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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윤석열 X파일', 민주당의 이유 있는 '선 긋기'

[취재파일] '윤석열 X파일', 민주당의 이유 있는 '선 긋기'

이한석 기자 lucaside@sbs.co.kr

작성 2021.06.22 09:13 수정 2021.06.22 09:2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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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야권 성향 정치평론가의 SNS 한마디로 정치권이 떠들썩했습니다. 윤석열 X파일을 읽어봤는데 "이런 의혹을 받는 분이 국민의 선택을 받는 일은 무척 힘들겠다는 게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라는 게 이 분의 소감입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 SNS 윤석열 x파일
입수한 내용이 뭔지 좀 더 물어봤더니 2가지 버전이 있는데, 1개는 요약본 수준이며 2번째 버전은 A4 용지 15장 정도의 방대한 분량이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지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와 아내 등 가족과 주변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담겨있는 걸로 전해집니다.

윤 전 총장 측 기류는 생각보다 차분했습니다. "대응하지 않기로 했다"는 공식 입장을 냈습니다. 열흘 만에 대변인 사퇴라는 악재를 수습하는 상황이라 경황이 없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도에 비하면 대응 수위는 상당히 소극적인 편입니다.

민주당 지도부의 반응도 생각보다 미온적입니다. 정청래 의원을 비롯한 일부에서 X파일과 윤 전 총장에 대한 비관적 평가를 내놓긴 했지만 지도부는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달 말 "윤석열 파일을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며 윤 전 총장에 대한 검증 공세의 포문을 열었던 게 송영길 민주당 대표였다는 점, 야권 유력 대선 주자의 검증 의혹이 제기된 걸 놓고 여권 지지층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민주당의 차분한 대응은 선뜻 이해가지 않습니다.

윤석열
'X파일' 파문은 역설적으로 윤석열 전 총장 측에게는 호재로 작동하는 분위기도 감지됩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나서 적극 엄호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이준석 대표는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일이었다면 문재인 정부하에서 이미 문제를 삼았을 거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김대업 시즌2"라며 "대선이 여권에 불리하게 돌아가자 느닷없이 음습한 선거 공작의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윤 전 총장의 입당과 정치 참여 시기를 놓고 티격태격했던 야당 지도부가 'X파일'을 고리로 야권 유력 대선 주자를 보호하기 위해 거대한 스크럼을 짜는 형국이 되어버린 겁니다.

윤 전 총장 측은 X파일에 대해 지난 2019년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이후 2년 가까이 숱한 검증 공세를 받았던 내용들이라고 주장합니다. 심지어 지난해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가족 의혹을 탈탈 털었지만 제대로 기소조차 하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 요양병원 의혹마저도 수사팀 내부 이견으로 부장검사가 기소를 강행한 거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문건에서 제기된 의혹들은 근거 없는 낭설에 불과한 만큼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게 윤 전 총장 측의 생각입니다. 검증 공세에 대해선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민주당 측은 송영길 대표가 나설 사안이 아니라고 선을 긋고 있습니다. 'X파일' 파문은 야권 성향 정치평론가의 의혹 제기로 시작된 거고 송영길 대표는 'X파일'을 언급한 적이 없다고 반박합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야권 내부에서 생긴 문제니까 야권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하면 될 문제라는 겁니다. 민주당 지도부의 소극적 대응에 대해 여권의 한 관계자는 '윤 전 총장 측의 함정'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X파일' 파문에 여권이 적극적으로 나서 주길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겁니다. 만에 하나 X파일 문건을 공개한다든지 네거티브 공세에 본격 참전하게 되면 윤 전 총장 측이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역풍을 맞을 수도 있는 만큼 호시우보(虎視牛步-호랑이의 눈처럼 매섭게 관찰하되, 걸음은 소처럼 뚜벅뚜벅 걷는다는 뜻) 행보가 적절하다는 겁니다.

실제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재작년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가 본인과 노무현재단의 계좌를 불법 추적했다"는 취지의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현 시점에선 '네거티브 공세'로 윤석열 지지율의 치명타를 줄 수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어느 정도 깔려있는 것 같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 4월 재보선에서 '생태탕 의혹'에 화력을 집중했지만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내리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정권 심판에 대한 여론이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을 받치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에 대한 의혹 제기는 효과가 크지 않다고 보는 겁니다. 무엇보다 'X파일'에서 느껴지는 기시감은 검증 공세의 매력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윤 전 총장의 처가 의혹은 지난해 추미애 법무장관의 손을 여러 번 거쳤습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아직 공식적인 정치 참여 선언도 하지 않았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선 주자 선호도 1위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추미애 전 장관과 민주당의 '윤석열 때리기', 조국 전 장관의 '회고록 출간' 등 여권의 '검찰 개혁' 드라이브가 펼쳐질 때마다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상승했습니다. '때리면 큰다'는 게 윤석열 방정식의 해답입니다. 민주당 지도부의 '무대응' 전략도 이유가 있는 걸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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