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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는 재하청 · 알바는 쪼개기…초단기 노동의 그늘

<앵커>

최근 일을 쪼개고 또 쪼개서 하는 이른바 초단기 노동이 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한 택배 노동자가, 또 다른 사람과 자신의 택배 일을 일부 나눠서 하는 걸 말합니다. 내가 원할 때 또 필요할 때 일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는데 이런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제도를 정비해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박찬근 기자, 안서현 기자가 함께 취재했습니다.

<박찬근 기자>

바닥에 쌓인 택배 상자들을 손수레에 가득 실었다가,

[너무 많네요.]

한 번에 옮기기는 너무 많다 싶어 다시 내려놓습니다.

일이 손에 익지 않아 한두 개씩 흘리기도 하고 깜빡한 물건을 배달하러 왔던 곳에 되돌아가기도 합니다.

[오인석/30대 자영업자 : 깜빡하고, 배달왔는데 (아까) 안 들고 간 거예요. (아, 한 번에 못 하셔 가지고요?) 네 제가 실수해 가지고.]

오 씨는 원래 자영업자입니다.

[오인석/30대 자영업자 : (택배 기사는 아니신 거예요?) 네, 저는 택배 기사 아니에요. 일반 사람들이 저보고 택배 기사인 줄 아는데…]

오 씨는 택배 회사에 고용된 기사가 자신의 일감을 쪼개서 나눠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재하청 구조입니다.

쪼개기 일자리 문제점

예를 들어 택배 기사가 아파트 단지에 배달 물량을 모아 놓으면 이걸 다시 소분류해서 집집 마다 배달해주는 겁니다.

이런 초단기 노동은 배달만 있는 게 아니고요, 편의점이나 카페 같은 데서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일자리를 구하는데 짬 날 때 몇 시간, 아니면 하루 단위로도 일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게 혁신의 한 종류라면서 중개플랫폼들이 많아지고 있고, 이런 일자리들도 함께 늘고 있습니다.

지난달 우리나라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62만 명 가까이 늘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까 일주일 동안 일하는 시간이 17시간도 안 되는 초단기 일자리 증가가 도드라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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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서현 기자>

초단기 노동이 급증하는 노동의 인스턴트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문제점들도 불거지고 있습니다.

26살 B 씨는 한 대학가 음식점에서 평일 저녁 6시부터 밤 9시까지 3시간씩 일했습니다.

그런데 사장이 일찍 퇴근하라고 하는 날에는 근무 시간을 2시간 반으로 적고 퇴근했습니다.

[B 씨(26세)/대학생 : 사장님이 당일에 갑자기 '오늘 손님 없으니까 나오지 마라' 하시는 경우도 있었고요. 아니면 '30분 일찍 가라, 손님 없으니까'(라고 하셨어요.)]

2시간 반으로 적는 이유, 매일 3시간씩 일해서 주 15시간 일하면 주 1회 유급휴일에 받는 하루 치 일당인 주휴수당을 줘야 하는 데 이를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근무시간을 쪼개 여러 명을 고용하는 이른바 '쪼개기 알바'입니다.

물론 이런 초단기 일자리 증가는 세계적인 현상입니다.

그래서 다른 나라에서도 이런 편법이 횡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미국 노동부 장관은 최근 초단기 노동자를 독립 계약된 개인 사업자가 아닌 피고용자로 분류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초단기 노동자들을 이용만 하지 말고 실업보험과 연금 등 각종 혜택을 제공하라는 겁니다.

쪼개기 일자리 문제점

전 세계 플랫폼 기업들은 반발합니다.

'노동을 단지 중개하고 있을 뿐'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많은 노동 전문가들은 플랫폼 기업 대부분이 별점 관리나 평가 등의 방식으로 노동을 사실상 통제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승윤 교수/중앙대 사회복지학과 : 불안정성에는 더 노출될 수 있으면서도 대기 시간이라든가 일감을 찾기 위해 투자하는 시간 등 노동자에게 여러 비용이 다 전가되는, 위험도 전가되는(측면이 있습니다.)]

우리 정부는 단기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올해 안에 특별법을 마련할 방침입니다.

(영상취재 : 김태훈, 영상편집 : 이홍명, VJ : 정영삼·정한욱·김초아, 작가 : 이지율, CG : 홍성용·최재영·이예정·성재은·정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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