 보면 50세 이상에서 79%가 접종했지만, 18세에서 24세까지 젊은 성인은 47%만 접종한 상태입니다. 자이언츠 백악관 코로나 조정관은 "젊은 사람들이 코로나가 자기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서 백신을 맞으려고 하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호소했습니다.

현금카드 51달러

접종소에서 현금카드 지급받는 젊은이들…그래도 텅텅 빈 접종소

백신을 맞으면 당첨금을 주는 제도는 오하이오를 시작으로 몇 개 주에서 경쟁적으로 실시됐습니다. 교통편이 불편해서 안 갈까 봐 우버랑 손잡고 독립 기념일까지는 접종소 가는 교통편은 공짜로 제공되고 있습니다. 이미 예약 없이 접종이 가능해진 건 오래됐고, 24시간 문 여는 접종소도 꽤 많이 있습니다.

워싱턴DC도 최신 자동차는 물론 왕복 항공권, 1년 치 지하철 승차권 등을 접종 경품으로 내건 상태입니다. 경품 당첨이 어렵다고 접종을 안 할까봐, 이번 주부터는 일단 접종소에 나오면 무조건 현금카드 51달러씩 지급하고 있었습니다. 워싱턴DC의 한 고등학교에 마련된 대형 접종소에 가봤더니 접종을 마친 학생들이 밝은 표정으로 현금카드를 하나씩 받아들고 나오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모두 "접종에 도움이 되는 정책"이라며 반색했습니다.

김수형 취재파일
하지만 접종소는 거의 텅텅 비어 있었습니다. 내부까지 촬영은 못하게 했지만, 들여다보니 접종 자원 봉사자들이 서로 자기들끼리 얘기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손님은 없고 직원만 가득한 레스토랑 비슷한 분위기였습니다. 이런 대형 접종소는 사실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가능한 동네 약국에도 백신 맞는 사람을 찾아보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텅빈 백신 접종소

곧 끝나는 백신 접종 캠페인…델타 변이가 확인시켜줄 美 백신 격차

미국의 백신 접종 캠페인은 독립 기념일 이후는 사실상 끝나게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물론 그 이후에도 접종을 독려할 것이고, 이런 노력은 코로나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계속될 거라고 브리핑에서 발표가 나오기는 했지만, '앞으로도 노력한다'는 식의 발언은 대개 마무리쯤 나오는 말입니다. 이미 맞을 사람은 다 맞았고, 나머지는 신념을 가지고 안 맞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갑자기 접종률이 80~90%까지 치솟을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저 같은 외국인 기자가 보기에도 백신 접종을 위해 미국 정부는 할 만큼 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행정 시스템은 한국에 비해 비효율적이기 짝이 없는 미국에서 이렇게 대규모 접종이 신속하게 진행되는 건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코로나 브리핑에서 항상 나오는 표현인 '전시 노력'(wartime effort)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던 게 사실입니다.

텍사스 휴스턴의 한 대형 병원에서 백신 접종을 끝까지 거부한 직원 150여 명이 해고되거나 사직 권고됐다는 것도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병원이 환자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워 직원들의 백신 의무 접종을 결정하자 백신 못 맞겠다고 버티던 직원들이 소송전을 벌였지만, 결국 패배했습니다. 그 결과 병원이 접종을 강제할 수 있었지만, 접종 시한이 지나자 실제 백신을 안 맞겠다고 버티던 직원들이 스스로 떠나거나 해고됐던 겁니다. 그만큼 자신의 신념과 소신에 따라 백신을 안 맞는 사람들이 병원에도 상당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델타 변이 확산은 미국 내에서 접종률이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거세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델타 변이가 2주마다 2배씩 늘어나는 추세라면 몇 달 내 미국 내 감염 지도로도 어느 지역에서 강하게 확산하는지 확인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미국 내 백신 격차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트럼프가 지난 대선에 승리했던 지역과 청년층을 중심으로 델타 변이의 직격탄을 맞게 될 건 거의 확실해 보입니다. 백신을 쌓아두고 있는 미국에서, 백신을 맞으면 돈까지 주는데도 자발적으로 백신을 안 맞고, 여전히 코로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된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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