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월드리포트] 미 · 중 이번엔 '육식' 논쟁…"누가 더 환경 해치나"

미국 등 서방과 중국 매체들 사이에 다소 뜬금없는 '육식' 논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서로 상대방을 겨냥해 '고기를 너무 많이 먹어 환경을 해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두 나라의 온실가스 배출 책임 공방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는 23일 '환경 보호를 빌미로 한 서방의 중국인 육식 비난, 얼마나 위선적인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기사는 '14억 명의 중국 식탁은 세계적으로 커다란 상업 기회를 의미하기도 하지만, 항상 외부에서 확대경을 들이대며 트집을 잡는다'는 글로 시작합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23일 기사

"중국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 1960년대 5kg → 2030년 90kg"

환구시보 보도에 따르면, 미국 시사잡지 애틀랜틱은 2018년 '중국의 고기 사랑이 녹색환경운동을 위협한다'는 기사를 게재했습니다. 중국인의 육류 소비 총량이 미국의 두 배라면서 중국의 육류 소비량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 3월 보도에서 '중국인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은 1960년대 5kg에서 1970년대 말 20kg으로 증가했다가 최근에는 44kg까지 늘었다고 전했습니다. 국제동물보호단체 와일드에이드는 "2030년이면 중국인의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이 90kg 정도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육류의 28%를 소비하고 특히 돼지고기의 경우 전 세계 소비량의 절반을 차지하며, 중국의 육류 소비 시장은 860억 달러(97조 8천억 원)에 달한다고 했습니다.

나아가 미국 타임지는 지난 1월 "중국의 축산업 규모를 절반으로 줄이면 10억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호주 라트로브대학 닉 비슬리 교수는 "중국을 데려오지 않는 한 기후변화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타임지에 말했습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보고서에서 '축산업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71억 톤으로, 인류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총량의 14.5%를 차지한다'고 밝혔고, 타임지는 '축산업이 온실가스 총량의 20~50%를 배출한다"고 전했습니다.

육식 증가에 따른 열대 우림 훼손과 토지·자원 고갈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습니다. 영국 BBC는 일부 국가가 목장을 넓히기 위해 벌목을 하면서 지구 온난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했고,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전 세계 사료 작물의 절반이 중국 돼지에게 공급되고 있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브라질은 중국 육류 수입의 43%를 공급했으며,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우림을 베어 사료용 콩을 재배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쯤 되면 중국의 육류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 지구 온난화의 연관성을 부인하기 힘들 것입니다.

소고기, 육식, 육류

"1인당 소고기 소비량 미국이 중국보다 많아…미국이 더 해로워"

중국의 입장은 무엇일까요? 환구시보는 "중국인이 고기를 적게 먹는다고 세상이 바뀌는가"라며 "책임을 떠넘기지 말라"고 반박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의 1인당 육류 소비량이 미국이나 유럽보다 훨씬 적다고 강조했습니다. 환구시보는 OECD 통계를 인용해 지난해 중국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은 44.4kg이었지만, 미국은 101.6kg, 호주는 89.3kg이었다고 했습니다. 특히 미국의 1인당 소고기 소비량은 26.2kg, 닭 등 가금육 소비량은 51kg으로, 중국의 소고기 소비량 4.2kg, 가금육 소비량 14.2kg보다 월등히 많았다고 부각했습니다.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 역시 미국(24kg)이 중국(22.7kg)보다 많았다고 했습니다.

환구시보는 이어 소고기 생산이 돼지고기 생산보다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한다고 지적했습니다. FAO 보고서를 인용해 소를 기르는 산업이 축산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의 65%를 차지하며, 소고기 1kg을 생산하는데 342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고 했습니다. 중국인들은 상대적으로 돼지고기를 좋아하고 미국인들은 소고기를 더 좋아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미국인들이 환경을 더 해치고 있다는 게 환구시보의 결론입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 결과를 인용하며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려면 서방 국가의 소고기 소비량을 90% 줄여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환구시보는 중국의 식습관 변화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육류 소비가 더 이상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지 않고 오히려 '채식 혁명'이 유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에는 5천만 명의 채식주의자가 있는데, 이는 중국 전체 인구의 4% 정도로, 미국인 채식주의자 비율 5~6%와 비슷하다고 했습니다. 중국의 인조고기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라디오 국제방송인 독일의소리는 2019년 중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27%를 차지한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환구시보는 1인당 탄소 배출량은 중국이 10.1톤으로 OECD 평균 10.5톤보다 적으며, 미국 1인당 탄소 배출량 17.6톤에 비해선 훨씬 적다고 강조했습니다. 환구시보는 지구 온난화는 장기적으로 축적돼 온 것으로, 미국의 누적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다는 내용으로 기사를 끝맺었습니다.

1인당 육류 소비량만 놓고 보면 미국이 중국보다 많은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전체 인구 총량으로 보면 중국의 육류 소비량이 미국보다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중국의 인구는 14억, 미국의 인구는 3억 명이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우리나라 국민의 2019년 1인당 육류 소비량은 54.6kg으로, 돼지고기 26.8kg, 닭고기 14.8kg, 소고기 13kg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