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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아닌 '비폭력 신념' 병역 거부 첫 무죄 확정

<앵커>

모든 폭력을 일체 거부한다는 개인적 신념에 따라서 현역 입대를 거부한 남성에게 대법원이 처음으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병역 거부가 자신의 진정한 양심에 따른 행동이었는지가 재판의 쟁점이었는데, 대법원이 그것을 인정한 것입니다.

손형안 기자입니다.

<기자>

현역 입영 통지서를 받고도 개인적 신념에 따라 입영을 거부해 재판에 넘겨진 32살 A 씨.

성소수자인 A 씨는 어린 시절부터 남성성을 강요하는 문화에 반감을 느껴왔고, 대학 진학 후에는 평화와 사랑을 강조하는 기독교 정신에 따라 전쟁 반대 시위 등에 참석했다고 주장했지만, 1심에서는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달랐습니다.

A 씨의 성장 환경과 사회 경험 등 전반적인 삶의 모습을 살펴본 결과, 단순 기독교 교리만을 근거로 병역을 거부한 것이 아닌 진정한 양심에 따른 행동이었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오늘(24일) 대법원도 A 씨 내면 깊이 병역 거부에 대한 신념과 신앙이 분명한 실체를 이루고 있다며 항소심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습니다.

여호와의증인 신도가 아닌 사람이 비폭력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고도 무죄로 확정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에 대한 첫 무죄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것은 지난 2018년입니다.

대상자는 여호와의증인 신도였습니다.

대법원은 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의 자유가 병역 의무로 침해돼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오늘 대법원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갔습니다.

비종교적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 거부도 죄가 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위 사례들이 입대를 거부한 경우라면 지난 2월 대법원은 비폭력 신념으로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사람에게 첫 무죄 판결을 확정한 바 있습니다.

종합해보면 양심에 따른 신념이 진실하고 확고하다는 병역 거부자의 주장이 증명될 수만 있다면 병역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지금은 대체복무제가 마련돼 있기 때문에 양심적 병역 거부자는 사전에 심사위원회를 통해 대체복무를 신청할 수 있고, 기각 시에는 현역 복무를 하거나 불복하는 소송 절차를 밟을 수 있습니다.

(영상취재 : 서진호, 영상편집 : 조무환, CG : 정현정·한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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